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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5:00pm / 일,월요일 휴관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을지로9길 2 3층 Tel. +82.(0)2.318.0131
나는 지난날 작업은 물론 미술수업도 하면서 '슈퍼우먼'이 되어야 했다. 어린 딸을 학기 중에는 학교에 데려다 주고 방학 때에는 공부방에 데려다 주곤 했는데,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 중 유독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 딸아이를 공부방에 데려다 주던 중 마주치는 공원길이다. 그 길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의 많은 공원길 중 하나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 있었다. 딸아이와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여긴 우리만의 비밀 정원이야. 우와 이런 꽃도 있네"하며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특별한 장소처럼 여기곤 했었다. ● 당시에 나는 삶을 하나의 숙제로 생각하면서 매일매일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어린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비밀스러운 정원에서 아이와의 데이트는 그나마 소소한 용서의 시간이었다.
우린 삶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아이와 나에게 지금 그 정원 길의 기억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이와 최근 예전 '비밀 정원'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엄마는 우리 집의 정원사 같아" 라는 아이의 한마디에 나는 울컥 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지시하고 강요하는 서툰 정원사다. 늘 분주하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고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마구잡이로 분주해 진다. 분주한 정원사가 가꾼 정원에서 아이는 또 다른 자기만의 꽃으로 잘 자라났다. 정신없이 분주하기만 했던 나를 이제는 성장한 아이가 이해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그리고 건강하게 잘 성장해 준 아이가 고맙다.
그 때의 비밀 정원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리고 올 해도 소담스런 꽃들은 활짝 피었다. 나는 그 길을 지나며 여전히 그 꽃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 때문일까? 그 꽃들은 여전히 건강하고 천진난만하다. ● 그 꽃들은 내게 큰 힘이 되고 내 그림의 소재가 된다. 나의 '부케'그림에서 그들은 나의 기억들의 흔적들과 더불어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비록 연약한 어린시절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그림에서 그들은 날좋은 초여름처럼 언제나 힘차게 '활짝'피어있다. 그들처럼 우리도, 구석에서 낮게 피었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있게 활짝 피기를 기도해 본다. ■ 여강연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언제나 바쁜 사람이었다. 아침에는 나를 챙기기 바빴고, 남는 시간에는 작업실을 숨 가쁘게 오갔다. 동시에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누구보다 크게 웃는 엄마는 그림 속 스마일과 똑 닮아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들에 둘러싸인 스마일은 언제나 밝고 당찬 엄마의 모습인줄로만 알았다.
20대에 접어들고 다시 본 엄마는 달랐다. 엄마는 언제나 새벽같이 일어나는 슈퍼우먼이 아니었다. 집에서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날이 늘어났다. 항상 긴장감이 가득했던 엄마의 얼굴에는 낯설고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른다. ● 그동안 엄마는 나와 가족이라는 작은 세계에 갇혀 있었다. 이제 엄마는 점점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SNS와 담을 쌓고 살던 엄마에게 어느새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다. 심지어 내가 하는 '덕질'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문화에 도전한다. ● 좁은 세계에서 벗어난 것은 엄마 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 입시를 거치며 내 세상은 한없이 건조하고 무거웠다. 적어도 그 굴레에서 벗어난 지금, 나에게도 모든 것이 처음이고 도전이다.
엄마는 우리 가족을 가꾸는 '정원사' 같다. 항상 우리 가족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상처가 나면 돌봐주며 일궈나간다. 엄마 그림처럼 우리 집에도 알록달록한 색채가 입혀진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 아주 기뻤다고 하셨다. 언제나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처음 해드린 것 같아 미안함이 들었다.
이제 나는 힘든 시기를 지나 활짝 피어날 준비를 한다. 항상 스스로의 작업을 내보이길 두려워했던 나다. 거침없는 엄마의 도전을 지켜보며 용기를 얻고,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온전한 나를 살짝 드러낸다. ● 그리고 나 또한 엄마를 따라 어린 '정원사'가 되어 보기로 한다. 엄마가 나를 피워낸 것처럼, 나도 엄마를 활짝 피우고 싶다. 그래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엄마를 돕기로 한다. 엄마의 '스마일'은 내 스타일로 재탄생한다. 엄마의 그림으로 디자인한 굿즈는 덕질을 하는 나의 소소한 욕심이다.
"어떻게 나한테서 너 같은 애가 나왔을까?" 엄마는 나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하신다. 신기하게도 엄마와 나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성격도 반대, 취향도 반대고 작업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덕분에 엄마와 나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다. 『활-짝』은 우리 모녀의 첫 합동 전시이자 작은 도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엄마와 우리 가족에게 언제나 웃음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 ■ 안성민
Vol.20220511f | 활_짝 : 비밀정원의 대화-여강연_안성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