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비, 마른언어-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이지현展 / LEEJIHYUN / 李支鉉 / installation   2022_0504 ▶ 2022_0717 / 월요일 휴관

이지현_022MA04001 dreaming book-clothes project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가변설치_420×570×38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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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페이스북_www.facebook.com/coreaart

초대일시 / 2022_0610_금요일_02:00pm

2022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초대展

주최,기획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주체가 한 눈으로 소실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풍경과 건물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절대적 공간을 형성해냈던 원근법은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이 인식하는 모든 것'이라는 시각중심적인 사고였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생각은 계몽주의나 데카르트 형식주의의 근간을 이루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19세기에 이르러 사진기, 현미경, 활동사진, 망원경 등의 광학기구를 발명하도록 만들었고 이로부터 얻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점차 기술(언어)중심의 역사를 대신하는 '이미지 전환의 시대'를 이룬다. ● 하지만 이와 다른 흐름도 존재한다. 광학기구나 해부학의 발달로 인간의 눈이 보지 못한 세계, 즉 피부 아래 숨어 있는 신체의 비밀을 밝혀내는 의학적 접근이나 전투기에서 조망되었던 전쟁의 참혹한 광경은 유토피아 대신 죽음의 트라우마를 안겨주었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시각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시각중심의 사고를 반성하거나 이에 저항하며 다른 지각이나 신체를 통한 경험을 중시하는 현상학이 나타났다. 또한 시각은 '보는 눈'(eye)과 보고 있는 나를 지켜보는 '응시'(gaze)로 분리되고 이 '응시'는 권력이나 자본과 연계되어 모든 사회적 관계로 확장된다.

이지현_022MA04002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책 꽂이 설치_247×256×172cm_2022
이지현_022MA04012 dreaming book-생텍쥐페리외 2권_ 책 뜯다_24×32×11cm_2022
이지현_022MA04007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_314×243×9cm_2022
이지현_022MA04003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아크릴 책 꽂이 설치_201×91×25cm_2022
이지현_022MA04001 dreaming book-clothes project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전시장면_420×570×380cm_2022

미술사에서도 절대적 공간에 시간이 들어오게 되면서 재현 중심의 체계가 무너졌다. 인상주의에서 시작되어 큐비즘이나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등 20세기 아방가르드 그리고 1960, 70년대 모더니즘의 역사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변곡점을 만들어냈던 상황주의 인터내셔날(SI, Situationist International)에 이르기까지 명백한 반시각적 흐름이 존재했다. 현대 포스모더니즘의 해체와 전복의 전략 역시 이러한 반시각적 담론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이번 오승우미술관 초대전은 이처럼 시각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이는 것'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소위 '반망막적 미술가'인 이지현작가가 초대되었다. ● 이지현은 신문이나 성경, 고전문학 등의 책에 인쇄된 텍스트를 날카로운 도구로 수백 번의 행위를 통해 해체하여 공허한 종이뭉치로 만드는 작업을 보여준다. 또한 주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옷의 기호들을 해체하여 한갓 천이라는 물성으로 변화시킨다. 책이나 옷의 기호를 뚫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적극적인 해석을 나타내며, 결과적으로 물질이 지닌 고유한 빈칸과 접힌 면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제시하게 된다. 텍스트를 무화(無化)시켜버린 작가의 '마른 언어'는 의미 대신 너덜너덜해진 종이의 물질성을 감지하는 촉각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대상의 표면에서 그 내부로 안내하게 되는 것이다. ● 작가는 가볍고 연약하고 가변적인 종이를 소재로 해체와 전복, 표류와 역설의 비유를 통해 비가시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끌면서 존재 혹은 실존의 무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박현화

이지현_022MA04005 dreaming book-손문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_260×50×16cm_2022
이지현_022MA04004 dreaming book-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나무 프레임, 비닐, 가변설치_340×93×93cm_2022
이지현_022MA04007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전시장면_314×243×9cm_2022
이지현_022MA04007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_314×243×9cm_2022
이지현_022MA04007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전시장면_314×243×9cm_2022

