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림자

이선원展 / LEESUNWON / 李善援 / painting   2021_1119 ▶ 2021_1212 / 월요일 휴관

이선원_숲 그림자展_GS칼텍스 예울마루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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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1_1126_금요일_04: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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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주관 / GS칼텍스 예울마루 후원 / 여수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물때에 따라 오픈시간 변동가능

GS칼텍스 예울마루 GS CALTEX YEULMARU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83-67 장도전시실 Tel. +82.1544.7669 www.yeulmaru.org

예울마루는 2021년 11월 1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이선원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이선원_숲 그림자』 전시는 작가의 지난 40여년간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연을 그린다는 것이 왜 일평생 탐구할만한 의미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이선원 작가의 작업은 재료로 자연을 가져온다. 흔히 자연 재료라고 하면 나무나 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러한 재료는 그 소재의 친숙함으로 인해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선원 작가의 작업도 그렇다. 작품 재료가 낯설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는 부담을 덜고 가까이 갈 수 있다. 작품을 각각 마주하면 시대별 특징을 파악해볼 수 있는데, 간략한 윤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우선 1980∼90년대 작품은 두터운 종이―닥죽, 닥 펄프―의 물성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고민하는 시기"에 계속하여 한지를 재료로 사용하며 작업 주제인 '나무'를 다루게 되었다고 전한다. 유화가 캔버스에 두텁게 칠해진 물감이 화면에 물질성을 부여한다면, 이선원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가 아니라 배경이 되는 종이 펄프 그 자체를 풀어 해체하고 이를 재구성하여 물감을 덧칠하여 생긴 번짐을 통해 나무의 생명력을 평면위로 불러들였다. 이 시기의 작품은 '나무'와 연관되어 있지만, 나무를 관찰해서 생긴 결과라기보다 재료의 조직을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나무를 추출, 발현해낸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자크 데리다의 파레르곤(parergon) 해체를 떠올리게 한다. ● 이후 1990∼2000년대의 경우 겹겹의 종이 펄프, 수세미, 한지가 섞여 재료의 변주를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수세미를 작품 재료로 사용하면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섬유질의 효과와 함께 주로 가사노동에 사용되는 수세미의 상징성을 통해서 전통적인 여성의 노동을 생각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치 집짓기를 위해 나뭇가지를 모으는 새처럼 재료를 집적한 작품들에는 재료 고유의 물성과 더불어 그 안에 개입한 작가의 손길, 흔적, 노동이 배어 있다. 한지 오브제와 수세미가 닥 펄프의 두터운 주름과 만나 어우러진 콜라주(collage) 작품들은 앞서 언급한 작가의 노동과 더불어 재료의 기원과 인간―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민속학적 이야기(바리데기 신화)가 담겨 있다. 자연(nature, 自然)이 지닌 여러 사전적 의미 중, 사람과 사물의 본성이나 본질, 의식이나 경험의 대상인 현상의 전체라는 뜻을 염두에 둔다면, 자연 그대로의 본질을 찾아가는 하나의 여정을 이선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볼 수 있겠다. ● 2000∼10년대 작품은 나뭇가지를 교차해서 쌓고 그 위에 종이를 점착시키거나, 종이를 접거나 실로 꿰어 조각 같은 입체감을 가지도록 만든 양감 형태가 나타난다. 종이 평면에 굴곡을 부여하고, 기억을 쌓아가듯 켜켜이 쌓은 나뭇가지, 꿰어진 종이 조각의 편린들, 다양한 각도로 접힌 종이 주름이 만든 기하학적 형태는 작가에게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혹은 그들과 쌓아올린 기억들"이다. 이 시기 작품들은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하면서도 회화의 평면 탐구에 천착해온 작가의 실험정신을 드러내준다. 실로 종이를 꿰어서 조각적 회화를 만든 「Vacant lot」 시리즈와 「나무」, 「창」 시리즈는 조각조각 쌓이는 기억과 인간 사이 관계의 접점들을 고착시키려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다른 한편 이러한 기억과 관계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무작위로 침투 가능한 타인, 혹은 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마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 다음으로 2016년부터 최근의 작업에서는 한지를 가로 혹은 세로, 대각선 방향으로 접어서 생긴 주름이 특징적인데, 에칭 도구인 니들로 선을 긋고 안료를 뒷면에 발라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주름을 완성시킨다. 보통 그림에서 바탕면이 되는 종이는 앞과 뒤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색을 종이 뒷면에 칠하여 앞면으로 투과시키는 작업은 앞뒤를 구분 짓는 경계의 와해라는 점에서 해체적 관점으로 보인다. '주름', '접은 풍경', '그림자'를 주제로 잡은 작품 제목이나 전시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 '주름'은 앞뒤 구분을 모호하게 지우고, '접혀진 풍경'은 우리의 눈에 반영되는 보이는 대상들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 · 시선으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주며, '그림자'는 빛을 가려 생긴 대상의 뒤에 생긴 그늘로 이면에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곧 경계를 구분 짓는 것들과, 주체와 객체 사이를 나누려는 관습적 태도에 대해 '다시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태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 자연을 그린다고 했을 때 일견 단조롭게 상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탈피하여, 이번 전시는 꾸준한 관심과 실험정신으로 '자연'을 다룬 작가의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매끄러운 화면으로 바로 빠져들어 오리지널과 복제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 아닌, 접혀진 화면과 투과한 안료(물감), 굴곡과 그림자, 정확한 윤곽선의 탈피, 주름진 면에 그어진 작가의 풍경은 나와 타인, 자아와 타자,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안에 자연이 지닌 '포용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포용성은 박영택 미술평론가의 "대상을 보는 사람과 대상을 철저히 분리시켜서 그 대상을 인식하고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했던 근대 서양의 시각과 전적으로 대립되는 시각"이라고 한 언급처럼, 동양적 세계관의 투영이기도 하다. ● 전시를 준비하며 주변에서 만나는 풍경과 숲, 산 속을 낮과 밤에 거닐면서 나뭇가지가 뻗어가는 자연스러운 형태와 어두운 밤하늘을 가렸던 나무의 기괴한 형세를 맞닥뜨렸다. 그러한 가운데 작가의 작업들, 「풍경」, 「그림자」 시리즈 등을 자연과 연결해보면서 작품에 내재한 추동하는 힘을 담지 할 수 있었다. 자연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하는 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바로 그 안에 예술을 추동하는 힘이 있음을 이선원의 작업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이선원_숲 그림자』 기획전시가 바로 그 과정을 유추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선우지은

