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민주_김시현_김자옥_김정우_김현호_남정근 류은미_박다현_설고은_우덕하_유혜민 이지후_이향희_조규빈_차유나_허수인
기획 / 아트만_스테어스
관람시간 / 10:00am~12:00pm / 01:00pm~03:00pm 04:00pm~06:00pm / 2시간 관람 후 1시간 방역 / 월요일 휴관
수창청춘맨숀 SUCHANG YOUTH MANSION 대구 중구 달성로22길 27 Tel. +82.(0)53.252.2566~70 www.suchang.or.kr
『Hoxy, 당근이세요?』는 타이틀에서도 드러나듯이, 다소 유희적인 측면으로 접근한다. 알려진 바대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정 플랫폼을 지시하는 것이 아닌, '중고거래'라는 사회현상에 대해 주목한다. 다양한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이미 온라인을 넘어 실제와 가상을 잇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바로 판매자와 구매자이다. 이와 같은 판매자와 구매자는 동시대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일반적인 형태의 판매구조와는 다르게 일반인들끼리의 거래활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형태는 동시대 현대인들의 생활패턴과도 많이 닮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물건을 비움으로써 여유와 가치를 찾는 미니멀한 삶의 형태, 각각의 사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맥시멀한 삶의 형태, 사람들은 각각의 방향성에 따라 자신에 맞게 삶의 형태를 재단한다. ●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듯이 오늘날의 사회는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고, 그 안에서도 개인의 '환경', '취향' 등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 속에서 무엇이 옳은 방향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전시 또한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사유방식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주관적인 문제가 되었을 때, 피아가 구분되고 대립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은 인류사적으로도 몇몇의 커다란 사건들을 통해 증명되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야 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측면을 기준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확인되는 현대인들의 삶의 형태 중 크게 이분화되는 형식의 맥시멀과 미니멀적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한다.
먼저 '맥시멀리스트'는 생활양식에 있어 채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맥시멀은 자본주의, 소비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결국 이것이 지시하는 방향은 '소유', '수집', '가치' 등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 중 맥시멀 섹션에 참여하는 7인의 작가들은 보편적인 소유개념인 사물을 넘어 일상, 풍경, 기억, 감정 등을 수집하고 소유하고 사유하는 태도를 각자의 작품으로써 드러낸다. ● 권민주 작가는 주변의 인물, 풍경, 사물 등 일상적 소재로 비롯되어 수집된 개인적 경험의 집합체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류은미 작가는 일상 속에서 오가는 언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감정들에 주목하여 하나의 상징적 단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주파수의 형태로 시각화한다. 이지후 작가는 말이 모두 담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의 부분들을 신체로 드러나는 감정의 언어인 '몸짓'을 통해 더욱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냄으로써 몸짓이 담아내는 감정에 주목한다. 앞선 작품들이 실제로 소유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수집이었다면, 김자옥 작가는 보다 직접적으로 사물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낸다. 작가는 캐릭터 빡고를 통해 그가 소유하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 애정하는 것들을 한곳에 모아 그만의 이상향을 작품으로 구현한다. 한편 설고은 작가는 미디어가 그에게 남기는 사색과 잔상의 감각적인 형상들을 시각화한다. 그곳에서 수집한 무수한 정보들은 작가의 내러티브 속에서 중첩되고 뭉개진 덩어리로 잔존한다. 박다현 작가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며 상징적 의미로 작용하는 '기억이 담긴 사물'들을 통해 지나온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나의 모습을 상기한다. 작가는 이것들의 소유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방증하고 있다. 맥시멀 섹션의 마지막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향희 작가는 서랍장에 기억 속 장면을 분류하여 보관하는 과정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기억들을 수집한다. 관람객은 소유하고픈 개인의 기억을 기록하여 서랍장에 함께 보관할 수 있으며 이 경험을 통해 소유의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미니멀리스트는 방대한 수집, 그럼으로써 얻어진 과밀도를 내려놓고 조금씩 비워가며 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만을 남기는 사람이다. 이들은 비움을 실천할수록 그동안 과열된 데이터에 의해 보이지 않던 근본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미니멀 라이프가 소유에 가치를 둔 맥시멀적 삶이 선행된 이들의 지향점이 변화하면서 형성된 삶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미니멀리스트 작가들의 작품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얻어지는 본질적 가치를 예술의 시각에서 다루어보고자 하는 시도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서 맥시멀 섹션에서 이루어진 '소유'는 미니멀 섹션으로 유연하게 연결되며 천천히 비워진다. ● 차유나 작가의 '가장 단순한 여행 계획'이라는 실험은 여행의 빈도수가 잦아질수록 단출한 짐을 꾸려 떠난다는 결과로 도출된다. 이는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유혜민 작가는 '쁘띠삐에'라는 상상 속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생츄어리'라는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본질적인 안식을 얻는다. 이는 미니멀리스트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규빈 작가는 자신의 관점을 세 곳으로 나뉜 공간에 각각의 개체군을 위치시킴으로써 표현하는데, 세 공간은 마치 하나의 '숲'을 이루는 것처럼 연결되고 공생한다. 김현호 작가는 천으로 화면을 닦아내어 점차 형상을 도출하는 영상을 통해 가치는 보이지 않더라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한다. 김시현 작가의 작품에서 '점'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우주의 블랙홀로 변모한다. 모든 것은 1에서 0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근본의 가치를 좇는 과정이다. 우덕하 작가는 극도로 제한된 정보로 '기다림'을 이미지로 드러낸다. 이는 기다림이 끝나는 시점이 무한히 확장되는 가능성을 내포하며, 우리가 보는 동시대를 전지적 시점으로 전환시킨다. 김정우 작가의 다양한 사물들의 쓰임새를 변모시키는 작업 방식은 가치는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고착화된 성질에서 탈피하여 궁극적인 존재의 본질을 탐구를 말한다. 남정근 작가는 잡종적이고, 절충적이며 모호한 요소들을 단순화하여 드러낸다. 이는 불분명한 요소들이 가지는 균열을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내어 일상의 단면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니멀리즘의 개념은 '비움'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하여 '본질', '관계' 등의 요소까지 확장되는 가능성을 지시하고, 반대로 맥시멀리즘의 개념은 '채움'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하여 '수집', '소유' 등의 요소까지 확장되는 가능성을 지시한다. 이렇듯 두 그룹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미니멀과 맥시멀, 이 두 가지 요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편 가르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밝힌다. 오히려 여러 작품들로 다양한 방식의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반대편에서 전시되는 작품의 내러티브와 공명하여 거래하듯 이해와 화합의 형태를 끌어내고자 한다. 결국 '중고 거래'는 판매자나 구매자 한쪽만 있어서는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라는 것이 상호간의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Hoxy, 당근이세요?』프로젝트는 오늘날의 현대인들, 그리고 사회가 작동되는 시스템을 단면화하여 들여다보고, 전지적 시점에서의 동시대 고찰을 목표로 한다. ■ 강아림_태병은
Vol.20220107f | Hoxy, 당근이세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