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동선언

Joint Declaration of Death展   2021_1229 ▶ 2022_011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유경_백다래_송주형_최정은

총괄기획 / 구지은 아이덴티티 기획 / 조재원 평론 / 배민영

후원 / UNIST(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Sciencewalden.org) 아티스트캔버스(artistcanvas.net)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나인 SPACE 9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739 (문래동2가 4-2번지) 2층 Tel. +82.(0)2.6398.7253 www.facebook.com/space9mullae

공중은 생각한다. 고로 죽는다. ● 이 전시는 그간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도모해온 사이언스월든의 마지막 전시로서 2021년 연구 주제인 '죽음'의 개념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끝'과 같다고 여기곤 하지만, 끊임없는 끝과 시작이라는 의미로 보는 견해도 있다. 본 전시의 아이덴티티 기획을 맡은 조재원 센터장은 "가장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오히려 끊임없이 죽어야 한다."고 선언적 고백을 하였으며, 삶의 속도, 시간성의 방향에 대해 더 많은 가능성의 언어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한다.

최정은_반복되는 타살_자석, 코일, LED, 레진 및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최정은_반복되는 타살_자석, 코일, LED, 레진 및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1
최정은_반복되는 타살_부분
송주형_나는 한 번도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_1_ 석고보드, 퍼티, 아크릴 거울, 프로젝션 맵핑_90×180cm(가변설치)_2021
송주형_나는 한 번도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_1_ 석고보드, 퍼티, 아크릴 거울, 프로젝션 맵핑_90×180cm(가변설치)_2021
송주형_나는 한번도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_1_ 석고보드, 퍼티, 아크릴 거울, 프로젝션 맵핑_가변설치_2021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생각이라는 것을 가장 복잡하게 하는 인간에게 있어 '죽음'은 매우 막중하고 불가역적인 이미지로 통용되기에 그것을 차라리 회피하거나 망각하고 사는 것이라는 해석은 이미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개념이 동물적이거나 즉각적인 방어 기제로 체화되어있기만 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 습관과 의식, 그리고 제도 안에 철저히 스며들어 있음이 때때로 자율과 타율을 막론하고 환기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여기 죽음이라는 개념을 마주한 네 명의 작가가 있다. 이들은 전시라는 행위로 더욱 특별해지지만, 한 편으로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주체'가 되어 죽음에 대해 탐구하고 통찰해온 바를 표현하거나, 새삼스럽게 이 프로젝트로 인해 개념의 범주와 활용을 마주하게 되는 태도를 보여준다.

백다래_내 삶을 소거하는 방법_2채널 영상, 라이트박스_가변설치_2021
백다래_내 삶을 소거하는 방법_라이트박스 5개_270×210cm_2021
백다래_내 삶을 소거하는 방법_2채널 영상_00:26:36_2021
김유경_무무명(無無明)_한지에 먹_194×651.5cm_2021
김유경_무무명(無無明)_한지에 먹_194×651.5cm_2021
김유경_무무명(無無明)_부분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흥미를 느낀 부분은, 각자의 작업이 죽음 개념에 천착되어온 것이 아니고 이번에 제안된 측면에 있어 어느 정도 주제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간의 관성과 개성을 놓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정과 변화의 공존이야말로 살아 있는 채로 생과 사의 병존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두 번째로 흥미를 느낀 부분은 타이틀이다. '공동 선언'은 굉장히 묘한 개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거의 정치 외교 용어로 쓰이는 것이어서 아트 프로젝트에 이를 차용한 자체가 생경한데, 단어와 조합을 들여다보고 작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간다. 우선 '공동'이라는 말은 '공통'과 달라서, 강력하게 꿰어졌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연대에 전제한다. '함께 하거나 관계하게 됨'을 의미하는데 그 주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언급하려고 한다. '선언' 역시 그간의 갈등을 봉합 짓는 기능으로 많이 쓰이나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느냐를 반증하기도 하는 언어적 표상이다.

죽음 공동선언 Joint Declaration of Death展_스페이스 나인_2021
죽음 공동선언 Joint Declaration of Death展_스페이스 나인_2021
죽음 공동선언 Joint Declaration of Death展_스페이스 나인_2021

이렇게 볼 때 '죽음 공동 선언'은 사망 선고나 진단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이 개념을 느슨하게, 그리고 정신적 측면에 더 집중하게 함으로써 예술적 확장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상당히 정형화된 이미지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개인적 관념을 충돌시켜보기에 용이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혀 있는 개념이 아닌 호환성을 가진 주제로서 또다시 돌아온 '연말'이라는 종결의 시간을 새로운 시작으로 전환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앞서 유보해 둔 '공동'의 주체가 공중(公衆)이라는 점이다. 작가와 관객은 생각하는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화된 죽음을 끄집어내고 의식적으로 토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삶이 그렇듯, 죽음 역시 상대적으로 금기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당위이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배민영

Vol.20211229e | 죽음 공동선언 Joint Declaration of Death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