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무강(萬壽無疆) 비지니스: 약주방(藥酒房)

김홍빈展 / KIMHONGBIN / 金弘斌 / installation   2022_0112 ▶ 2022_0130 / 월,화요일 휴관

김홍빈_약술6_ 인삼, 블로잉담금주병, 천연밀납, 오동나무상자_21×7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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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1 PLACEMAK1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8 동진시장 내 Tel. +82.(0)10.9838.5768 www.placemak.com

유병장수시대, 불행한 우리를 위한 '살'가운 감각 ● 김홍빈 작가는 남성이다. 그런데 이만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물렁물렁한 남성도 드물다. 그의 〈슈퍼히어로〉(2009) 의상은 어찌나 흐물거리고, 또 그의 〈페호〉(2015)는 어찌나 흐늘거렸는지,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을 정도다. 자신이 단단한 남성이라는 걸 과시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그는 꽤 고단한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지금, 여성성을 꽤 많이 가진 이 남성의 지위는 왠지 더 애매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그가 변증법적인 발전의 서사를 가진 '현대미술'을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수석이나 민화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을 했던 것도 벽사나 불로장생을 비는 용도였던 미술의 잊혀진 기능을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자양강장(2015)과 불로장생(2016), 그리고 만수무강(2022)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젝트는 그러니까 삶과 죽음에 더 가까웠던 미술을 위한, 감각 갱생의 일환이자 좁은 미술사에 대한 반기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자본상품과 예술작품을 혼동시키는 고도의 작업을 포함한다.

김홍빈_약술5_ 인삼, 블로잉담금주병, 천연밀납, 오동나무상자_20×7cm_2021

약효가 좋다는 비싼 담금주를 사놓고 마셔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해가 될 즈음, 김홍빈은 유리병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가가 흐르는 유리를 이리저리 다듬는 동안에도 바이러스는 더 강해지고 기후위기에 따른 각종 재해도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렇게 '만수무강'은 작가뿐 아니라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는 혼자서 조용히 종말을 맞이하려는 현자마냥 철마다 나는 약재들로 담금주를 만들었다. "백봉령 사향 오미자 회향 당귀 천궁 강활 목통 감초" 중에서도 제일인 약재는 사람과 닮은 '인삼'. 노인처럼 구부정하게 녹여낸 유리병, 그리고 직접 만든 구부정한 유리병에 인삼과 소주를 담고 밀랍으로 봉했다. 똥이나 공기보다는 '술'이 더 '예술'적이지 않나. 더구나 병이 작가의 손을 거쳤고 말이다. 이건 예술이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한 최고히트상품 되시겠다. 그 자체로 작품인 '약주병'은 민속학의 고증을 거친 재료, 오동나무로 만든 상자 겸 좌대에 올려졌다.

김홍빈_약술1_ 인삼, 멜팅변형담금주병, 천연밀납, 오동나무상자_41×22cm_2021
김홍빈_약술3_ 인삼, 멜팅변형담금주병, 천연밀납, 오동나무상자_38×17cm_2021

작가는 인삼 모양의 지압 슬리퍼를 만들어 "인삼니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 슬리퍼를 슬쩍 지르밟으면 오장육부가 '꿈틀'하며, 전신이 살아나게 될 터다. 인삼주와 함께 잔대 탱자 솔방울 복분자 와송 천문동 등으로 만든 다채로운 빛깔의 담금주는 임인년 한 해 건강을 책임져줄 어벤저스 약주들이다. 〈페호〉와 '헤어진 옷'으로 밖-갗의 감각을 자극하더니만, 이제는 뜨거운 술로 내장을 자극한다. 자, 뛰는 인삼, 춤추는 인삼, 점프하는 인삼, 인생 포기한 인삼 등등이 있으니, 자신과 궁합이 맞을 것 같은 친구 하나 데려가면 될 일이다. 사실 이 유리병 '만수무강'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현대미술'에서 기술이 약간 모자라는 것은 오히려 '예술 점수'에서 득이 되지만 작가는 유리를 정복해야 할 이유가 있다. 다음 작품으로는 뿌리부터 잎까지 전체 '산삼' 모양을 딴 유리병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유리공예 실력이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대칭을 논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김홍빈_인삼슬리퍼_우레탄, PVC_21×7cm_2021_부분

디렉터로서의 현대미술작가가 되도 되는데 굳이 유리작업까지 직접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구부정한 유리병을 보는 내내 따라다녔다. 작가 스스로도 그 이유는 모르는 눈치다. 물론 유리의 물성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한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말이다. 계속 의문을 품던 중 언뜻 생각난 가장 그럴듯한 단서는 '글로리홀glory hole'이라는 존재. 유리를 성형하는 동안 식으면 다시 붉은 용광로 글로리홀 속에 집어넣고 녹여야 한다. 그 다음 물렁물렁해진 유리를 꺼내 원하는 만큼 다시 매만지면 완성이다. 작가가 글로리홀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하나 세울 수 있는데, '글로리홀'이나 블로잉 작업 등이 '살'과 밀접한 다른 분야의 단어와도 연결되는 걸 생각하면 아주 틀린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그는 여성 없이 살을 창조해낸다. 살색 인삼 지압슬리퍼를 보아라. 그의 손에서는 살이 태어난다. 〈슈퍼히어로〉 슈트가 잘 뜯기는 연약한 살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가 왜 그렇게 분홍색과 살의 색을 좋아하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물렁한 남성은 젠더와 성 구분 모두 초극해버린다. 그에게 예술도 작품이고, 상품이고, 별 거 없이, 그저 삶을 감각하는 한 방식이 된다.

김홍빈_인삼슬리퍼_우레탄, PVC_21×7cm_2021
김홍빈_인삼슬리퍼3_우레탄, PVC_21×7cm_2021

그래서, 작품이야 그럴싸하지만, 자양강장과 불로장생, 만수무강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건강은 어떠한고 하니, 이것까지 알아야 그의 전시와 구호가 믿음이 가지 않겄냐, 이 말이다. 이거 알려도 되나 싶은데, 작가 나이가 내일 모레 쉰이다, 그는 동안 중의 동안. 5년 전 그의 불로장생 프로젝트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처럼 불행한 유병장수시대에는 약주방에서 그의 비결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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