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가 왔다.

문해주展 / MOONHAEJOO / 文賅周 / installation   2021_1117 ▶ 2021_1130 / 일요일 휴관

문해주_우리 시대가 왔다.展_은평문화예술회관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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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문해주 작가 초대展

주최,주관 / 은평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은평문화예술회관 Eunpyeong Culture & Art Center 서울 은평구 녹번로 16 전시장 Tel. +82.(0)2.351.3339 www.efac.or.kr

길을 걸을 때면 흰 종이에 스케치를 하듯 이곳저곳을 다니며 드로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 길에서 누구를 만날까? 어떤 사물이 말을 걸까? 누가 이것을 버렸을까?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는 버릇이 있어서 별것 아닌 것들을 잘 목격하고 기록한다. ● 길거리에 방치된 의자들은 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가. ● 의자들은 사진과 위치로 기록되고 특히 의자는 조형 설치 작업으로도 구현된다. 의자라는 사물은 우리의 신체와 가깝게 맞닿아 있지만 실용적으로 쓰이다가 버려지곤 한다. 길에서 마주한 의자를 보면 누군가가 떠오른다. 시간과 노동의 흔적이 배어있는 의자는 일부분 낡거나 부러져 있다. 인간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에게 의자를 기록하는 행위, 의자를 줍는 행위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 많은 의자 중에 그 의자를 주워 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의자들은 나의 손을 거쳐서 어떻게 변했는가?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QR코드를 찍으면 영등포, 은평, 성북 지역의 273개의 의자들의 사진과 위치(위도, 경도)를 기록한 지도를 볼 수 있다.

문해주_의자프로젝트-의자이야기와 의자사진 교환 프로젝트_ 의자프로젝트 의자사진 273개, 관객참여_2019~21
문해주_의자프로젝트-의자이야기와 의자사진 교환 프로젝트_ 의자프로젝트 의자사진 273개, 관객참여_2019~21_부분

『우리 시대가 왔다.』 거리의 의자들을 기록하는 2019년~2021년 '의자 프로젝트' 작업의 일환으로 사람과 지역의 관계들 속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들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코로나19 시기 길거리에 방치된 의자들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 늙어가는 것, 개인과 집단의 관계들 안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의 숨겨진 역사성과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영상설치와 조형작업으로 구현했다. 관객들은 일부 작품의 의자는 앉을 수 있으며, 마음 가는 의자 사진 작품과 의자 이야기를 교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문해주_비어있는 드로잉 시리즈 1~9_사진, 아크릴, 빛_가변설치_2020
문해주_비어있는 드로잉 시리즈 1~9_사진, 아크릴, 빛_가변설치_2020_부분

2020년 코로나19 시기 길거리에 방치된 의자들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 늙어가는 것, 개인과 집단의 관계들 안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어있는 드로잉 시리즈1~9」는 빛으로 표현한 그림자가 주된 작업이다. 이미지 속 잘려나간 존재는 빛으로 인해 다시 채워진다. 이로 인해 버려지고 사라진 비어있는 존재가 빛으로 인해 다시 드러난다.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자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문해주_잘못된 만남_버려진 의자_290×100×165cm_2020
문해주_잘못된 만남_버려진 의자_290×100×165cm_2020_부분
문해주_잘못된 만남_버려진 의자_290×100×165cm_2020_부분

「잘못된 만남」은 각기 다른 장소에 버려진 의자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만들었다. 의자의 파편들은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듯 하나의 형태를 구성한다. 두 개의 의자 조형물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끈으로 인해 긴장된 혹은 느슨한 관계를 다시 형성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모여 만들어진 가족 공동체 안에서 흔들리는 관계성을 조형 설치작업으로 표현하였다. 의자 조형물 뒤편에는 자수로 글귀가 수놓아져 있는데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일기장 속 문장들 중에서 '실현'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문해주_(실현)_단채널 영상_00:05:25_2020

