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가루의 모아모야

미수가루展 / MISOOGALU / painting   2022_0504 ▶ 2022_0509

미수가루_Finding Neverland_패널 & 점토에 아크릴채색_142×71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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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가루 홈페이지_www.misoogalu.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부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4층 Tel. +82.(0)2.720.3848 www.insaartcenter.com

미술계에서 작가의 존재를 강하게 심어준 것은 소위 '명품' 연작이다. 2010년경부터 시작된 이 연작은 미수가루 작가 특유의 해학적 감각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모노그램이나 패턴만으로도 널리 알려진 명품들이 재현되며, 부분적으로 살짝 해학의 서사들이 곁들여진다. 가방은 가방으로서의 고유의 기호와 용도가 있지만, 그것이 왜곡, 모종의 사치와 과시 수단으로 변질된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미수가루_Finding Neverland_패널 & 점토에 아크릴채색_54×90cm_2022
미수가루_Finding Neverland_패널 & 점토에 아크릴채색_30×30cm_2013

다분히 기계적일 수 있는 모노그램 그리기에 권태를 느낄 때쯤이었을까, 작가는 아들과 함께 '네버랜드'Neverland 를 찾아 상상여행을 떠난다. 아들이 대여섯 살 유아기에 즐겨 그렸던 공룡 그림들을 캔버스에 재구성하게 된 것이 바로 '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 연작이다. 네버랜드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 즉 이상향이다. 유토피아란 단어도 어원적으로 보면 '없는 곳'No place이다. 하지만 '없다는 것', 그것은 Not being이 아니라 Not feeling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동시대적 삶 자체가 신화를 상실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아이의 상상적 판타지에 자극 받아 돈오적(頓悟的)인 깨달음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게다가 감성적 회복, 즉 내면의 자기 치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작가 자신의 사회적인, 외적인 모양새를 다 내려놓고 선택한 것으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몰입했던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 '네버랜드' 연작은 구성적으로 한편의 劇 같은 공간형식을 취하고 있다. 점토를 얇은 판재로 만들어 데쿠파쥬decoupage, 즉 오려낸 이미지들이 채색되어 하나의 텍스트로서의 화면에 무대 위 등장인물처럼 배열되는 방식의 그림이다. 일러스트와 캐릭터 창출에 일가견이 있었던 데다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과 활달한 표현이 결합된 공룡 소재들은 퍼즐(그림)이나 설치로 구현되곤 한다. 이렇게 구현된 공룡 소재들은 유쾌한 발상과 코믹한 감각이 곁들여져 아이들의 인터액티브가 활발해진다. 그냥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 안에서 퍼즐 맞추기를 하거나 만지며 즐김으로써 작품은 입체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다.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6×140cm_2016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65cm_2017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혼합재료_108×88cm_2016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5cm_2016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65cm_2017
미수가루_It's my sty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65cm_2017

지퍼라는 기호에 이어 등장시킨 대상이 반려동물이다. 한번 빠지면 중독되는 매력의 동물들. 오늘의 동시대인들이 외로움을 잊기 위해, 혹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쯤은 함께 할 만한 대상들이 실물보다 더 사실적이고 매혹적이다. 명품들의 패턴에 삽입되거나 그로부터 돌출하고 있는 느낌의 묘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반려동물에게까지 사치의 치장을 하는 현상으로 비약시킬 수 있다. 또한 이 동물들의 등장은 그 깜찍한 모습 자체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명품도 그렇지만 반려동물이 보편화된 것도 그만큼 동시대인들의 고독과 소외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물질적인 풍요와 반비례한 내면의 공허를 달랠 수 있는 그 무엇이 명품이자 반려동물이었던 것은 아닐까.

미수가루_소소한 즐거움_패널 & 점토에 아크릴채색_100×50cm_2022
미수가루_푸른하늘이 손을 잡는다_패널 & 한지에 아크릴채색_95×95cm_2022
미수가루_봄이 오늘 소릴 들으라고 꽃이 말한다_패널 & 점토에 아크릴채색_54×122cm_2022
미수가루_오래도록 푸르고 깊다_패널 & 한지, 점토에 아크릴채색_162×112×m_2022

작가가 가장 먼저 선보였던 '보' 작업은 전통 밥상보의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고 감각적인 구성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데서 출발한다. 이미 우리의 전통 보자기는 그 조형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추상주의가 현대미술의 가장 순수한 미학적 이상을 구현했다고 믿었던 모더니스트들에게 우리의 전통 보자기는 참신한 충격을 주었다. 작가에게 보자기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의 조각보 작업은 좀 색다르다. 단순한 그리기보다는 실제 천 조각들을 얇은 종이 찰흙 지편(紙片)들을 만들어가면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 화면을 완성해 나간다. 이때 조각들은 천의 반투명 텍스추어를 재현하기 위해 씨와 날을 교차시켜가며 완성한다. 이는 보의 추상적 조형성 자체를 구현하는 것이면서도 또 다른 서사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미수가루_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_패널 & 한지, 점토에 아크릴채색_100×50cm_2022
미수가루_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_패널 & 한지에 아크릴채색_54×60cm_2020
미수가루_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_패널 & 한지에 아크릴채색_66×66cm_2020

작가는 작업을 항상 멀티로 수행하고 있다. 공룡 퍼즐을 만들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손수 천으로 바느질을 하여 속에 스텁을 넣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함박웃음을 선사한다. (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인기를 끄는 굿즈로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작가는 또 다른 작업을 병행한다. 캔버스를 칼로 반복적으로 찢어내고, 다시 배면에 다른 레이어가 결합되어 리드믹한 추상화면을 만들어낸다. 루치오 폰타나가 '탈리(Tagli)'기법이라 일컫는 찢어낸 캔버스를 다시 뒤에서 메워주는 것 같은 방식이다. 이로써 다중의 리드믹한 요소들과 텍스추어들이 순수추상 구조의 화면을 일구어내는 이 작업은 작가의 조형적 진폭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그리기만이 아니라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만들기 행위는 호모 루덴스, 즉 스스로 놀이를 하는 충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 이재언

Vol.20220504a | 미수가루展 / MISOOGALU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