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정물

인주리展 / INJURI / 印珠里 / photography   2022_0502 ▶ 2022_0618 / 일요일 휴관

인주리_레고_피그먼트 프린트_120×8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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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우민재단 주최 / 우민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 Project Space Wumin, WUMIN ART CENTE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우민타워 B1 Tel. +82.(0)43.222.0357, 223.0357 www.wuminartcenter.org

인주리 작가의 《무용정물》은 일상 사물을 정물 사진으로 담아낸 작업을 선보입니다. 전시제목 '무용정물'은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무용지물(無用之物)에서 따온 말입니다. 작가는 레고, 잉크병, 성냥, 돌반지 상자, 코티분, 병따개 등 시간이 지나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낡고 쓸모없어진 '무용'한 사물들을 정물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이 사물들은 '레트로(과거에 유행한 감각을 좇아 사물을 수집하는 현상)'를 연상시키지만, 작가가 레트로의 감각을 드러내기 위해 이것들을 모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집품처럼 곁에 남은 것들입니다. '무용한 정물'은 사진에 담기고 사람들의 시선이 가닿을 때 여기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사물 이면의 추억을 상기하는 '유용한 정물'이 됩니다.

인주리_잉크병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21
인주리_사다리차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21

사물을 통해 지난 시간과 기억을 불러오는 이러한 작업은 아버지를 추억하던 이전 작업과 연결됩니다.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쓴 일기, 아버지가 수집한 책, 아버지가 기대곤 하던 벽에 남은 흔적을 보며 그 공간에서 그가 보냈던 시간과 흔적, 글쓰기와 사물 수집하기를 즐기던 그의 삶을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빈 공간에 남은 사물들은 그 쓰임을 다했지만 지난 시간 그것을 수집해서 사용하던 이의 손때와 시간, 기억을 환기하기에, 작가는 아버지의 공간과 사물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부재한 공간의 흔적들이 역설적이게도 아버지의 존재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인주리_돌반지 상자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21
인주리_성냥_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1

인주리는 '무용정물' 작업을 통해 아버지의 공간과 사물에서 나의 사물로, 수집과 기억의 행위를 이어갑니다. 작가는 이 사물들을 실제 크기보다 더 크고 선명하게, 진한 단색의 배경에 기대어 찍음으로써 현실에서보다 더 큰 존재감을 부여했습니다. 이미지로 기록된 사물은 시선을 붙잡고 현실에선 무용한 사물이 유용할 수 있는 까닭을 드러냅니다. 사진으로 담긴 소품들에는 지난 시간의 흔적과 애정, 손때와 기억,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각자가 가진 지난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미처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사물의 의미와 감춰진 기억을 떠올려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주리_코티분_피그먼트 프린트_50×50cm_2022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은 공모를 통해 유망한 신진작가를 선발하여 개인전을 지원함으로써 예술가의 다양한 창작과 실험, 소통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2022년에는 7명의 작가(이주영, 장동욱, 인주리, 이부안, 심미나, 김은진, 정수진)가 참여합니다. ■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

인주리_무용정물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2

복고적인 감수성에 집중하는 시대 ● 레트로, 복고풍이라 말하는 과거의 패션, 물품, 장소들이 유행이다. 오래된 것을 찾고 또는 새것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것은 촌스럽다고 하던 때도 있었고 이젠 그 촌스러움을 애써 찾아 즐긴다. 무용했던 것들이 유용해지는 시대이다.

인주리_무용정물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2

작은 선물상자, 기능을 잃어버린 작은 라디오, 녹이 슨 작은 가위, 반듯한 선을 그을 수 없는 20센티의 자, 때가 탄 인형. 각각의 사연이 있어 본래의 기능은 못 하지만 개인의 경험에서 오는 쓸모와 무(無)쓸모에 의해 의도한 수집이 아닌 시간의 축적에 의해 수집이 되어버린 물건들이다.

인주리_무용정물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2

기억, 회상의 감정 ● 묻혀있던 물건들이 밖으로 나온다. 지금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기억이 쏟아진다. 과거의 기억이 환기되는 순간이다. 무용한 것들을 오랜 시간 간직한다는 건 과거의 시간 속에 지금은 무용해진 것들이 유용했던 순간의 삶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인주리_무용정물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2

무용함과 유용함 ● 일상 삶의 정물이 오브제가 되어 이미지화가 되고 무용했던 정물은 이미지 속에서 더 이상의 무용한 정물이 아닌 삶의 기억을 환기하는 또 다른 존재로 이미지 속에서 살아간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지는 순간 실존을 증언하는 사진 속에서 영원히 유용해져 이별하게 될 순간에 위로가 되기를. ■ 인주리

Vol.20220502e | 인주리展 / INJURI / 印珠里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