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블랙홀

Photography, black hole展   2021_1117 ▶ 2021_1130 / 일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1부 / 2021_1117 ▶ 2021_1123 참여작가 / 김훈_김칠태_홍석님_이인찬 2부 / 2021_1124 ▶ 2021_1130 참여작가 / 김낙주_김선영_우경옥_이차옥

관람시간 / 10:00am~12:00pm / 01: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와이아트 갤러리 YART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3호 Tel. +82.(0)2.579.6881 yartgallery.kr blog.naver.com/gu5658

역사가가 그리는 과거의 풍경은 비과학적이고 무정형적이면서 심지어 상상의 영역이라고 했다. (역사의 풍경,존 루이스 캐디스, 2004) 역사기술과정의 실체라는 것이 비논리적인 공상과학영화처럼 어긋한 퍼즐맞추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특정 역사의 한 순간에 도달하여 그 사건을 실증하는 일은 타임슬립기술의 발명없인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진의 등장 이래로 우리는 보다 손쉽게 과거가 현재에 소환될 수 있는 마법같은 동시성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사진의 특화된 기능인 순간의 고정을 통한 기록정보의 확보, 그리고 저장소로써의 안정성을 신뢰한다면 말이다. 사진의 진짜 능력은 사적,공적 기록물로써의 능력뿐만이 아니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현재화 할 수 있는 소환술에 있다. 이 마법술이야 말로 기억의 보조수단에 불과하던 사진이 내재한 막강한 힘이다.

김낙주_반추_C 프린트_40×60cm×2_2021
김선영_Listen_C 프린트_82.5×110cm_2021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 속에 사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이 시대의 사진은 사물과 언어, 사람과 대중, 장소와 공간, 지역과 경계를 가로지르며 접촉하는 유무형의 물질을 일컫는다. 더이상 딱딱하게 굳어진 재현물이 아니라 미세하게 분절하며 끊임없이 변신하는 존재이다. 디지털,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의 주 매체가 사진인 점을 감안 한다면 사진이 점유하고 있는 일상의 영역은 보다 뚜렷하게 부각된다. 하루 24시간은 무수하게 작은 단위의 시간들이 교차하며 완성된다. 이 선형적 시간은 다시 작은 단위의 파편들로 쪼개진다.

김칠태_Photogenid drawing_잉크젯 프린트_70×105cm_2021
김훈_24-1_잉크젯 프린트_60×90cm_2020

이렇게 유동적인 시간의 면면에 달라 붙어 머무는 것들이 잠재태라면, 사진은 그 것들에 자극을 주어 사건화시키는 장치와 같다. 사진기의 셔터가 찰칵하며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순간 분화되지 않은 채 머물러 있는 존재들이 빛을 발하게 된다. 무수히 작은 단위의 시간 즉, 나노초(nanosecond)에서 부터 거대한 시간의 단위인 파섹(parsecs:3,259 광년)을 넘어서는 일이 사진안에선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르크 블로크의 표현처럼 우리는 시간과 분리되어 살 수 없으며, 시간이란 "사건이 잠겨있는 바로 그 원형질이고, 사건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해주는 영역이다." (p23, The historian's craft, Marc Bloch, Manchester University Press, 1992(역사의 풍경). 자주 인용되는 롤랑바르트의 전언을 반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사진은 촬영된 바로 그 순간의 과거화, 화석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시점에 더 강렬하게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기록성이 제 역할을 하는 순간이며 사진의 시간성이 우리안의 시간에서 되살아나는 진짜 순간이다. 즉 사진은 다차원적,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탈차원적 매체인 것이다.

우경옥_꿈을 올리다-1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20
이인찬_Melting edges_C 프린트_67×100cm_2021

아직 확인된 바 없으나 저 넓은 우주에는 어마 어마하게 다양한 사진적 이미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1차원으로 부터5차원이 교차하는 블랙홀 내부를 상상해보자면 사진은 하나의 기억정보물질로써 시공간의 축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은 어떠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희노애락과 생노병사의 과정들도 뇌안에 축적되거나 망각되어버린다. 만약 우리 뇌에도 블랙홀이 있다면 끔찍하고 암울한 기억들은 선택적으로 지우고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지만 영화 『이터널 션샤인』에서는 특정 기억만 골라서 지워버린다. 1천억개의 뉴런과 1천개의 시냅스가 서로 연결되어진 고도의 신경 통신망인 뇌가 실행하는 기억의 메카니즘을 조절,제어하는 것이다. 기억은 인간의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도 무수한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운용되어 왔다. 이러한 기억의 네트워크를 제어,통제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미래에도 존재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이차옥_Empty Flowers-3_C 프린트_80×80cm_2021
홍석님_be still_C 프린트_66.7×100cm_2021

『사진, 블랙홀』展에 참여하는 8인의 작품에는 현재의 기록뿐만이 아니라 과거, 그 이전의 무명 그리고 도래할 미래의 모습마저도 이미 이미지로 보관되어 있다. 이들이 마주한 혼돈의 시공간에는 기억과 망각의 무한한 역동성이 살아 있다. 우리는 이들의 사진을 통해 다시 불러내고 싶은 이야기, 바꾸고 싶은 과거, 일상의 순간, 미래의 모습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켜켜이 쌓여있는 시공간으로 유영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8명의 사진가들이 바라본 당대 사진의 정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인식과정이며, 사진의 생성과 순환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흥미로운 카오스모스를 펼쳐낸다. ■ 박형근

Vol.20211117e | 사진, 블랙홀 Photography, black hol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