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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예展 / NAMJUNGYE / 南貞禮 / painting   2022_0103 ▶ 2022_0211 / 주말,공휴일 휴관

남정예_은밀한 대화_한지에 채색_79×5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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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KT&G 대치 갤러리 KT&G Daechi Gallery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16 1층 Tel. +82.(0)2.2014.2017 www.sangsangmadang.com

미래를 약속하는 언어, 남정예의 예술세계 - 1. 끝없는 평온과 깊은 자유 ● 이우환은 조선시대의 민화에서 끝없는 평온함과 깊은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민화를 표현하는 미학적 언어 가운데 이우환이 말한 '평온'과 '자유'란 단어 보다 더 명료한 표현을 보지 못했다.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물질적 상상력에서 말하는 대지(大地)나 물(水)에서 만나는 관조와 휴식으로서의 미적 경험이 민화의 본질적 언어와 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 남정예의 예술세계는 이러한 평온과 자유를 넓고 깊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화조, 책가, 영모, 십장생에 이르기까지 경계 없이 다채로운 민화의 화목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민화교육자로서의 역할은 민화가 대중예술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남정예_꿈꾸는 호랑이 2_한지에 채색_54×52cm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민화의 생로병사, 길흉화복에 관한 상징성과 염원에 관한 서사성은 그 독특한 예술적 미감을 형성했다. 명료한 형태와 간결한 구도, 오방색의 적절한 구현, 채색의 두께감은 민화의 조형적 특징이다. 본뜨기, 바림질, 역원근법 등과 같은 그리기의 방식은 형태의 본질적이고 정신적 세계를 구현하는데 최적화된 회화기법이다. 사실 이러한 기술을 익히는 데에는 오랜 미적 경험을 필요로 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미적 경험 속에서 아티스트로의 성장이나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계승자로서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남정예_모란 바라보며_한지에 채색_74.5×63cm

남정예의 작품에는 뚜렷한 자기 표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민화의 내용과 형태의 현대적 고찰과 극대화인데, 이는 안에서 밖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향하는 조형에 관한 작가의 근원적 성찰이라 하겠다. 사실 이러한 해석의 과정에서 과감한 단순성과 시원한 여백의 운용, 푸른색 계열이나 핑크색 계열의 색조가 강화되는 모습에서 과학성이 가미된 디지털아트에로 근접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들은 호작도나 달항아리, 십장생도, 책가도와 같이 화목을 불문하고 드러난다. 복숭아가 호랑이와 결합하거나 십장생의 도상을 과감하게 생략시킨 소나무, 화면을 가득 채운 괴석모란도, 전통 도상의 미술사적 가치를 집대성한 듯한 붉은 책가도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완전히 다른세계로서의 민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교(新橋), 천총(淺蔥), 홍매(紅梅), 모단(牡丹)과 같은 감성의 울림폭이 큰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가의 작품들에는 기쁨, 행복과 같은 표정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란도나 바위 등에는 고운 색 덩어리와 같은 붓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진 것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붓이 남긴 흔적들은 형태의 외연이나 여백에 산재하는 것을 발견 한다. 이것은 작가만의 뚜렷한 자기 양식인데 이러한 흔적들을 찾는 묘미는 재료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작가의 화면처리 방식은 평면성이 강한 전통회화가 공간과 형태에 관한 본질적 물음, 정신적 방법을 제시했던 마티스(Henri Matisse)나 파울 클레(Paul Klee)와 같은 작품의 어느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남정예_우리들의 봄_한지에 채색_74.5×63cm_2021

2. 민화작가에서 메타작가로 ● 남정예 작가가 구현하는 꽃과 나비, 책가도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장자의 물아(物我), 좌망(坐忘)과 같은 물질과 정신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근작에 이를수록 더 다채롭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웹3.0시대, 메타버스 시대에 들어서는 우리들에게 작가의 기쁨과 행복의 몸짓들로 가득한 무한 상상력을 끌어내는 조형은 흥미롭기 까지 하다. 그것은 바로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나 데리다(Jacques Derrida)가 구체화시켜왔던 현대 정신성의 본질적 형상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기표와 기의가 단단하게 결합되어 왔던 전통의 세계에서 기표와 기의를 분리시키고 무한 상상의 세계, 형태의 해방, 상징의 해방, 정신의 해방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정예_랑이의 봄_한지에 채색_2021

민화는 모든 형태가 둥글다. 일월오봉도의 파도를 보라. 둥근원이 중첩된 반복된 형태는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십장생도나 화조도의 바위를 보라. 모란도나 국화, 자연에 피어있는 각양각색의 꽃들을 보라. 비로소 우리는 민화의 형태는 어떤 형태보다도 정돈되고 강력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가진 '원(circle)'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원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대자연이 가진 속성의 상징'이라 설명하고 있다. 원의 둥금은 두 개의 유사한 힘의 대립과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명이 창조되는 생산적 긴장감의 형태라고 말한다. 이로써 원의 세계로 완성된 민화의 도상들이 어떤 세계로도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의 형태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의 확인과 미적 완성에 작가 남정예가 자리하고 있다.

남정예_호기심_한지에 채색_58×44cm

『화엄경』이나 『장자』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현대문화운동의 목적은 그것의 기술적 구현을 가능케하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 했다. 메타버스는 과학기술이 보여주는 정신세계의 자유와 해방인 것이다. 그 무엇도 창조할 수 있는 세계,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형의 기초가 민화의 조형언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조형에 남정예의 예술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도상과 상징의 견고한 결합을 분리하고 해체시킨 남정예의 조형세계는 회화로 보여주는 초월적 세계에로 나아가는 정신의 예술이다. 강화된 핑크, 자주, 청색의 신비롭고 매혹인 조형에서 무한의 자유를 느낀다. 비로소 우리는 작가의 현대성의 확보가 현대정신세계가 갈구하던 초월적이고 우주적인 예술세계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것은 긍정, 희망, 미래와 같은 언어를 약속하는 치유와 영혼의 세계인 것이다. ■ 박옥생

Vol.20220103c | 남정예展 / NAMJUNGYE / 南貞禮 / painting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