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고딕 Southern gothic

조형섭展 / CHOHYEONGSEOB / 趙亨燮 / installation   2022_0321 ▶ 2022_0531 / 일요일 휴관

조형섭_고딕적 상상력을 위한 통로_재개발 지역에서 수집된 오브제, 비계 파이프, LED, 센서, 키네틱 설치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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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주)디포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 전시관람 사전예약

아트포럼리 서버갤러리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380번길 61 (주)디포그 B1 Tel. 070.4108.5858 artforum.co.kr

부산의 동남부는 해운대를 포함한 해변에서 수영강과 광안리로 이어지고, 이기대로 연결된 해안선은 북항과 남항으로 불리는 부산항으로 이른다. 넓은 황무지였던 해운대구의 절반 가까운 지역은 개발과 함께 신도시라는 이름을 가졌고, '신'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기 전 관련 법규를 바꾸어 가며 지금의 해안가 바로 옆 초고층 아파트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포화 상태일 것 같은 개발붐은 이어지는 해안선 가까운 지역 곳곳 에 촘촘하게 확산된다. 그 해안선을 따라 증축 되는 고층 건물은 고딕 성당 만큼이나 강렬한 표현력과 의미를 지니고 있을뿐 아니라 유일하며 통일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종교화된 자본, 자본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종교? 이 도시와 관련한 공통의 언어가 구사하고, 표현하고, 의미하는 것들은 무엇이고, 누구에 의한 코드화 일까가 이번 전시의 질문이다.

조형섭_고딕적 상상력을 위한 통로_재개발 지역에서 수집된 오브제, 비계 파이프, LED, 센서, 키네틱 설치_2022
조형섭_탈주선 표식과 욕망 기계_아두이노코딩, 센서, 모터, 라이트 박스, 영상설치_2022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의 배경은 행정 구역상 수영구와 남구로, 광안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나누어 가지며, 이 구역에서 순차적으로 위치한 망미동, 광안동, 대연동에는 재개발과 재개발을 앞 다투는 곳들이 있다. 세 구역 모두 황령산을 중심으로 둘레를 이루고, 서로를 잇고 마주 보는 '수영로'라 불리는 대로를 공유하고 이 도로를 넘어 바다를 향하고 있다. 이 대로를 따라 바로 한 두 블록 들어가면 수많은 골목들이 있다. 잘 짜여 진 그물망이기보다 오히려 엉기고 설키고, 직선과 직선의 교차이기보다 굽은 사선과 나지막한 오르막의 연결들이다. 아마도 이런저런 목적과 의도를 보태기 위해 특별한 예를 찾기 위해 다닐 필요도 없이 오래된 동네의 모습들이다. 집들은 골목과 골목으로 이로 이어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연결되는 나름의 삶의 방식들이 작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조형섭_남부 고딕_3채널 영상_00:11:24_2022

좁은 길들로 많은 사람들이 접촉하며 이루었던 생활의 문화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지역을 만들었을 것이며, 그 속에서 세대를 이어 왔던 장소의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다. 차량이 이용하는 대로보다는 보행자가 다니는 보도, 좁은 길들이 도시의 다양성을 높이고 그 다양성이 도시 생존을 담보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곳들은 자본의 논리와 함께 새롭게 재구축화 되고 있다.

조형섭_호명 되지 않은 자의 기록할 수 없는 목소리_ 진동 스피커, 재개발 지역에서 수집된 오브제, 사운드설치_2022
조형섭_장소 상실과 포획_재개발 지역에서 수집된 오브제, LED, 로프, 버클, 영상설치_2022

계획하지 않은 계획된 재개발은 노후한 건물,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수십 년 살아온 거주민들을 내몰며 그들이 살았던 장소는 바다 전망을 가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 설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 변화를 넘어 새 공간에 거주할 주민들의 재배치...특정 경제적 요건을 갖춘 구성원들이 입주하고, 주거를 위한 삶의 장소는 온전히 교환 가치에 잠식되어 상품화될 것이다. 수십 년 이어온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비장소'라는 이름의 차갑고 중성적인 공간이 도시를 잠식한다.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전도되고 주체성이 비어있는 공간은 사회적, 공간적 실천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라져가고 있는 집들과 골목 위에서 과거가 삭제되는 원통함도 있을 것이며, 다음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불안과 보상받지 못한 분노와 그 반면에 이득을 가져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새 공간에서 새 삶의 방식이 작동되면 모두가 잊고 지날 일일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담보로 우리가 잃은 것은 공간을 향유하고 변화시킬 자유, 누군가의 말처럼 도시에 거주할 자유는 고사하고 살던 곳에서 원할 만큼 거주할 자유, 자유라는 허망한 기표 그곳에 닿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심연을 메울 것인가, 틈을 만들 것인가, 골을 내어 파 들어갈 것인가? ■ 조형섭

Vol.20220321e | 조형섭展 / CHOHYEONGSEOB / 趙亨燮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