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

이진경展 / LEEJINGYUNG / 李眞京 / painting   2021_1210 ▶ 2022_0424 / 월요일,1월 1일,2월 1일 휴관

이진경_제사상_96×134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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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1_1218_토요일_01:00pm

작가와의 대화 「헤치고 흐르고」 / 임정희(미술 평론가) 2021_1218_토요일_02:00pm 역사 강의 「고암 이응로의 한국 현대사」 / 배기성(역사 강사) 2021_1218_토요일_03:30pm 천도재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 강노심 법사 2021_1219_일요일_10:00am

주최,주관 / 홍성군_이응노의 집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1월 1일,2월 1일 휴관

이응노의 집 La Maison de Ungno Lee 충남 홍성군 홍북읍 이응노로 61-7 3,4전시실,기획전시실 Tel. +82.(0)41.630.9232 www.hongseong.go.kr/leeungno/index.do

홍성군 이응노의 집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에서 2021년 마지막 전시로 제5회 고암미술상 수상 작가인 이진경의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가 개최된다. ● 이응노의 집에서는 2012년부터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예술혼을 기리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고암미술상'을 제정해 격년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제5회 수상 작가로 "한글 문자를 활용한 독특한 서체의 맛"을 살려 "회화, 오브제 및 다양한 장르, 매체를 넘나들며" 예술과 생활의 관계를 다각도로 탐구해 왔다는 평가를 받은 현대 미술가 이진경이 선정되었다. (인용은 2020년 심사 총평) ● 고암 미술상의 부상으로 주어지는 이번 이진경展은 2011년 개관한 이응노의 집 개관 10주년과 맞물려 더욱 뜻깊게 준비되었다.

고암 이응노를 고향 홍성으로 다시 모시기 위한 130여 점의 신작 ● 이진경의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는 수상 작가인 이진경이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해 고암 이응노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도록 의도하고, 이응노의 집 전시 공간에 맞추어 새로 작업한 신작들을 위주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상 작가전과 크게 다른 특징과 의의가 있다. ● 이를 위해 작가는 수상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이응노와 그의 삶에 드리운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 그리고 그의 고향인 홍성을 이루는 지리 인문 요소들을 작가 특유의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충청도 땅에서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땅을 밟으며 만나고 익힌 물산과 민속들을 엮어 작가의 고유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을 공간과 일체화되게 선보인다. 무려 260점을 헤아리는 전시작 중 절반 이상인 140여 점이 지난 1년간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수상 직후부터 1년여 엄청난 집중력으로 필력을 쏟아냈다.

전시 제목에 담긴 뜻-'먼 먼 산'은 어디인가 ● 전시 제목은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이며, '먼 먼 산'은 근대 시인 김소월(1902~1934)의 「합장」에서 모셔온 구절이다. 산은 우리 나라 땅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섬은 바다 밑 땅에 솟은 산의 봉우리다. 산은 단단한 바위를 품고, 그 바위 밑에는 뜨거운 불꽃이 있다. 백두산과 한라산은 그 불꽃의 흔적이다. 어린 이응노를 위로해 준 배움터, 늙은 이응노가 프랑스에서 가장 그리워한 기억은 고향의 용봉산과 월산이었다. 고지도는 산 그림이다. 산은 사라진 호랑이고 반달곰이다. 산은 솟아 있고 살아 있다. 조상들은 죽어 산에 묻혀 우리를 보듬어 준다. 그리운 이들이 산에 있다. 우리는 문득 그리운 마음이 들 때 먼 산을 보고, 그 마음이 치솟아 어쩌지 못할 때 산에 오른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아리랑 고개를 넘는 일이었다. 산을 짓는 일이었다고 해도 좋다. '먼 먼 산'은 가려고 해도 갈 수 없는 북녘의 산, 백두산과 금강산이며 죽은 자들이 간 곳이다. 이응노에게 대나무와 사람과 문자가 하나로 얽히듯, 이진경에게 산과 싹과 불과 획은 하나로 솟는다. ● "김소월의 시 중에 840편이 일본 총독부에 의해 불태워졌고 200여 편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너무 쉽기 때문에 노래로 만들기도 좋아 여러 곡의 노래가 김소월의 시로 만들어졌습니다. 쉬운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제 그림도 쉬워요." (이진경)