이선원_숲 그림자展_GS칼텍스 예울마루_2021

이선원: 자연과 감응하는 선 ● 이선원은 한지를 접고 펼쳐낸다.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 자체의 본성, 물성을 유지하면서 그 몸체를 캐스팅 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것들은 평면이지만 입체적으로 융기된 표면, 빈 내부를 안고 있는 외부, 다양한 깊이와 굴곡을 거느린, 주름들을 거느린 살이다. 다양한 사건이 발생되는 이 표면은 복합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것은 문득 창 너머의 풍경이거나 블라인드 사이로 비치는 외부, 끊임없이 생성중인 나무줄기, 구겨진 보자기 등을 떠올려준다. 또한 조감의 시선에서 본 풍경이자 산의 형세를 연상시킨다. 자연계의 프렉탈 구조를 닮은 표면에는 자연의 기운과 호흡이 성에처럼 두텁게 내려앉아 있다. ● 이 납작하면서도 입체적인, 조각적인 표면은 두꺼운 한지, 섬유질, 나뭇가지 등이 얽혀 이룬, 무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툼한 피부다. 그것은 자연 재료 자체의 민낯으로 불거져 있으면서도 그 사이로 스며드는 물감의 얼룩, 날카로운 니들로 새긴 상처, 종이를 접은 자국, 바느질 선, 캐스팅 된 껍질 등을 두루 포개놓고 있다. 여기에는 아교, 바인더, 젤미디움이 동반되고 회화, 페이퍼메이킹, 판화, 드로잉, 콜라주 기법이 함께 한다. 물감 또한 단일하지 않아서 아크릴 칼라, 안료, 쪽물, 진채, 호분, 산화납, 에칭잉크 등에 의한 다양한 색, 얼룩이 삼투되어 있다. 그만큼 다양한 기법을 동반한 손/노동의 개입은 여러 재료를 반죽해가면서 무수한 성형의 얼굴을 새겨놓는데 이는 전적으로 재료와 시간, 손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며 여기에는 의도와는 거리가 먼, 선험적으로 주제를 설정하거나 목적론적으로 물질을 가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업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우연성/우발성을 용인하는 한편 재료 스스로가 발화하는 측면을 받아내는 일이다. 분명 의도치 않은 결과이자 예측불가능 한 시간 속에서 가능한 것들이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남겨진 여러 흔적이 돌연 응고되었다. 그와 같은 여러 과정, 시간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이 비정형의 화면은 평면/입체 사이에서, 회화와 판화, 섬유미술의 틈에서, 인공의 것과 자발적인 물질의 연출의 경계에서 유동한다. 여러 틈에서 서식하는 표면은 다양한 기호를 잔뜩 내장하고 있어서 보는 이의 개입과 관여를 촉발시키는, 낯선 감각을 발생시키는 존재로 서 있다. 화면의 네 귀퉁이 역시 미세한 주름을 거느리면서, 편차를 발생하면서 벽으로부터 높이를 유지하고 있고 그로 인한 파생된 그림자/그늘을 한 쌍으로 동반하고 있다. 여기서 그림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선원_숲 그림자展_GS칼텍스 예울마루_2021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닥 펄프, 한지 등을 해체하고 다시 밀착시켜 압인하는 형국의 작업을 선보였다. 닥펄프를 물에 담가 풀어내고 그렇게 풀려난 닥 펄프의 섬유질을 재구성, 색을 입히는 작업 등을 통해 자연 재료자체의 색감과 물성을 보여주는 한편 흡사 현미경을 통해 생명체의 세포를 확대해 보는 듯한 장면을 안겨주었다. 