옷에 대한 다른 생각 ●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화의 시도는 내 작업의 일정한 방식이다. 오랜 기간 그것들을 둘러싼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뭔가를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많다. 책 작업도 그렇고 신문 작업도 사진, 옷 해체작업도 그렇다. 읽을 수 없게, 입을 수 없게 만든다. ● 이번 작업은 입기 위한 옷을 만든 것은 아니다. 뭔가를 눈으로 마주하고 만나고 싶다는 것이 생각의 시작점이다. 책은 늘 상 읽어 왔다. 그 책에서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여기엔 책이 갖는 사각의 프레임도 없다. 단지 그 내용이 옷이란 시각적 대상으로 옮겨 와 있을 뿐이다. 그러곤 나는 관객과 그 대상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우린 시간의 타임머신을 타고 그들과 이곳서 만난다.

이지현_022MA04007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전시장면_314×243×9cm_2022
이지현_022MA04002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책 꽂이 설치_247×256×172cm_2022
이지현_022MA04005 dreaming book-손문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_260×50×16cm_2022
이지현_022MA04001 dreaming book-clothes project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가변설치_420×570×380cm_2022

나의 작업은 노동의 연속이다. 말이 예술이지 막노동꾼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오늘도 수많은 책 페이지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한땀 한땀 날카로운 도구로 해체한다. 지난 며칠째 생텍쥐페리와 마주하고 있다. 텍스트 위로 무심하게 칼날이 지나간다. 칼날에 흩어진 글자들이 테이블 위에 나 뒹군다. 조심히 그 조각들을 모아 실로 이어 붙이고 양념을 발라 오븐기에 쿠키 굽듯 여러 번 열로 굽어 낸다. 바삭해진 종이는 가위로 재단을 하고 바느질하듯 이어붙여 허리를 만들고 소매와 목깃을 만든다. 그렇게 책은 또 다른 모습으로 전시장에 걸려 진다. ■ 이지현

이지현_022MA04004 dreaming book-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나무 프레임, 비닐, 가변설치_340×93×93cm_2022
이지현_022MA04001 dreaming book-clothes project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가변설치_420×570×380cm_2022
이지현_022MA04002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책 꽂이 설치_247×256×172cm_2022
이지현_022MA04003 dreaming book-Library project_ 책 뜯다, 아크릴 책 꽂이 설치_201×91×25cm_2022
이지현_022MA04001 dreaming book-clothes project 만나다_ 책 뜯다, 옷 만들다, 전시장면_420×570×380cm_2022

Different Thought About Clothes ● It is my style of work to attempt a change in changeless objects. By breaking long bounded restraints on those objects, I am intrigued in showing something different. This applies to my works involving books, newspapers as well as the deconstruction of clothes, rendering them practically impossible to read or wear. ● The work this time is not meant to create wearable clothes. To create something that could be confronted visually was the start of my thought process. Books have always been read, and I am attempting new changes in such books. They do not have their usual rectangular frames here. Only the contents have been transferred to visual mediums called clothes. Then I facilitate the meeting between the audience and these visual mediums. We shall ride the flow of time in a time machine to meet those mediums here. ● My work involves continuous labor. Though described as 'art', this is no different from manual labor. Unwaveringly, I neatly arrange numerous pages of books on a table and dismantle them with a sharp tool, pluck by pluck. For the past couple days, I have been confronting Antoine de Saint-Exupéry. Edges of knives indifferently pass above texts, and disarranged letters scatter on top of the table. I carefully collect scattered pieces to reattach them with threads and bake them with heat several times after seasoning like cookies in an oven. Papers that have turned crisp are tailored with scissors and pieced together as if sewing to make waists, sleeves, and collars. Just like that, books are displayed in the exhibition hall with a completely different look. ■ Ji Hyun Lee

Vol.20220505f | 이지현展 / LEEJIHYUN / 李支鉉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