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And then none were sick)

이근민展 / LEEKEUNMIN / 李根民 / painting   2022_0310 ▶ 2022_0518 / 월요일 휴관

이근민_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展_스페이스K_서울_2022

초대일시 / 2022_0310_목요일_10:00a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_Seoul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Tel. +82.(0)2.3665.8918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에서 올해 첫 전시로 화가 이근민(b.1982)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And then none were sick)』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이근민은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회화와 드로잉 31점을 선보인다. 가공되지 않은 환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파편화된 신체와 장기, 그리고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은유적인 형상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캔버스 전면을 지배하는 환시와 환상의 이미지 이면에 병적 징후를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통제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적 시스템을 비판한다. 정상과 이성, 합리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으로부터 회복을 시도하는 그의 회화는 처절한 마음의 풍경을 통해 자기 치유와 자기 위로를 관람객들과 공유한다.

이근민_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展_스페이스K_서울_2022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미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포럼(Artforum, 2015년 1월호)』과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2019년 11월호)』에 연달아 작품이 소개되면서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2009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9회의 개인전과 10여 회 단체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뉴욕의 파이어니어 웍스(Pioneer Works)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콜렉시온 솔로(Colección SOLO)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근민_Room (방)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21

2000년대 초반부터 이근민은 현대 사회에서 자행되는 '정의하기(define)'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현대 문명의 구축에 일조한 원시성이나 오리엔탈리즘, 이방인, 혹은 병자와 같은 이른바 '타자'를 규정하는 서구사회의 양면성에 작가가 가진 반감과 저항은 자신이 직접 병리적 경험을 겪게 되면서 심화되었다. 2001년 후반 무렵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환각을 작품의 시작이자 궁극적인 소재로 삼게 되었다. 당시 신경정신과 의사가 내린 진단명과 이를 표기한 진단 번호는 자신을 향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정의'로 그에게 각인되었다.

이근민_Paranoia Sequence (피해망상의 배열)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21 이근민_Paranoia Sequence (피해망상의 배열)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21 이근민_Paranoia Sequence (피해망상의 배열)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21

이근민에게 회화는 병적 고통과 진단이 가져온 억압을 해방하는 통로로 역할 한다. 상처 가득한 육신에서 흘러나온 피의 세포분열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성기가 등장하는 작품 「다친 바보(Injured Dumber)」에서 작가는 욕정만 남은 피범벅의 괴물로 변한 스스로를 마주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육체를 대상으로 그가 가하는 학대에 가까운 해체는 특정할 수 없는 가상의 가해자를 향한 파괴적인 복수에서도 나타난다. 「피해망상의 배열(Paranoia Sequence)」은 분노에서 시작하여 자책으로 끝맺는 피해망상의 단계적 과정을 연작의 형식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불쾌한 순간에 집착하다가도 이내 망상이 잦아들면서 사라지는 가해자를 추상으로 환원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가장 시선을 끄는 대작 「문제 구름(Matter Cloud)」에서는 기억과 상처의 퇴적물이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이루고 다시 그 사이에서 생겨난 기생체가 기억을 빨아먹으며 번식하는 풍경을 무려 10미터 길이의 화폭에 스펙타클하게 담아낸다.

이근민_Blueprint (설계도)_캔버스에 유채_80×116.8cm_2021 이근민_Oral Communication (구두 소통)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21 이근민_Operation (수술)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21

이와 같이 비물질적 환각을 프레임 속에서 재현하고 구체화하는 작가의 행위는 개인적 경험에 대한 자기 표출을 넘어 사회적 진단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한다. 자신에게 내려진 병명에 대한 진단 코드를 은유한 작품 「설계도(Blueprint)」는 환자에게 통보 외에는 아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의료 진단서를 무용지물로 치부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두 소통(Oral Communications)」 연작에서도 소통 불가의 상황을 일방적 배설로 묘사하는 한편, 피해망상의 극심한 고통이 종국에는 하나의 건조한 기록물로밖에는 남겨지지 못하는 공허함을 대조적으로 표출한다. 「수술(Operations)」에서는 해체된 인체를 흙덩이처럼 마구잡이로 뭉쳐 놓은 기이한 형상에 의미없이 행해지는 응급처치의 광경을 연출하여 일말의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토로한다.

이근민_Tangled Memories (엉켜버린 기억)_캔버스에 유채_218.2×582cm_2021

이처럼 작가는 추상적인 병증에 이름을 붙여 환자를 문서화하는 우리 사회의 효율 프로세스가 인간 개별 존재에 강제적 데이터화와 규격화를 너무도 손쉽게 행해오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신에게 내려진 정의가 부정적이며 심지어 소외를 초래하더라도 우리 각자는 이미 사회로부터 정의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인을 일개 의료 기록 정보와 동일시하는 주제를 다룬 「심장과 남근 (Heart and Penis)」은 심장과 생식기가 엉켜 이룬 형상을 통해 타자를 겨냥하여 이 사회가 자행하는 무욕의 삶에 대한 암묵적 강요를 보여준다. 나아가 정보의 폭력성을 그린 「엉켜버린 기억 (Tangled Memories)」에서는 강제 주입된 정보로 과부하된 신경망을 파열된 혈관으로 묘사하여 기억의 마디에서 손쓸 길 없이 새어 나가는 정보의 누수를 시각화한다.