「(실현)」은 바늘구멍에 실을 넣기 위한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첫 바늘에 실을 꿰어 흔적을 남기기 전까지의 과정을 시간을 그대로 담은 5분25초의 영상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현'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과정(노력, 실패, 좌절)들이 바늘구멍에 실을 넣으려 하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문해주_우리 시대가 왔다.展_은평문화예술회관_2021

2021년 의자프로젝트 작업은 의자를 통해 개인의 숨겨진 역사성과 코로나시기에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영상설치와 조형작업으로 구현했다. 관객들은 일부 의자 작품에 앉을 수 있다. ● 「무정형의 덩어리 1, 2, 3」 작품들은 길거리에 방치된 의자들을 가져와 다시 조형설치 작업으로 공간에 구성하였다. 3개의 의자는 전시 공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문해주_무정형의 덩어리1_의자, 실, 나뭇가지_가변설치_2021

「무정형의 덩어리 1」 이사로 인해 정리된 가구들을 보며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큰 가구들 사이에 놓인 작은 의자. 나라는 존재는 다수와 어떻게 공존하고 있을까? 개인과 공동체 안에서 제일 가까운 관계들을 떠올려본다. 의자가 앉는 부분에는 자수로 놓은 '우리'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작품은 누구나 만질 수 있고 그 위에 앉을 수 있다. 의자 곳곳에 삐죽하게 튀어나온 형태들은 선뜻 의자에 앉기 어렵게 한다. 작품에 앉으면 몸으로부터 경험되는 다른 감각으로 작품과 소통한다.

문해주_무정형의 덩어리2_의자, 실_가변설치_2021
문해주_무정형의 덩어리2_의자, 실_가변설치_2021
문해주_무정형의 덩어리2_의자, 실_가변설치_2021

「무정형의 덩어리 2」 의자를 처음 길에서 발견했을 때 한참을 바라보았다. 의자 옆구리가 터져버린 의자를 보며 의자가 떠받든 무게를 생각해 본다. 삐져나온 실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의자를 작업실에 가져와 의자의 옆구리 사이로 삐져나온 실들을 길게 실로 이어 전시공간에 설치한 작업이다. 의자 가운데에는 '시대가'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다.

문해주_무정형의 덩어리3_의자, 손소독제_가변설치_2021

「무정형의 덩어리 3」 매번 지나가던 길에서 발견한 의자다. 그렇게 주변과 너무나 튀지 않게 있는 덩어리를 발견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덩어리는 겹겹이 쌓인 의자였고, 세월의 흔적으로 의자의 색감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의자가 앉을 수 있는 곳은 먼지와 때로 살짝 스쳐 간 흔적들이 보였다. 의자에 '왔다.'라는 단어를 손소독제로 지우고 지워 글귀를 기록했다.

문해주_우리, 시대가, 왔다._영상_가변설치_2021

「무정형의 덩어리 1, 2, 3」 작품 의자에 신체가 맞닿을 수 부분에 글을 새기는 과정을 담은 영상작품 「우리」, 「시대가」, 「왔다.」이다. 각각의 영상은 하나로 이어지며 '우리 시대가 왔다.' 글귀로 전시공간에 다시 생겨나고 사라지며, 다시 공간에 새겨진다. ● 「우리」 영상 속 무정형으로 움직이는 붉은 실의 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코로나 시기 '우리'라는 단어 안에 담긴 개인과 다양한 공동체의 이면의 모습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덩어리, 그 안에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라는 글씨를 채워가는 붉은 실의 선들처럼 각자의 선의 모양도 다르며 속도도 다르며, 각자의 의미도 다르지 않을까? ● 「시대가」 영상의 기록은 작업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시간성을 담고 있다. 시대라는 문구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시대' 혹은 지나간 '시대', 마주할 '시대'의 모습들을 내포하고 있다. 실들은 역으로 다시 풀리며 엉키기도 하고 무정형한 형태들을 만들어낸다. ● 「왔다」 버려진 의자들의 먼지와 때를 손 소독제로 닦아낸 뒤 '왔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겹겹이 쌓여 앉을 수 없는 형태로 무언가를 소리 없이 외치며 기다리고 있다.

