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N

이양헌展 / YIYANGHYUN / 李洋憲 / painting   2022_0501 ▶ 2022_0511

이양헌_Guardian_캔버스에 유채_210×15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비영리전시공간 싹 NONPROFIT ART SPACE_SSAC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287-1 B1 Tel. +82.(0)53.745.9222

살아지는 일상을 벗어나 LOG-ON ● 여름밤, 벌레들이 가로등 불빛을 따라 주위를 빙빙 돌며 몸을 마구 부딪힌다. 이양헌은 그 불빛이 죽음을 이끄는 함정이라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본능적으로 뛰어드는 벌레들의 모습에 자신도 함께 빠져들어 동화되었다. 벌레의 몸에 '접속'된 그 순간은 화가로서의 그에게 어떤 새로운 본능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그 순간의 비가시적인 것들을 감각하고 체화하여 이를 캔버스에 드러내고자 하는 충동이다. 이양헌은 이처럼 시각을 넘어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사물 혹은 대상을 인지하여 기록한다. 시각을 통해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마치 '풀숲'의 형태로 그려내는 그의 작업은 실제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그가 몸으로 감각한 비가시적 것들을 그려낸 것이다. 비가시적 감각을 지각하고 그것을 기억 공간에 저장하고, 그 순간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가시적 작업으로 드러내기까지 그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화가'의 본능이다. 즉 화가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본능에 이끌려 붓질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양헌은 이렇게 본능적으로 행하는 붓질을 통해 화가로서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인지하고자 하는 일련의 수행을 하고 있다.

이양헌_Miniature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2

이양헌의 작업 속 이미지들은 특정한 구상적 형태로의 목적을 따르지 않는다. 중첩되어 쌓이는 붓질 위에서 그저 본능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에 완성된다. 이렇게 이양헌에 의해 재현된 비가시적인 것들은 화면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듯한 선과, 부유하는 듯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면들의 레이어드로 나타나게 되며, 마치 벌레에 동화된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어느 풀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는 보는 이의 시선과 정신을 빨아들여 우리가 미처 감각하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을 펼쳐내며 화가로서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임과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붓질과 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이양헌은 비가시적인 세계와 가시적인 화면 사이를 본능을 통해 로그온(Log-on) 시킴과 동시에 관람자 역시 그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빛에 이끌려 뛰어드는 벌레처럼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사회의 시스템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테두리에 소속되면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다른 무엇인가에 의해 억지로 '살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일련의 사회적 활동들로 하루를 채워버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조차 어려운 하루가 아까워 잠들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들여보며 휴일만을 기다리며 살아내고 있는 일상이 야속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언제나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반응하듯 이양헌은 본능이 만든 세계를 '살아지고 있는 일상'의 탈출구로 제시하는 듯하다. 그가 기록한 세계를 따라 함께 감각하며 잠시나마 거대한 시스템을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본능을 일깨우는 세계로 로그온 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 고가희

Vol.20220502h | 이양헌展 / YIYANGHYUN / 李洋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