제11회 이정인 초대전

이정인展 / LEEJEOUNGIN / 李廷寅 / painting   2021_1101 ▶ 2021_1130 / 일,월요일 휴관

이정인_20F# 095_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채색_28×28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숨 Gallery SUM 대전시 유성구 테크노중앙로 50 (관평동 940번지) 디티비안 C동 201호

반 고흐 같은, 폐목에 생명을 가슴으로 주는 작가-이정인 ● 어린 16살, 세기의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869년 7월 파리에 본부를 둔 구필 화랑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흔히 하는 오해와는 달리, 이때 고흐는 안정적으로 화랑에서 전도유망한 화상의 길을 걷고 있었다. 1873년 구필화랑의 런던 분점에서 헤이그에서 브뤼셀에서 그림 도구를 파는 점원으로 인생을 열어갔다. 매일 그림을 본 그는 미술에 대한 안목이 넓어졌고 화랑에서 밀레(J.F. Millet)의 농촌 생활에 대한 사실적인 "이삭 줍는 사람들"을 보고 상당한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점차 빈센트는 화랑 일에 관심을 잃고 1876년 구필 화랑으로부터 해고되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화가 반 고흐가 탄생했다.

이정인_BLUE FISH_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채색_81×121cm_2018

원래 호두나무로 최상급 가구를 만들던 목공예가 이정인, 못 쓰는 폐목을 주워 재료로 그곳에 물고기를, 눈을 그려 넣고 그 나무들에 일일이 인간의 숨결과 생명을 불어 넣어준 그를 보면 그래서 보면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이 떠오른다. 우리에게는 2012년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화천 산골 마을의 이정 인, 서울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2002년 아프게도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아 도시를 떠나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일러스트를 하는 이재은 작가와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2010년 말, 15년간 폐허로 버려진 화천의 율대분교에 자리한 '숲속 예술학교'를 만들고 그는 생계 때문에 목공 일을 시작했다. 마음이 여렸던 그는 대패질하며 깎아내어 버려지는 나무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가졌다. 그리고는 그 숭고함을 보상해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작가의 손에 의해 한 마리씩 물고기의 생이 시작된 배경이었다. 내촌에서 우연히 목공소 일을 도우면서 작가는 이렇게 운명처럼 나무를 만난 것이다.

이정인_F21-034_장지에 바닷가 유목,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채색_53×46cm_2021
이정인_F21-063_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채색_81×100cm_2021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화천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물고기에 주목했고,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를 만나면서 물고기의 영혼을 되살리는 나무작가가 되었다. 가구를 만들 때 버려지던 호두나무의 조각과 파편들을 손질한 후 일일이 손으로 쪼개 가면서 그 형태에 따라 물고기의 비늘과 눈을 정성스레 붙이거나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정인의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손길이 스쳐 가면 모든 물고기는 생동감을 가지면서 모든 눈이며 비늘들이 움직이며 빛을 냈다. 6년 전 내가 작가도 모르면서 그의 물고기를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몇 점 구입한 이유도 그랬었다. 이렇게 다양한 물고기를 나뭇조각으로 꾸미기 시작한 그의 작업은 대략 두가지로 탄생 되어 비로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군집으로 본 물고기 형상이다. 살아 움직이듯이 수천 마리가 떼로 모여 무리를 이루며 이동하는 물고기의 형상을 화면 전체에 풀어내는 패턴이었다. 작지만 물고기가 큰 무리를 이루며 강렬한 힘으로 차오르는 경관은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의 물고기의 시위만큼 인상적인 풍경으로 각인 되었다. 특히 2019년을 전후로 제작한 장지에 호두나무로 제작한 「오색물고기」가 그러한 전형적인 양식이다.