문해주_누구의 자리_성북지역의 방치된 의자와 의자조각들, QR코드 스티커, 관객참여_가변설치_2021
문해주_우리 시대가 왔다.展_은평문화예술회관_2021

영상 설치 작업이 전시된 공간 안으로 관객이 들어가서 의자에 앉을 수 있게 구성하였다. 영상설치 공간에 함께 설치된 의자들은 성북 지역을 산책하듯 오가며 기록한 의자들 중에 버려지거나 일부분이 부러진 의자들을 다시 재조합하여, 하나의 의자로 구성한 작품이다. 의자는 누구나 앉을 수 있으며, 의자에 QR코드가 숨겨져 있는데 QR코드를 찍으면 의자가 있던 위치와 현장사진이 나온다. '관객참여' 앉음으로 인해 자신의 몸과 사물(의자)의 관계성을 확장해보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곳 나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며, 서로의 모습 안에서 미쳐보지 못한 누군가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 문해주

재난이 열어젖히는 가능성의 공간 ● 문해주의 2021년 개인전 『우리 시대가 왔다』가 열리는 은평문화예술회관은 예술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백신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일까. 같은 공간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지하에서는 전시가 열렸고(예술), 지상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되었던 것이다(백신). 물론 결과적으로 이는 하나의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예술과 백신의 이 묘한 연쇄는 여러 층위에서 자꾸만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댄다. ●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9년부터 진행해온 '의자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해주는 오랫동안 야외에 버려져 방치된 의자들에 주목해왔다. 길거리 의자에 대한 작가의 천착, 그것의 뿌리 깊은 동기를 나는 작가 노트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찾아보게 된다. "시간과 노동의 흔적이 배어있는 의자는 일부분 낡거나 부러져 있다." 그러니까 낡거나 부러진 의자. 효율성과 기능성의 관점에서 이미 생명을 다했거나 쓸모가 없어진 의자들은 문해주의 손을 거쳐 이전과는 다른 존재론적 지위를 갖게 된다. ● 다만 여기서 '의자가 작가의 손을 거쳤다'는 표현은 섬세하게 읽힐 필요가 있다. 문해주는 그 과정에서 수선 또는 (원상)회복의 방법론을 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연 상태 그대로의 보존 내지는 유지의 맥락 하에서 행해졌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태도는 가능성(ability)과 불가능성(disability), 정상성과 비(非)정상성의 기존 경계 자체를 문제시하고 '가능성/정상성'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하려 노력하는 가장 최근의 연구분과인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그것과 닮아 있어 흥미롭다. ● 우리는 이 지점에서 '우리 시대가 왔다'는 전시 타이틀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 시대'란 누구의 시대, 그리고 어떤 시대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하나의 거대한 분할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저 결정적 분할선 말이다. 문해주의 '의자 프로젝트'가 출범한 2019년(Before Corona)과 2020~2021년(After Corona)은 질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시간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환경은 문해주의 작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무정형의 덩어리 2」(2021) 설치 작품 속 해질 대로 해져 볼품없이 터진 옆구리 사이로 어지럽게 삐져나온 실들의 저 압도적인 얽힘-교차들을 보라. ● 재난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파국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열리기도 한다. 재난의 역설이랄까. 가령 「비어 있는 드로잉」 사진 연작에서 가위로 섬뜩하게 잘려나간 의자의 텅 빈 공간, 그러나 그 사이로 기어이 비집고 들어와 의자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빛의 존재. 그리고 설치 작품 「잘못된 만남」 속 나무 의자의 잘게 바스라진 목재 부스러기와 초록 이끼의 동시적 공존. 재난은 위기인 동시에 곧 기회인 것이다. '우리 시대가 왔다'고 짧지만 단호하게 외치는 문해주의 작가적 선언은 (불가능성이 아닌) 가능성 쪽에 거는 내기로 들린다. ■ 이종찬

글_이종찬 / 사진_최배문

Vol.20211118f | 문해주展 / MOONHAEJOO / 文賅周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