이진경의 작업 세계-글씨와 그림은 하나의 붓이다 ● 이진경은 한국의 일상 곳곳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이진경체'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미술가다. 작가는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페인트붓으로 쓴 간판에서 영감을 얻은 서체를 화폭 속으로 끌어와 회화-서예의 영역을 아우르고, 이런 작품들을 여러 점 병치해 회화-설치 작업을 구현한다. 전시장과 일상 공간을 구분짓지 않고 넘나드는 작가의 이러한 활동은 예술이 지닌 분리와 위계를 무색하게 해, 주류 미술의 권위에 좀처럼 포섭되지 않고 독자적 세계를 형성해 왔다. ● 간판이 그렇듯 호소성 짙은 글씨들은 표어나 구호문이 되기도 하고 명패가 되기도 한다. 이름 불리지 않던 주체들, 우리말의 다양한 발음과 낱말과 음보들을 작가는 작업 속에서 또박또박 (형상으로) 불러 준다. 글씨로 가득한 그의 화폭은 그 자체로 조형적이거니와, 감상자는 글씨를 의미 없이 형상으로 보거나, 스스로 각자의 토끼와 고향을 떠올릴 수도 있고, 조국, 거짓말, 어제 등 무형의 대상을 마음 속에서 형태 없는 느낌으로 떠올릴 수도 있으며, 그 글(씨)들끼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결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관람객들은 그림과 대화하며 각자의 기억과 감각을 살려 낸다. ● 이름으로-한글이라는 기호로- 대체된 형상들이 이진경 작업의 한 축이라면, 전통 서화와 민화의 태도를 계승한 필획은 작가의 또 다른 세계다. 그림과 글씨를 넘나드는 붓질은 형사와 사의의 도식적 이분법을 넘어서 동양의 고유한 필획의 기세를 진정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대나무와 서예의 경계를 넘어섰던 고암 이응노의 태도, 이 땅 곳곳을 유랑하며 사람과 풍경을 사생해 문자 추상과 군상에 가 닿은 이응노의 세계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 "찰나에 긋는 것은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내가 개입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 그리는 것이다. 아마 그 순간이 무위일까? 항상 터질 준비가 된 채로 사는 것." (작가의 말 중에서)

이진경의 작업 세계-우리 땅, 맵씨의 마음결과 생명력을 품어 키우다 ● 이진경의 작업은 비단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 생태, 지역, 역사, 문화 정치 등 삶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와 의미들을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목소리로 담아내 왔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상처 받은 동물, 토종 식물, 씨앗, 사람, 태도, 노래, 민요는 모두 이진경이 작가로서 품어 치유해 온 것들이다. 작가는 그것들을 치유하지만, 그 작품을 통해서 감상자는 약해서 잊어진 듯했던 이 땅의 이름과 가락들을 만나 치유를 받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이 땅의 자연과 가족, 개인들의 마음 속에 드리운 근대사와 정치의 상처는 작가가 늘 화두로 삼아 온 주제였다. ● 특히 이진경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고지도를 연구하고 재해석하며 한반도 물산 지도를 다시 그려 왔다. 한반도 각 지역의 기후, 풍토, 물산, 전설, 공예, 장소, 민속, 문화 등을 깊이 익히고 사람들을 만나 자료를 얻어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조형을 창출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고지도들은 이 연작의 일부로, 전시로서는 처음 소개된다. ● 김종길 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을 '산 그림'이라 지칭한 바 있다. 작가의 글씨와 그림이 살아서 전시장과 광장과 시장과 안방을 맴돌듯이 이쪽 저쪽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인 듯 하다.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사람들와 어울리길 바라는 글씨이자 그림이며, 고암 이응노가 추구한 가치와 닮아 있다. ● "이진경의 작업에서 주요한 초점이 되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과 아는 방식을 우리가 느끼는 방식과 우리가 행동할 방식에 관련시키는 창발성이다. ... 통일된 자아 또는 중앙 집중화된 자아 같은 것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식물처럼, 어떤 '나'도 어떤 주체도 주장하지 않고, 지형적 대상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연결되고 관계 맺고 상호 작용하고 상호 의존적인 생명 또는 삶의 기운." (임정희, 미술 평론가)

이진경_목숨수_122×61.5cm_2021

전시 공간 기획 의도-확장된 전시로 고암의 넋을 부른다 ● 이번 개인전은 전시장뿐만이 아니라, 전시장 밖 외부로까지 공간을 펼쳐, 미술에서 역사/신화로의 확장, 이응노의 마음결을 살려 치유하도록 작가 스스로 기획했다. 즉 이응노의 집이라는 특정한 장소, 이 장소를 아우르는 전시 기획 자체가 이진경 작품이 된다. ● 우선 외부에 설치된 부표 작업은 이응노와 이진경을 연결해 주는 증표이다. 이응노는 생전에 고국에서 철저히 상처받고 배제되었다. 타향에서 타계하여 아직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며, 홍성 이응노의 집은 그 뜻을 기려 세워졌다. 이 의의에 비추어 이진경은 이응노 화백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 「설위설경」을 준비했다. 설위설경(設位設經)은 홍성과 태안 일대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 온 민속 유산이다. 강노심 법사가 설경(說經) 앉은굿으로 평생 잡귀를 물리치고 죽은 이를 달래어 왔다. 이진경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홍성에 내려와 설위설경의 진법을 배웠고, 전시의 일부로서 강노심 법사와 함께 천도재를 지낸다. 이는 이응노의 천도이기도 하지만, 동학-독립운동-분단-동백림 사건-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이응노가 그렸던 군상 속 수많은 이들의 천도이기도 하다. "절두" "불꽃" 등 새로 선보이는 연작들은 강렬한 필치로 이 주제에 관해 한국인들의 마음 바닥에 깔려 있던 지점을 건드린다. ● "힘 가진 자들이 그냥 호락호락 나눠 줄 리 없는 자유나 힘을 장두가 흘린 피값으로 얻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졌거나 나아지겠죠. 피흘린 자리마다 생명을 상징하는 풀을 그렸어요. 생명을 상징하는 꽃도 설치합니다. 성주꽃이고 생명꽃입니다." (이진경)