유기적인 식물의 형태와 선이 춤을 추는 화면은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활력, 생동하는 생명의 진동을 강하게 감지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생명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재료를 확장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동반하면서적극적인 연출로 출현하는데 근작에 와서 이 일관된 관심은 산수화나 동양화의 선묘를 연상시키는 작업으로 밀고 나온다. 또한 물성의 연출이나 재료의 강조보다는 회화적 성격이 보다 강하게 얹혀있다는 인상이다. 이전 작업이 재료의 물질적인 연출과 질료적인 성격에서 두드러졌다면 근작은 자연 이미지를 재현하는, 드로잉의 맛이 강조되는 회화 작업이 서정적이고 주정적인 측면을 거느리면서 출현한다. 그러나 이러한 회화 작업도 여전히 자연 재료를 이용한, 물성이 강한 화면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선원_숲 그림자展_GS칼텍스 예울마루_2021

한지와 펄프, 나뭇가지, 수세미와 여러 오브제를 재료로 삼아 만드는 일종의 콜라주 작업이자 화면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접어서 표면을 다층적인 공간으로 연출하는 일이며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로 다시 자연 풍경을 연상시키는 것이 작가의 주된 작업이다. 이는 자연/인공의 구분, 의도된 제작과 물질의 우연적인 발생과 사건을 겹쳐내는 것이고 그 경계를 부단히 흔드는 일이다. 근작에서 작가는 주름을 잡은 화면에 작업실 창가로 스스럼없이 들어온 정원 풍경을 투영하거나 제주도 곶자왈의 우거진 숲과 수직으로 자라나는 나무 등을 전면적으로 그렸다. 혹은 남농 허건의 소나무 그림, 소정 변관식의 산수화에서 폭포 이미지 등을 부분적으로 차용해 다시 그려 보인 것도 있다. 단지 추상적인 몇 개의 선만이 지나갔을 뿐인데도 그것이 탁월하게 자연의 기운과 형세를 환기시키는 데 주목한 작가는 그 선/리듬을 새롭게 복기해본다. 그것은 단지 특정 그림의 차용이기 보다는 자연의 기세를 포착했던 선의 운용에 대한 응용이자 산수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선의 쓰임에 대한 주목이다. 그 선은 대상의 외형을 모방하는 선이 아니라 자연생명체가 지닌 기운과 활력을 추적하는 선이자 자연물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과 몸을 자연대상에 의탁하면서 그 생명체의 생성과정을 따라가 보는, 다분히 추상적인 선이다. 우주적 생명의 기운과 합일하고자 하는 힘과 율동들이고 생명체의 운동에 편승하는, 시간의 흐름을 내포 하는 선이자 리듬인 것이다. 그것은 또한 보이는 것의 이면을 포착하는 힘으로서의 선이기도 하다. 이른바 객관자연과 주관정서를 융합시켜 일체가 되는 선긋기! 우주적 생명의 기운과 합일하고자 하는 힘과 율동들, 산 속에서 산과 하나가 되는 것, 풍경 속에서 풍경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장자가 제시했던 최고의 정신 경지인 '물아일체'에 해당한다. 세계와 나의 완전한 감응 상태 속에서는 주관과 객관이라는 구분이 사라진다. 주어도 사라진다. 그것은 대상을 보는 사람과 대상을 철저히 분리시켜서 그 대상을 인식하고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했던 근대 서양의 시각과 전적으로 대립되는 시각이다. 그러니 동양에서 객관을 마주 대하는 것은 결국 주관을 위한 것이다. 작가의 근작은 이런 생각의 무게가 드리워져 있다.

