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시각예술창작산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ALTERNATIVE SPACE ARTFORUM RHEE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조마루로105번길 8-73 (상동 567-9번지) B1 Tel. +82.(0)32.666.5858 artforum.co.kr
움직임 없이 사랑하는 – 우리의 매일 ● (작가의 개인전 서문을 '코로나'라는 단어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쓴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봄 즈음 찾아와 별 일 아닌 것처럼 굴더니 끝날 듯 끝나지 않았고, 금방 그 낌새를 눈치채고 뜨거운 여름날의 마스크를 걱정하는 사이 그 해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이 가고 다시 세 번째 봄이 찾아왔다. 코로나 시대의 문이 열리고 평범하기 그지없던 매일이 달라졌다. 그 미세한 변화가 어느새 새로운 익숙함으로 자리 잡았지만, 문득 우리를 덮쳐오는 그리움과 우울함은 어쩔 수 없이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는 달라진 매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재영 작가는 달라진 매일에 물음표를 던지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흐르는 매일과 그 일상 속 순간들을 잠시 멈추어 바라본다.
이재영 작가는 온도나 날짜 같은 정량적인 숫자로 매일을 쫓아가기보다 자신의 시선이 닿는 볕과 바람, 날씨와 계절로 매일을 만난다. 초록 잎이 돋아나는 나무, 건너편 건물 유리창에 비치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뒤섞여 춤추는 거리, 살짝 열어둔 창 사이로 새어드는 바람과 나풀거리는 커튼 같이 짧지만 우리를 멈추게 하는 순간들 말이다. 작가는 이렇게 만나는 매일을 종이에 유화로 그린다. 오일을 머금은 유화는 같은 색도 얇게 쌓아올리는 단계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고, 종이는 그런 유화를 부드럽게 흡수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둘의 만남은 뚜렷하지 않지만 작가만의 색감으로 차곡차곡 쌓여 매일 속에 숨어있던 다정을 불러낸다.
"그것은 나에게만 찾아오는 순간이 아니라 당신의 시선이 닿는 무언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으며 눈치채지 못할 만큼 당신 곁에 가까이 있다." ● 이때 작가는 자신이 만난 다정을 꺼내 놓으며 '움직임이 없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움직임이 없다'는 '변함이 없다', '멈춰있다'는 의미보다 '방향을 갖지 않는다', '대상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곧 모두를 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 제목의 '움직임 없이 사랑하는'은 누군가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모두를 향해 있는 '매일'이며, 작가는 그 일상 속 누구에게나 있을 다양한 매일의 모습을 선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는 매일과 함께 찾아와 손을 내미는 사랑과 다정이 있다.
예상보다 길어진 팬데믹으로 지친 우리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매일이 때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곁을 찾아오는 매일이 있어 계절이 바뀌어 오고, 그 계절 속 장면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있기에 다시 올 매일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 이재영 작가의 『움직임 없이 사랑하는』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은 묵묵히 모두를 향해 움직임 없는 사랑으로, 다정으로 수줍게 손을 내민다. 그 다정과 눈을 맞추고 그가 건네는 위로로 오늘도 우리에게 찾아올 매일이 조금이나마 따뜻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박혜미
일상의 순간을 그리는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 포기까지 이야기하는 시대에 와있는 우리에게 일상이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하였다. 그러다 매일의 모습에서 다정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여전히 당연하게 있는 매일이, 무심하게 하루를 밀어내는 매일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향한 다정이 햇볕으로, 바람으로, 계절로, 작은 우연으로 매일 존재한다. 전시명인 '움직임 없이 사랑하는'은 이러한 매일을 의미한다. 작가는 종이에 유화로 다양한 매일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관람자들에게 본인이 느꼈던 매일의 다정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움직임이 없는 것은 방향을 가지지 않는다. 방향을 가지지 않는 사랑. 누군가로 향하지 않고 누구나에게 있는 사랑이 있다. 나를 움직임 없이 사랑하는 이들. 이들은 익숙하고 여전하며 당연하다. 하지만 설레고 새로우며 영문을 모르겠다. 매일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우리가 알던 알지 못하던, 이유를 모른 채 무던히 있다. ■ 이재영
Vol.20220505b | 이재영展 / LEEJAEYOUNG / 李在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