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 In the country of the blind, the one-eyed man is king

강래오展 / KANGRAEO / 姜來旿 / painting   2022_0427 ▶ 2022_0517 / 월요일 휴관

강래오_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2_우신예찬_ 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8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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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오 인스타그램_@raeokang

초대일시 / 2022_042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트 갤러리 ARTBIT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13(화동 132번지) Tel. +82.(0)2.738.5511 www.artbit.kr

전시 제목 『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는 에라스무스의 잠언을 인용한 것이다. 제목에서 애꾸눈은 실제로 한쪽 눈만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빛을 찾는 눈먼 이들에게 자신은 빛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 선동하는 위선적인 위정자와 타락한 종교 지도자, 그리고 인간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모는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어둠의 나라에서는 어둠에 가장 익숙한 자가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에라스무스가 『우신예찬』을 통해 16세기 부패한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면서, 성직자의 위선과 신학자의 허구성을 풍자하고 야유하였다면, 작가는 사악한 위정자와 타락한 종교 지도자,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오늘날의 우신愚神으로 생각하여 이를 전시를 통해 비판하고자 한다. 현재 전 세계를 팬데믹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원인을 작가는 세 우신愚神과 우신을 숭배하고 추종하는 눈먼 이들에게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강래오_눈먼 나라에선 애꾸눈이 왕이다#1_Guernica,Again_ 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20

현재 전 세계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분명 무차별적 개발과 경제 성장주의를 지향하며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이다. 인간이 물질적 부로 탐욕의 배를 채우는 동안 그 대가로 삶의 터전은 무너지고, 결국 인간 절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신愚神은 그동안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인간을 물질의 노예로 만들어 지구 환경 파괴를 선두에서 지휘해왔다. 사실 우신 자체보다 우신을 예찬하며 여전히 탐욕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더 큰 문제다. 우신愚神은 결국 그러한 인간들이 창조한 괴물이기 때문이다.

강래오_우신예찬_믿음과 앎의 도그마21_캔버스에 혼합재료_100×80cm_2021

작가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과 20대 대선을 치르며 우리 사회의 현 수준과 부끄러운 민낯을 보았고, 어리석은 자들이 어떻게 우신/괴물을 만들고 키우는지 알았다. 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한국의 위정자들이 법과 언론을 주무르며 그들을 추종하는 눈먼 자들을 꼭두각시처럼 내세워 권모술수로 권력을 거머쥐고자 하였고, 진의를 파악할 능력조차 부재해 보이는 대중은 신뢰할 수 없는 언론과 정치인들의 말에 널뛰기를 하며 자신의 이익을 향해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사이비종교 집단의 치명적인 폐해의 여파는 사회를 더욱 불안과 공포로 떨게 했으며 지금도 암적 존재로 기생하고 있고, 기성 종교 지도자들은 힘없고 가난한 자의 편이 아닌 자본과 권력에 빌붙어 안락한 권세를 누리기 위해 신에 대한 인간의 믿음을 악용하고 있다.

강래오_눈먼 세상에선 애꾸눈이 왕이다#3_No! New World_ 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8cm_2021

그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은 자정 능력을 상실해 생태위기,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경제 성장을 외치며 무한성장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기존 세력들은 우리의 삶을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감이 최고조 되면서 나라별 군비 증강이 최대치에 이르렀고, 한국은 세계의 군사력 6위를 달성했다. 그만큼 엄청난 비용을 군사력 강화를 위해 군비에 퍼부었다는 방증이다. 과연 군사력 강화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강래오_Melancholia#3_숲林_캔버스에 혼합재료_80×100cm_2022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에서 저자는 작품 속에서 전염병, 실명, 격리병동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이나 폭력성과 함께 그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저자는 바로 인간이 가장 의존하는 시각을 상실케 함으로써 '인간'에 관해 묻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만 가지고 있던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바로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참혹하게 그려내고 있다.

강래오_Melancholia#1_연蓮_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8cm_2022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 소설 속 상황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눈을 뜨고 있고 볼 수 있지만 눈먼, 바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눈뜬장님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현재 우리는 위기 앞에 서 있다. 기후 변화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의 극대화와 민생의 위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 무엇보다 전염병의 창궐로 인한 생명의 위기, 이 외에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위기들이 산재해 있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강래오_우신예찬_Paradis is Where We Are_캔버스에 혼합재료_145×112cm_2020

작가는 이를 비판하고자 오늘날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재난시대)과 위기 앞에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정치적 갈등과 이념/종교 문제를 연결지어 고찰하였다. 무엇보다 사이비종교에 쉽게 빠져드는 젊은 '개인'들과 집단/지역 이기주의 및 사리사욕에만 밝을 뿐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개인'을 소재로 삼아 이를 풍자하고 비판하여, 현재의 삶을 돌이켜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다. ■ 강래오

Vol.20220427e | 강래오展 / KANGRAEO / 姜來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