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컨트 프로젝트 II

차이와 혼합展   2022_0117 ▶ 2022_0123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성순_김가연_김경미_김공주_박우상 신지영_정영희_정현순_조경진_조지원_최인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Goyang Aram Nuri Gallery Nuri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Tel. +82.(0)31.960.9633 www.artgy.or.kr

차이와 혼합의 예술생태계 ● 어느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생태계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천차만별인 식물군들의 혼합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오솔길 산책에서는 자연의 신비감이 묻어난다. 예술세계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무수한 개별 작품들의 공존 가운데 온갖 차이와 혼합의 파노라마가 전개되는 세계다. 그래서 예술의 본성이란 본래 정해져 있지 않아서, 하나의 본질적 진리로 환원된다기보다 상대적 다양함과 변화하는 차이들 가운데 진정한 본성이 자리한다는 깨달음이 든다. ● 절대주의를 불신하고 상대적 다양성을 주장했던 문예이론가 미하일 바흐친도 유사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씨앗과 가능성의 현존 앞에, 선택의 자유는 역사의 변화 생성이라는 수평선 위로 인간을 이끌어낸다. 거기서 자연 속 모든 요소들과 동식물 및 인간은 자연의 왕국을 통합하는 부분들이다. 인간은 닫히고 미리 만들어진 무엇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고 열려있는 존재이다.' 그의 산문학 중 "카니발이론"을 요약하는 이 말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인간군 즉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다원성과 상대성으로 간주한다. 본래 카니발문화는 중세와 근세의 엄숙한 공식문화에 대립되는 비공식, 비제도적인 문화 즉 동일성에 기초한 기존 지배문화에 억압되던 주변부 문화의 다양성이란 특성의 분출로 인식된다.

강성순_Red hope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162×130cm_2021
강성순_꿈의사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62×130cm_2021
김가연_형상2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21
김가연_형상6_캔버스에 유채_162×114cm_2021
김경미_어머니의 바다 12-11(Mother's sea)_ 캔버스에 혼합재료_117×91cm_2021
김경미_어머니의 바다 12-16(Mother's sea)_ 캔버스에 혼합재료_117×73cm_2021
김공주_마음에 있는_캔버스에 유채_160×130cm_2021
김공주_여기에 혼자 남아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21
박우상_不二法則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21
박우상_面壁하다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21

공식 문화가 강요한 규범 및 금기에 대립되는 탈규범과 탈질서의 위반, 그 결과 인출된 본성의 해방 공간인 카니발 생태계는 지배 진리와 공식 제도로부터 탈피한 개별 차이들과 혼합의 축제이다.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생활세계의 모든 계층 질서와 특권적 관계, 규범 및 금지의 파기를 수용하며, 배타적, 수직적 위계질서의 파기로 말미암아 평등한 다양함과 디오니소스적 무질서가 승인되는 유희의 공간인 것이다. 이를 위해 카니발의 예술가들은 역동적, 가변적, 유희적 성격의 창안과 상상력의 실천을 실행한다. 따라서 유쾌하고 멋진 상대성의 문화예술 한마당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패러디와 풍자, 차용, 차이와 반복, 거꾸로 뒤집는 역전과 배리背理 같은 은유와 반대의 표현법이 가능하고, 자연스런 본능의 유출을 허용하는 다양한 형식들을 볼 수 있다. ● 2022년 1월 17일, 아람누리미술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래디컨트 프로젝트 II, 차이와 혼합》 전시가 바로 그 같은 카니발적 예술의 특성들을 제시하며, 우리 본성의 지층들을 횡단하는 예술적 어울림의 장임을 자임한다. 여기 참여 작가들은 모두 상당한 작업 기간을 거친 미술가들이며, 각자 개성 있는 회화관을 표출하는 역량 있는 이들이다. 그 동안 많은 숲길을 오가며, 예술생태계를 연횡, 연접하면서 서로 가지각색의 차이를 보여준 작업을 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들의 작품이 일정 기준과 질서로 분류되지 않고 오히려 뒤섞여서 혼합과 혼성 상태로 배열된 점을 유념해주시길 바란다. 필자는 이들이 전개한 차이와 혼합의 형식 확장이 예술생태계의 한 성격이며, 동시대 미술계의 특징적 단면이라고 확신한다. 전시 작품들이 펼치는 다양한 경로의 감수성, 다양한 생각들의 혼합적 양태가 그야말로 동시대 회화의 다양성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이 범주 안에서 우리 시대 예술의 다중적 속성들은 반향되고, 개인의 상상력도 각양각색의 회화언어로 번역된 채 연접적 종합으로 제시되고 있다.

신지영_숲의 향기1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신지영_숲의 향기2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정영희_경계 속으로 숨어들기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88cm_2021
정영희_경계 속으로 숨어들기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88cm_2021
정현순_연결1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0
정현순_연결2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20
조지원_공존하는 도시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1
조지원_공존하는 도시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1
조경진_l'appel du vide-01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조경진_l'appel du vide-02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21
최인순_빛의 기원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21
최인순_빛을 담아내다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21

이 전시의 표제인 "래디컨트 Radicant"(N. 부리오가 자신의 'altermodern'을 규정하던 용어)는 줄기뿌리 식물군을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름과 차이의 환경을 뚫고 뻗어나가는 예술의 확장성을 비유하는 용어로 차용되어 있다. 이 '래디컨트'는 다수의 가능성을 품은 '차이'의 예술들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진보적일 수 있는지를 지시하는데, 우리로 하여금 타자성(이질성)을 구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힘과 그로 인한 다양성의 전개 및 혼합 전략의 힘을 거듭 자각하게 만든다. 나아가 미술의 탈영역화와 탈코드화를 가능케 하는 덕분에 현재의 미술이 마침내 지난 형식주의 미술의 한계점이던 자폐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득하기도 한다. 형식주의의 이항대립식 원리주의를 벗어나, 미술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해 예술생태계의 수평적 범주를 자각케 하는 개념이라 말하고 싶다. ● 이번 전시의 부속 표제인 "차이와 혼합의 예술생태계"는 참여작가의 주체를 동일성에 묶어두는 예속에 저항함을 명시한다. 동시에 궁극적으로 작가마다의 차별화된 주체성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M. 푸코가 말했듯이, 주체성을 향한 투쟁은 차이의 권리, 변이 및 변형을 향한 권리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주변부, 바깥의 가치들을 주목하고, 바깥의 주름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면서, 닮음의 유사성ressemblance 보다는 차이의 상사성similitude을 지향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취될 결실은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 및 예술생태계의 자연스런 본성인 다양성, 요컨대 다수의 색다른 문화적 개념과 양식들 간의 합종과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함께 노력하는 개별 작가마다의 특이성에 대한 확장적 번역이 성취되리라 본다. 미술들, 그 경계와 지층을 횡단하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원화와 혼성화를 주목해보면서, 이전보다 더 확장된 영토에서 작업하기를 실천한다면, 예술생태계 내에서의 창발성 뿐 아니라 탈중심화 즉 색다르고 상이한 문화정신들 및 미적 요소들과 유대 맺기, 그에 따른 '내' 예술의 활성화는 적어도 어렵지 않게 곧 성취되리라 확신한다. ■ 서영희

Vol.20220117b | 래디컨트 프로젝트 II: 차이와 혼합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