이근민_Refining Hallucinations (환각 다듬기)_종이에 먹_29.7×21cm_2022 이근민_Refining Hallucinations (환각 다듬기)_종이에 먹_29.7×21cm_2021 이근민_Refining Hallucinations (환각 다듬기)_종이에 유채, 흑연_56.2×35.4cm_2015 이근민_Refining Hallucinations (환각 다듬기)_종이에 유채, 흑연_29.5×42cm_2015

이근민은 가공되지 않은 추상적인 상태의 정신적 질병과 환각에 대한 상흔을 처절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가시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격화의 사회적 폭력성에 저항하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어느 개인의 병상일기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그 병리적 기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시사하고 더 나아가 규범이 주는 한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을 통제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합리성이 결코 다다르지 못할 지점에서 작가 이근민은 효율만을 위한 규격화가 아닌 가능성의 편에서 확장적 에너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한 개인이자 작가 그리고 예술 언어가 가질 수 있는 비전을 이번 전시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 스페이스K_서울

'Space K Seoul,' Kolon group's art and culture sharing space, has prepared a solo exhibition by Lee Keunmin (b. 1982) to open the new year of 2022. Titled 『And then none were sick』, this exhibition introduces 31 paintings and drawings that focus on Lee Keunmin's pathological experience of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Materializing raw hallucination as art, his works are full of fragmented bodies, organs, and metaphorical figures that are not easily fathomable. Behind the splendid images of illusions that dominate the canvas, the artist criticizes society's norms and systems for diagnosing and controlling pathological signs. His paintings attempt to recover the scars made by the violence of dichotomous nature of normality, rationality, and logicality, sharing self-healing and self-consolation with the viewers through the desperate landscape of his mind. ● Lee Keunmin, who majored in Painting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gained international recognition as his works were sequentially introduced in American art magazine 『Artforum, January 2015』 and 『Art in America, November 2019』. Starting from his first exhibition in 2009, he has had nine solo exhibitions and ten group exhibitions at home and abroad and participated in a residency program at Pioneer Works, New York, in 2016. Moreover, his work is in the collection of Colección SOLO, Madrid, Spain. ● Lee Keunmin's long interest in the act of 'defining' from modern society can date back to the early 2000s. The artist's antipathy and resistance to the ambivalence of the Western society that defines the so-called 'others' such as primitiveness, orientalism, strangers, or the sick, which contributed to the construction of modern civilization, deepened as he experienced pathological experiences himself. By the end of 2001, when he was diagnosed with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he started to use the hallucination he experienced during his treatment as the starting point and ultimate material for his artworks. The diagnostic name and the diagnosis code given by the neuropsychiatrist at that time were imprinted on him as a coercive and violent 'definition' towards him. ● For Lee Keunmin, painting serves as a pathway to liberate the oppression brought by morbid pain and diagnosis. In 「Injured Dumber」, where an abnormally large penis appears through cell division of blood coming out from a body full of wounds, the artist faces himself transformed into a bloodstained monster left only with sexual lust. Similarly, the abusive fragmentation he inflicts on the body appears in the destructive revenge towards an unidentifiable hypothetical perpetrator. 「Paranoia Sequence」 contains the step-by-step process of paranoia in the form of a series, starting with anger and ending with self-blame. Although the artist sometimes seems obsessed with unpleasant moments, the perpetrator dissolves into abstraction as the delusion subsides. On the other hand, in 「Matter Cloud」, the most eye-catching work in this exhibition, the scenery of sediments of memories and wounds forms a huge cloud where the parasites born in between it sucks the memory and propagate. This is spectacularly captured on a gigantic canvas stretching 10 meters long. ● This act of recreating and materializing immaterial hallucinations within the frame goes beyond the self-expression of personal experiences and develops into resistance against social diagnosis. 「Blueprint」 metaphorizes the diagnosis code for the mental illness, dismissing the medical certificate as a useless thing that does not perform any function other than notifying the patient. In the same vein, 「Oral Communications」 series portrays the inability to communicate as one-sided excretion while contrastingly expressing the emptiness in which the excruciating pain of the persecutory delusion can only be left as a dry, formal document in the end. In 「Operations」, first aid is given to a bizarre looking figure formed by randomly putting dismantled body parts together like a lump of mud. By addressing this meaningless first aid, he speaks of an extreme situation where no single word of humanity can be found. ● In this way, Lee Keunmin criticizes our society's presumably efficient process of documenting patients by giving names to abstract symptoms for forcing individual human beings into standardized database in such an easy way. Even when the 'definition' given to us is negative and causes alienation, each of us accepts it naturally without realizing that we are already being defined by society. 「Heart and Penis」, where shapes of the heart and genitals are intertwined, deals with the subject of regarding an individual as a piece of a medical record, showing the society's tacit coercion of the desire-less life targeted on 'others'. Furthermore, 「Tangled Memories」 depicts the violence of information, where the neural network overloaded with force-injected information is portrayed as a ruptured blood vessel, visualizing the leak of information from the memory node. ● Lee Keunmin visualizes the scars of abstract, raw state of mental illness and hallucinations in a grotesque and desperate manner but does not forget the positive view of humans who resist the social violence of standardization. His works are not limited to a personal journal of an individual as his pathological records suggest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ety and the individual, showing his resistance towards limits of norm. At a point where the rationality of modern society, which views the individual as a controllable object, can never reach, Lee Keunmin discovers the expansive energy from the side of possibility rather than standardization for efficiency alone. The vision of an artist as an individual with his unique artistic language is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And then none were sick』. ■ SPACE K_Seoul

Vol.20220310f | 이근민展 / LEEKEUNMIN / 李根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