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d – Mother of Pearl

김덕용展 / KIMDUCKYONG / 金德龍 / painting   2022_0401 ▶ 2022_0531 / 월요일 휴관

김덕용_결-창덕궁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180×24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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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홈페이지_www.kimduckyong.com

초대일시 / 2022_0401_금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토요일_12: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소울아트스페이스 SOUL ART SPACE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Tel. +82.(0)51.731.5878 www.soulartspace.com blog.naver.com/soulartspace www.facebook.com/soulartspace @soulartspace

심현(深玄)을 향한 의경(意境) ● 언젠가 교외에 장만한 지인의 새 집에 초대받았을 때, 집주인은 하늘을 향해 뚫린 유리 천정을 자랑하며 밤마다 무수한 별들과 우주를 자신의 방으로 초대하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에서 별을 올려다 볼 기회를 잃고 사는 필자에게 그의 말은 단순한 자랑 그 이상이었다. 한옥에 살던 선인들은 외부의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되도록 창을 넓게 만들기도 하고 지붕창을 만들어 실내외를 하나로 통하게 하는 자연관을 구현했다. 이러한 차경(借景)의 방식은 단순히 자연을 받아들여 즐기는 차원을 넘어 내부 공간을 소박,단순화하면서 그 공간에 거주하는 인간의 내면을 비우기 위한 사유이기도 했다.

김덕용_차경-Ocean Rhapsody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130×160cm_2022

김덕용의 작품들은 인물이나 한복,달 항아리 등 전통적 요소들이 배치된 실내를 소재로 다루면서 부분적으로 창밖의 풍경들을 병치하는 방식을 보여 왔다. 근작에서는 과거의 작품과 달리, 인물들은 보이지 않고 윤슬로 반짝이는 가없는 바다와 무수한 별들이 흩어진 밤하늘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는 실재 목재를 화면에 부착하여 형상화한 마루나 기둥,창,문 그리고 가구들이 등장하는 데, 명시적이진 않지만 전통 한옥의 공간을 염두에 둔 듯 실내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해 내고 있다. 그의 「차경(借景)」 연작은 내부 공간과 외부공간을 한 화면에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이러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실내 공간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도 내부의 공간이 외부까지 확장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그가 기본적으로 가변성과 비움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 건축의 공간관에 익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근작에서는 건축적 요소의 비중이 약화되는 대신, 풍경 이미지가 강화되어 있다. 좁은 기둥들 사이로 넓게 펼쳐지는 바다나 밤하늘이 그것이다. 또 「심현(深玄)」 연작에서는 건축적 요소가 최소화되거나 배제된 채, 달 항아리와 같은 기물이나 풍경 그 자체만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의 시선과 관심이 점차 차경의 대상이 되는 외부의 요소들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김덕용_책거리2-Ocean Rhapsody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70×70cm_2022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인 인물이나 꽃,한복,자개 장롱,전통가옥 등의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이 부드러움은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겪으며 현실의 낯설고 불안한 환경에서 비롯된 젊은 날의 아픈 초상이 승화된 것이다. 청춘의 아픔과 방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한 힘은 어머니의 사랑과 고향의 친구들이었다 한다. 그의 작품 속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의 자연과 인간들에 대한 향수,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그의 근작은 이러한 향수와 그리움을 정신적,형이상학적 차원으로 승화시켜내고 있다. 그의 「차경」이나 「심현」은 그가 추구하는 근원적인 세계,시원성에 관한 동경과 희구를 드러내고 있다. 차경의 대상이 되는 바다와 하늘(우주)은 그에게는 생명의 시원이 되며 회귀해야하는 본질적 세계인 것이다. 그는 이 세계를 바다의 심연에서 나고 자란 생명체인 자개의 단편들과 존재를 태우고 남은 재와 숯가루로 형상화 한다. 자개의 편린들로 형상화한 윤슬이나 별들의 반짝임 그리고 달(항아리)의 광채는 자연에 함축된 영겁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재료들에서 작가가 읽어낸 시원의 언어와 형상이다. 이러한 자각과 감수성을 통해 작가는 영속과 순환의 우주 안에서 하나의 작은 존재인 자신을 발견해 내고 있다.

김덕용_玄-Ocean Rhapsody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130×200cm_2022

"태초 우리는 우주의 한 점이련가... 한줌의 형체는 하나의 점이되어 심현의 공간에 한 톨의 씨앗과 진주로 뿌려져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다시 우리에게 따뜻한 감성으로 비춰온다." (작가노트) ● 그의 작업 과정은 깊은 심현에 영속과 순환을 위한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심정의 발로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현실을 떠난 관념의 세계를 노닐지 않고, 치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지난한 장인적 공력으로 현실과 마주한다. 자개를 자르거나 빻아 가루로 만들고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들어 안료와 섞어 원하는 색을 얻어낸다. 육체와 땀으로 물질에 부딪치며 그 물질에 정신과 혼을 넣어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김덕용_玄-Seed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195×180cm_2022

동양화론에선 이러한 작가의 주관적 정서와 객관적인 물상의 결합을 의경(意境)이라 한다. 의경은 작가의 사상이나 심미의식이 작가의 체험과 융합하여 그 정신과 기질을 드러내는 것이며, 작가의 주관적 심미의식을 작품상에 표현하는 것이다. 예술창작과정에서 의(意)의 개념은 작가가 객관 대상을 관조하고 내면에 융합시킨 주관적 평가와 아울러 예술적 사유에 의해 재창조되어 형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한 경(境)은 작가의 심미의식 속에 묘사되어 구체화된 풍경이나 사물을 가리키며 예술가가 객관사물에 대한 관찰과 체험을 통해 자연의 본연에 접근함을 의미한다. 즉, 단순한 객관의 묘사에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 심미대상의 본질에 역점을 두어 그 정수를 취하는 것이다.

김덕용_玄-Seed_나무에 혼합재료(자개)_240×200cm_2022

김덕용의 작품은 긴 여정을 통해 심현을 관조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심현을 그 넓이를 측량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의 세계로 피상적으로는 혼돈처럼 보이나 그 안에 빛과 생명을 담지하고 있는 근원적 세계라 할 때, 그는 인간이 나고 돌아갈 그 곳을 그리워하며 그 시각으로 사물과 인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구사하는 이미지들은 단순히 시각적 대상으로서의 경물(景物)이라기보다는 존재의 본질에 관해 질문하는 통감각적 소산이며, 피상적으로 볼 때, 그의 화면은 사실적 묘사의 결과라기보다는 추상성을 가진 하나의 물성적 특성을 가진다. 물론, 그 물성은 서구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사물로서의 회화적 본질을 추구하는 차원과는 다른 것이다. 물질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며,몸 전체로 자연과 우주만물의 자체의 원리로 자연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려는 태도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자개의 편린과 재로부터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곳에 감추어진 우주의 빛과 어둠의 언어를 탐구하고 표출하는 그의 근작들에서 영속과 순환의 심현을 향한 의경의 세계를 보게된다. ■ 김찬동

Vol.20220402h | 김덕용展 / KIMDUCKYONG / 金德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