이응노의 집 10주년을 기념하고 역사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는 화해와 치유의 장 ● 야외 외벽(북카페) 한쪽은 작가가 직접 쓰고 제작한 간판 작업(설치)으로, 한글 문자를 활용한 이진경만의 독특한 서체로 재구성했다. 실내로 들어오면, 이응노의 집 전시홀 전체에 설위설경을 설치해 한을 품고 죽은 이들을 부르는 초혼의 무대로 구성된다. 강노심 법사 외 지화 장인 정용재의 지화, 이진경의 라면 꽃 등으로 천도재의 재단이 차려진다. ● 전시홀을 둘러싼 각 전시 공간은 "개울물 흐르고" (제3전시실), "불꽃을 이고 앞장선 사람" (제4전시실),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기획 전시실)라는 소주제별로 나뉜다. "개울물 흐르고" (제3전시실)는 이 땅의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작품들, "불꽃을 이고 앞장선 사람" (제4전시실)은 동백림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를 풀어낸 작품들이며, 마지막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기획 전시실)에서 이들 모든 생명들을 위한 제사를 지내는 구성이다.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가는 복도에는 108 촛불 등불이 설치된다. 회향의 등불이자 각자의 깨달음을 촉구하는 등불, 민주와 평화의 촛불이기도 하다. ● 그야말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이응노의 집 건축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샅샅이 살려 낸 전시다. 이진경의 1990년대 작업부터 신작까지를 통틀어 다시 살피고 새로운 주제로 구성해 낸 이번 전시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작가가 다양하게 확장해 온 드넓은 우주를, 그리고 그것이 하나로 이어지고 서로를 비추는 만다라를 확인할 수 있다. ●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두 곳의 '창'을 꼭 기억해 둬야 한다. 하나가 전시장 입구에 있는 '큰 창'이고, 다른 하나는 기념관 뒤에 있는 '작은 창'이다. 이번 전시는 가로막힌 창을 통해 고암의 영혼을 통과시키고,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넋을 기리는 것이 실내 전시에서 보여주는 공통된 주제이다.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을 건축한 조성룡(건축가)은 "이곳을 고암 이응노 화백의 묘소로 볼 수 있다."라며 건축적 의미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2021년. 그간(10년간) 묵은 기다림을 환기(換氣)하고, 타향에서 타계한 이응노를 환기(喚起)하는 것이 '창'의 역할이다." (정보경, 이응노의 집 학예사)

이진경, 사람이 먼저다-다양한 주제로 확산되는 프로그램 ● 한편, 전시 기간 중 이진경 작가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전시장에서 새로운 각성의 판을 벌인다. 우선 12월 18일 오프닝 행사에 맞춰 작가와의 대화 「헤치고 흐르고」(평론가 임정희)가 마련된다. 오프닝 음식상은 작가의 벗 변산노을이 '다 살리라'라는 제목으로 차린다. 또한 역사 강사 배기성의 강연 「고암 이응노의 한국 현대사」가 이어진다. 12월 19일에는 강노심 법사의 천도재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가 펼쳐진다. 전시 기간 중 정용재 장인의 「지화 교육·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응노의 집을 설계한 건축가 조성룡, 설위설경 강노심 법사, 역사 강사 배기성, 지화 장인 정용재 등은 이진경과 지난 2년간 깊은 대화와 교감 속에서 함께 전시를 준비해 왔다. 이 협업의 과정 또한 영상으로 전시된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와 없는 이들, 홍성 주민과 외부의 방문객들이 모두, 전시 기간 중에 각자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익히며 서로를 비추고 보듬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 기간 중 이응노의 집 10주년을 기념하는 이응노 아카이브 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기념의 뜻이 더욱 깊다. ● "역사 강의, 천도재가 제일 중요하고요, 이것이 잘 된다면 그 뒤에서 제 그림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디오 작업으로 민요, 윤이상 선생님 곡, 항일 운동가, 동요, 자연 소리 등 전시 공간에 스피커를 배치해 내내 틀어요. 200곡 정도 되요. 이 노래들을 묶어 제목을 붙혔어요. 「무수한 사람 무수한 노래」 입니다." (이진경)

제5회 고암 미술상 수상 작가전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에서 이진경은 기존 성과의 정리를 넘어서서 새로운 지평으로 넘어간다. 그것은 이 시대 예술과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상을 모색하는 험난한 시도이기도 했다. 한 작가의 개인전을 넘어서 고암 이응노와의 대화, 더 나아가 한국 근현대사의 예술을 통한 치유로 초대한다. 생명과 평화의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는 굿판이 2021년 신축년 겨울 홍성에서 펼쳐진다. ■ 이응노의 집

Vol.20211210a | 이진경展 / LEEJINGYUNG / 李眞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