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

구성연_라오미_노동식_유영운_한호展   2022_0408 ▶ 2022_0603 / 월요일,6월 1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금정문화회관_(사)코아스페이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6월 1일 휴관

금정문화회관 GEUMJEONG Cultural Center 부산시 금정구 체육공원로 7 (구서1동 481번지) 전시실 1,2,3 Tel. +82.(0)51.519.5657 art.geumjeong.go.kr

인류의 발전은 이상향을 향한 갈망에서 시작된다. 태초의 인간은 성공적인 사냥으로 풍족한 일상을 동경했다. 더 많은 사냥감을 포획하려고 사냥꾼들은 동굴 벽에 동물을 그렸고, 실제 그 동물이 자신의 힘에 굴복하리라 믿었다. 당시의 인간에게 미술은 이상을 성취하기 위한 주술적인 수단이었다. 문명사회에 들어 인간은 신(God)을 숭배하고, 그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을 공부하며, 삶의 길잡이로 삼았다. 그리고 미술, 건축, 공예 등을 통해 신을 드높여, 불안정한 인간의 삶을 굳건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얻고, 이상세계에 도달하는 꿈을 꾸었다. 대표적으로 기독교는 성화(聖畫)와 성상(聖像),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통해 종교적인 믿음을 굳건히 하고, 이슬람은 모스크(mosque)의 미흐라브(mihrab)와 돔(dome), 미나레트(minaret)와 더불어 공예품과 미니어처(miniature) 등을 이용하여 종교와 세속의 삶을 일치시켰다. 불교는 불상(弗像)과 불화(佛畫), 그리고 전각(殿閣)을 설치하여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널리 알렸다. ● 현대에 접어들어 과학과 이성이 발달하면서, 종교지도자가 헤게모니(hegemony)를 쥐거나, 혹은 종교인과 군주의 권력이 엎치락뒤치락 하던 시기는 끝났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과도한 종교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시대에 도달한다. 사고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이상향을 끝없이 갈구한다. 과거의 이상향이 인간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면, 현대에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발생한다. 물질적 풍요를 통해 삶의 가치를 향상하고,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세상을 꿈꾸고, 혹은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더 길게, 더 건강하게 연장하려한다. 결국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영생의 삶을 누리는 세상이 보편적으로 꿈꾸는 현대 인류의 이상향이다. ●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 꿈꾸는 이상세계에 대한 열망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된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면서 자본주의의 폐단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자 인간이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이 꿈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속물적인 사람 혹은 비현실적인 사람이라 낙인찍는다. 그래서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이 현대인의 끊임없는 욕망으로부터 발전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가 꿈꾸는 이상세계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예술가들처럼 홀로 이상세계를 상상하며 일상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이번 전시 『원더랜드_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를 통해 삶의 무게와 사회적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 시작은 기존의 인류가 꿈꾸던 이상세계와는 다르다. 기존의 이상세계, 즉 유토피아(utopia)는 어원적으로 봤을 때, 'Ou-topia', 영어로는 'no where' 즉, '이 세상에서 없는 곳'이라는 해석에 기초한다. 지속해서 동경하는 세상이지만 그 세상은 우리가 절대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상상 세계에서 불과하다. 가령 기독교의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이상세계로 끊임없이 갈망하는 공간이지만, 도달할 수 없는 제한된 세계이듯 말이다. 그러나 '원더랜드(wonderland)'는 유토피아와는 다르게 조금 더 가까운, 상상할 수 있는 '가시적인 이상세계'이다. 무형의 유토피아와는 달리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할 수 있는 곳, 혹은 이룰 수 있는, 조금 더 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이다. 또는 이미 우리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곳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5명의 작가(구성연, 노동식, 라오미, 유영운, 한호)는 각자의 매체를 이용해 자신이 상상하는 원더랜드의 모습 혹은 해석을 보여준다.

노동식_민들레-바람을 타고 훨~훨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2

노동식과 라오미의 원더랜드는 '기억' 속에 존재한다. 개인과 사회의 잊혀가는 기억을 환생시키고, 그 기억으로 우리가 놓칠법한 소중한 시간을 되살린다. ● 노동식은 어릴 적 20여 년의 기억을 차지하는 솜틀집 아들로서의 경험이 있다. 동네를 뛰놀던 기억은 작가 스스로 평생을 지키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다. 이를 간직하고자 작가는 본인의 기억을 대변하는 '솜'을 이용하여, 후~ 하고 불며 놀던 어릴 적 놀이수단인 민들레를 표현한다. 민들레의 비현실적인 규모는 소중한 기억의 정도(程度)를 체감하게 한다.

라오미_하늘로 올라가지 않는 꿈_순지에 분채, 금분_163×100cm_2017

라오미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동경하던 근현대사의 기억을 보존한다. 당시에는 소중하였지만, 지금은 그 가치를 상실한 유형의 기록물을 통해 근현대의 역사를 새로이 해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의 바탕이 된 도시들을 탐구하며 사라져가는 공간과 그 공간을 기록한 기록물들을 상상력을 더해 조합한다. 소실되어가는 유형의 기억과 증거들을 발견하고 지키며 작가는 소중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한호_영원한 빛-21세기 최후의 만찬_캔버스에 한지, 콘테, LED, 블랙미러, 영상_300×1400cm_2016

한호의 원더랜드는 '사회'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거시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특히,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에 관심을 둔다. 그중에서도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역사, 해방 후 겪는 한국전쟁과 그 전쟁으로 야기된 분단, 이산가족, DMZ(비무장지대) 등이 주요 소재이다. 이러한 아픔의 역사를 빛을 이용한 전자적(電子的)행위로 치유한다. 그리고 거시적으로 한국인의 아픔을 함께 다스리고, 같이 미래를 꿈꾸자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구성연_사탕시리즈 b.04_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프린트_120×160cm_2018

기억과 사회로부터의 원더랜드를 제안하는 작가들과 달리 구성연과 유영운은 원더랜드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묻는다. ● 구성연은 사탕과 설탕의 달콤함으로 자본주의를 이야기한다. 사탕과 설탕의 달콤함은 직접 미각으로 느끼지 않아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것을 입안에 품는 순간 달콤함은 극치에 달하지만, 짧은 시간의 황홀함은 금방 녹아 사라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원더랜드 또한 달콤함의 파편이 아닐까 의문을 제기한다.

유영운_매스미디어 속의 아이돌_가변설치_2022

유영운은 매스미디어와 사회의 속성에 주목한다.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매스미디어는 24시간 내내 생산된다. 작가는 우리가 꿈꾸는 영웅과 유명 인사를 매스미디어를 대표하는 수많은 종이 홍보물로 재생산한다. 새로 만들어진 아이콘들은 실제 모습과는 다르지만 이미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한 이미지와 기표가 일치되어 대중은 쉽게 대상을 인지할 수 있다. 이런 속성을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의 가치는 결국 매스미디어가 만든 허상에 불가할 뿐이라고 말한다. ● 꿈을 꾼다는 것은 인류 최대의 콤플렉스(complex)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온 시간 속의 기억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 꿈이자 소망이고, 다른 누군가는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의 '행복'에 대한 의지로부터 발생한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인간 자신의 행복에 대한 열망과 의지는 변함없다. 행복의 정의가 개개인에게 다르더라도, 그것이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풍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어떠한 선입견도, 제한도 없는 전시 공간에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나의 상상을 당당히 펼쳤으면 한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행복하게 즐기는 이 순간이 모두에게 원더랜드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 김명석

Vol.20220408b | 원더랜드-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