이정인_FISH20F-029C_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바닷가 나무, 아크릴채색_53×46cm_2020
이정인_FISH1936_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채색_42×114cm_2019

그 군집의 물고기 형상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존재가 되고 싶은 물고기의 거대한 흐름이 보란 듯이 출몰한다. 하나하나의 작은 물고기에서 우리는 그가 되살려낸 보잘것없는 나뭇조각이 수천 마리가 물고기 떼가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하나 최근 타원형의 시리즈는 더욱 물고기의 그 강렬한 인상이 파도가 치듯 푸른색 페인트와 먹과 아크릴물감으로 분장을 하면서 새 생명을 얻은 듯 엄숙함과 비장미를 보여준다. 또 하나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고 주목할만한 2012년도에 제작된 「잡魚」시리즈이다. 작가는 폐목들을 모아 눈을 붙여주고 비늘과 지느러미를 달아주어 새로운 생명을 지닌 아름다운 물고기로 탄생시키는 높은 표현력과 구성은 설치미술 이상의 강렬한 구축 미를 보여주고 있어 이 세상의 모든 모습인 만다라를 연상케 한다. 그 작은 부속인 나무들이 한때는 배 혹은 집이나 가구 일부분으로 이리저리 쓸리고 떠돌다가 그에게로 와서 새 생명을 얻은 것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더 이상 쓸모가 다해 버려진 나무. 모서리가 깨져 아무짝에도 못 쓰는 혹은 못들이 박히거나 햇빛에 허옇게 바래버린 폐목의 조각들일 뿐이다. 그는 이런 나무 조각들을 끌어모아 생명을 지닌 물고기로 부활시킨 것이다. 그가 물고기를 부활시킨 생명의 전도사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도 볼 수 있는 초롱초롱한 눈을 달아주고 때로는 화려한 옷을 입히고, 금빛 비늘 장식까지 새겨 생명력을 지닌 물고기로 환생시키는 것이다.

이정인_FISH2019050_장지에 호두나무조각, 아크릴채색_50×50cm_2019

"물고기는 풍랑 속에서 가장 맹렬하게 헤엄친다."라는 그의 작업실에 명언이 그의 작업에 좌우명이다. 2020년도에 제작한 「봄바람 따라」 시리즈는 그러한 한 마리 한 마리의 물고기가 얼마나 빛나는 힘을 가진 존재로서 헤엄치는 모습인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것이 인생임을 이정인은 어쩌면 치열 해야 하는 삶의 뜨거움을 물고기를 통하여 가열차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작품을 해야만 그렇게 베어진 나무가 자기 살이 베어지는 것처럼 아팠다는 것을 공감하며 서로 위로받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물고기들에서 우리를 향한 간절한 눈빛을 발견한다. 작가는 그것을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처음 버려진 나무를 보았을 땐 단순한 재료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무가 제게 말을 걸어왔어요. '난 일생 동안 보고 들은 것, 겪은 걸 모두 내 속에 품고 있어.' 전 그걸 에너지로 느꼈고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이유에서든 강을 거쳐 바다까지 떠밀려온 폐목들. 모서리가 부서져 나가고, 커다란 못이 박혀 있거나 숭숭 벌레에 파 먹히고, 햇볕에 허옇게 바랜 나뭇조각들. 그는 이 못 쓰는 나뭇조각에 눈을 그리거나 붙이고, 색칠하고, 금빛 비늘을 그려 넣어 아름다운 산천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이렇게 폐목이 되어 이리저리 구박받고 떠밀려 다녔던 세월과 상처들을 모두 품은 채 그에게로 와서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작은 감동과 울림의 원천이다. 이제 이정인은 그간 그가 대패질로 나무를 깎을 때면 이상하게 제 살을 깎는 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분하게 그의 화폭에 나무를 향한 그 뜨거움과 지극한 애정이 뜨겁게 물고기에게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다양한 표현과 양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시점에 도달해 있음을 전해주고 싶다. 이정인의 나무는 이미 "치유" 하는 힘을 지녔고, 그 나무는 우리를 울림의 세계로 충분하게 인도하고 있지 않는가? ■ 김종근

Vol.20211102g | 이정인展 / LEEJEOUNGIN / 李廷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