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 #2. 중간 채소 Transitional Vegetable

최현주_추니박 2인展   2021_1102 ▶ 2021_1126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 유진목공소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 갤러리 유진목공소 디렉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유진목공소 GALLERY EUGENE CARPENTERSHOP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89-2번지 www.facebook.com/gallery.eugene.carpentershop

미술계에서 부부 혹은 포괄적인 파트너 관계로 통하는 2인을 초대하는 갤러리 유진목공소의 연속 기획전시 '투썸Twosome'의 2회에 선택된 커플은 동양화가 최현주 추니박이다. 둘은 1988년 커플로 발전했고 1991년 혼인 관계를 맺어 오늘에 이르는 동안 각자의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2인전으로 묶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대학을 다닌 둘은 1989년 과제전 기간 동안 학과 차원에서 3학년 최현주와 2학년 추니박에게 한 공간을 제공해줘서 전시를 같이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학년이 다른 둘이 커플인 걸 알았던 과 차원의 배려였다. ● 투썸 #2.에서 최현주와 추니박을 엮는 연결고리로 채소라는 단순한 소재를 정했다. 가지eggplant 하나를 화면 가득 채운 압도적인 추니박의 정물화와, 브로콜리를 정교한 공필로 묘사한 최현주의 풍경화에 가까운 동양화 작업이 전시장에 함께 배치된다. 최현주 추니박 커플은 작업실을 겸한 의정부 거처에 큰 텃밭을 마련해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텃밭에서 수확한 각양각색의 채소들은 창작의 아이디어로 이어져 화폭에 출현하기도 한다. 다채색의 시금치나 브로콜리 여러 다발을 검정색 밤하늘을 배경으로 균질하게 채워 대비감을 만들어 장식성을 끌어올린 최현주의 채소 작업에선 화면에 등장하는 요소들의 비현실적인 비율까지 더해지면서 아이들이 떠올릴 법한 제어되지 않는 상상력을 발견하게 된다.

추니박_진실_한지에 아크릴채색_72×142cm_2015
추니박_혼돈_한지에 먹, 아크릴채색_129×188cm_2015

커다란 백색 화면에 거대하고 검푸른 가지가 단 한 개 덩그러니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추니박의 가지 연작들은 호탕한 붓질에 흑백 대비감 때문에, 물컹한 일개 먹거리에 불과한 채소가 범상치 않은 위용의 상징물처럼 재현되어 나타난다. 최현주의 채소가 정교한 장식미로 빛난다면 추니박의 채소는 압도적이고 후련하다. ● 투썸 #2.의 전시 제호에 쓰인 '중간 채소'라는 용어는 영국 소아과의사이자 아동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위니컷의 중간 대상 Transitional Object, 중간 현상 Transitional Phenomenon이라는 정신분석 용어에 착안해서 내 멋대로 지어본 조어로 실상 통용되는 단어일리 없다. 중간 대상이란 현실과 환상을 연결시켜주는 대상으로 아이들이 붙들고 놓지 않는 곰인형, 담요, 베개 따위가 그에 해당하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사용자에게 준다고 알려졌다. 유아기의 중간 대상은 사춘기에 들어서면 옷에 대한 관심, 대중음악, 연예인등으로 확장되며 이런 중간 대상/중간 현상은 성인에게도 발견된다고 한다. (* 조심스레 고백하면 필자도 미취학 아동이나 내뱉을 법한, 어떤 고유의 탄성을 부지불식간에 홀로 내뱉곤 한다. 내가 집착하는 그 탄성은 형언불가의 안정감과 퍽이나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재미를 내게 준다. 그 탄성 내뱉기는 가히 중독적이어서 내몸과 일체가 된 그 탄성을 떼어낼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게 그 탄성도 중간대상에 해당되리라. 중간 대상/중간 현상을 고안한 위니캇도 중간 대상/현상을 특정한 사물 뿐 아니라 아이들의 옹알이나 흥얼거리기는 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개념 속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

최현주_밤하늘을 나는 시금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_162×97cm_2021
최현주_숲속의 향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80cm_2021

중간 대상의 사전적 의미를 전제로 이번 전시에서 내가 사심없이 지은 조어 '중간 채소 Transitional Vegetable'에 해당되는 건 추니박의 화폭에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가지일 것이다. 그는 일일일가지一日一가지의 다짐으로 2015년부터 가지를 화면에 독자적인 주인공으로 소환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실제 2015년에는 매일 가지를 그렸단다. 하루에 가지 하나씩을 완성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은 그 자체로 불안과 고난과 복잡한 감정을 잠재우는 레시피였을 테고 가지 혹은 가지를 그리는 반복 행위는 중간 대상이었을 게다. 가지의 외형에서 칼이나 무기의 모양새를 발견했다는 추니박의 관찰 경험에서 볼 때, 매일 하나씩 그려나가는 가지 그림이 쌓여 그를 보호하는 신앙심 같은 방패막이 되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겠다. ● 비단 중간 채소에 딱히 일치하지 않는다 한들 최현주가 선택한 채소 그림도 (일일일가지一日一가지 작업을 하던 시절의) 추니박과 동반한 시간을 보내며 완성된 작업인 만큼, 둘이 그린 각기 다른 채소를 중간 채소로 엮어볼 만하다고 봤다. ● 갤러리 유진목공소에서 '투썸'을 처음 기획했던 작년 전시글에서 밝혔던 기획 취지는 이번 전시로도 이어지는데, 작년 글을 고스란히 옮기면 이렇다. "'투썸'은 미술가 커플이 공유하는 접점을 애써 발견하는 것보다는, 둘의 유대가 돈독하게 되길 비는 2인전 기획이기도 하다. '투썸'은 미술이라는 동일한 관심사를 한 시절 지녔거나 현재까지 지닌 커플 미술인을 미술 공동체에 환기시키려는 순진한 의도도 지닌 기획전이다."반이정

Vol.20211104i | 투썸 #2. 중간 채소 Transitional Vegetable-최현주_추니박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