주름이 잡힌 표면, 그래서 밭고랑 같은 또는 직선무늬떡살의 선을 닮은 선이 반듯하게 지나가는 두꺼운 화면 위로 다시 예민한 선들이 지긋이, 단호하게 눌려지고 새겨진다. 한지 위에 그려진 드로잉 선은 흡사 에칭의 선을 닮았다. 다양한 주름과 굴곡이 있는, 물성의 연출이 강렬한 표면에 예민하고 날카로운 그 선들이 모여들어 여러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은 종이를 접어서 만든 선이자 니들로 표면 깊숙이 파고들어 이룬 선, 또한 그려진 드로잉선이다. 그것 자체로 자족적인 상태를 드러내는가 하면 또한 특정 자연물을 지시하는 선들은 지극히 구체적인대상세계를 겨냥하면서도 다분히 추상적이다. 서양의 그림이 면 또는 양감을 사용하여 사물의 형태를 구성하는 반면, 동양의 회화는 철저히 선이 만들어내는 조형이다. 면이 정지하려 한다면 선은 운동하려고 한다. 이는 세계를 불변하는 요소들의 구성으로 보는 유럽인의 시각과 세계를 변화, 생성하는 기의 흐름으로 보는 동아시아인의 시각의 차이를 반영한다. 서양 회화의 추상성은 형태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중국회화/동양화의 추상성은 선의 변화무쌍한 운용을 통해 추상성을 드러낸다. ● 이선원의 선은 표면을 분할하고 여러 공간, 시간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지시한다. 산과 나무와 폭포의 형상, 풀과 꽃들이 어른거리며 출몰한다. 주름과 접힘으로 인해 이미지는 굴절을 겪는다. 요철의 화면, 주름을 거느린 표면은 색 층을 달리하면서 평면에 보다 많은 변화를 동반하고 명/암의 대비를, 그림자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것은 납작한 평면과는 달리 보는 이의 시선, 거리, 움직임과 시간에 따른 여러 변화양태를 동반한다. 지속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타는 풍경이자 그 변화 속에서 대상을 응시하게 한다. 자연을 리드미컬한 율동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목도하게 한다. ● 또한 작가는 미리 의도된 목표를 지우고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사건을 그림의 피부 안으로 수렴한다. 재료들 스스로가 짓는 표정과 삶이 작품이 된다. 작가의 계획과 의도 아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재료 사이/틈에서 작가의 작업은 구현된다. 어느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의 경계가 비로소 작업을 만든다. 사실 모든 그림은 우연의 소산이다. 실제로 그림은 물감에 의해서, 재료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왜곡된다. 이선원의 작업은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를 가지고 자연의 존재를 자연스레 누출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 우연성과 우발성이 함께 한다. 나무와 펄프,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작업에 다시 물감의 우연적인 삼투와 번짐의 효과가 얹히면서 자연스러움, 의도되지 않는 방법론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우연성은 생명체가 지닌 흐름, 기세를 반영하고 자연이 보여주는 편안하고 지극히 소박한 아름다움에 바쳐지고 있다. ■ 박영택

Vol.20211119g | 이선원展 / LEESUNWON / 李善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