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 2022 오픈콜-김정인: 파편기록 SAM 2022 Open Call-Jungin Kim: Record of Fragments

김정인展 / KIMJUNGIN / 金正仁 / painting   2022_0512 ▶ 2022_0605 / 월요일 휴관

김정인_파편 모음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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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성곡미술관 기획,진행 / 이수균(학예연구실장)_윤현정(학예연구사) 이시연_황수진(학예인턴)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 2가 1-101번지) 2관 제1전시실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성곡미술관은 첫 번째 '성공 2022 오픈콜'에 김정인(1991~) 작가를 초대한다. 그는 갓 30세를 넘긴 젊은 작가로 꾸준히 회화 작업에 몰두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란하고 복잡한 하이테크놀로지 이미지 시대 속에서 김정인은 회화를 고수한다. 그것은 급류와 같이 빠른 속도로 치닫는 시대에 자기 내면 깊숙이 숨겨진 창작에 대한 욕망을 천천히 음미하며 끄집어내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리라. ● 김정인은 '화가'이면서 '시인'이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는 일상의 풍경을 시선이라는 렌즈로 포착하고 이어서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묘사하고자 한다. 이때 그의 시선은 다른 공간과 시간을 품으며 서로 혼합되고 분해, 해체되어 파편화된다. 때문에 그의 회화는 「불안함이 가득한 돌멩이」, 「나무에게 가는 길」, 「잔해가 만든 별」 등 작품 제목처럼 해독이 난해하거나 상당히 중의적인 시적 언어로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이미지 역시 형성 중에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묘사에 집중되어 있다.

김정인_불안함이 가득한 돌멩이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1

제스처가 녹아있는 붓질로 해체, 중첩, 반복하며 뒤엉켜 드러난 이미지들은 다시 화합하기 위해 붓으로 물감을 뭉개거나 이미지들을 접붙이고 반복적으로 겹치며 김정인의 회화를 완성한다. 이렇게 안과 밖, 앞과 뒤의 상관관계가 서로 뒤엉킨 이미지들은 지난 추억과 미래의 이미지처럼 느껴지며, 한 번은 보았을 법한 또는 경험해 보고 싶은 공간으로, 스스로 일체가 되고 싶은 욕망의 공간으로 드러난다. 뿌옇게 바랜 듯한 중간톤의 컬러들은 화면 전체를 지배하며 그 미묘한 톤의 차이 속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번에 품은 시간 밖의 공간인 예술의 지향점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는 김정인의 시선을 공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감동을 준다. ■ 성곡미술관

김정인_수집된 조각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2

존재가 된 시공(時空), 하나일 수 없었던 하나 - 김정인의 회화가 전하는 미적 자가-회생의 가능성 ● 화가는 장면을 그린다. 그리고 장면은 무엇 간의 일체(一切)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장면은 안팎에서 일으켜진 어떤 파열에 기인한 파편들로 조직된다. 이 파편들은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내며 하나의 장면을 형성한다. 조각난 이 구체의 장면들은 이내 더 큰 단위의 장면을 다시금 하나로 구축하거나, 스스로의 견고함을 잃어버린 단일의 장면은 여러 순간의 파편들이 헤치고 모여 이를 이루고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장면은 상황이다. 상황은 평면이라는 시공(時空)에 안착하기 위하여 총체로서 비로소 하나가 된 자신을 이루고, 그리하여 열어젖혀진 그 시간과 공간은 그 존재의 성립을 위한 또 다른 세계를 축조한다. 이렇게 분열함과 동시에 함께 결집하는 이 특정한 '시공-존재'는 바로 그때, 그 정체와 맥락을 새로이 자기 설정할 조건을 활성화한다. 그러한 일련의 미적 태도는 곧 본래 구성을 위한 장치로써 보통은 대상에 비견하는 지위를 부여받아왔던 회화에서의 물리적 시공이 갖던 의미를 승화하면서도, 그로부터 존재로서의 인식을 현전케 하는 물리적인 인과 관계를 앞서서 조성한다.

김정인_습기가 가득한 곳_캔버스에 유채_193.9×390.9cm_2020

일련의 미적 논리를 갖는 김정인의 평면은 각기 다른 이미지들을 연대해 나가는 작업에 기반하고 있다. 작가가 행하는 이 '이미지의 연대'라 함은 말 그대로 각각의 연유로 산재하던 불성(不聖)의 이미지들을 추출하고 엮으며 벌이는 일종의 보완 과정이기도 하며, 또는 그 과정을 지나면서 남겨진 흔적이자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작가는 최초 이미지들의 수집과 선택에 있어 그것이 종국에 표현될 제 형상을 전제한다는 거다. 다시 말해, 그가 찾고 결심하는 이미지들은 모두 왜곡되거나, 찢기거나, 부서지거나, 구멍 난 상태가 되어버릴 운명이라는 거다.

김정인_억압된 나무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0

이러한 사실은 어쩌면 완성을 위해 기여할 수 없었을 이미지들을 어떻게든 하나의 장면을 위해 잇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비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김정인이 끌어들이는 이미지들은 아마도 흔히 주변 일상에서 지나칠 법한 풍경이기도 하면서도, 실은 그 자체로 잉여하거나 편치 못한 상태의 도상이다. 자유로운 유동을 보장하는 가운데, 이로써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쌓아 올려진 이미지들은 그 집진의 설계를 좇아 작가의 작업 세계 안에서 또 하나의 이상적인 사회를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김정인_파편기록展_성곡미술관_2020

이상으로 김정인은 상대적으로 피동적 층위에 묶여 있던 회화의 위상을 넓게는 세계, 가까이는 사회라는 복잡하고 다단한 범주 안으로 한층 더 적극적으로 진입시키는가 하면, 그의 여정은 다른 한편 구텐베르크 은하계(The Gutenberg Galaxy)를 마침내 가로질러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지와 감각의 체계를 일부 가늠코자 하려는 시도를 구가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아하는 변동의 씨앗들은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수많은 법칙을 계속해서 무효화하고 있다.

김정인_파편기록展_성곡미술관_2020

그 와중에 입게 될 상처와 희생은 오롯이 모든 주체가 감내해내야만 한다. 맥락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자아의 모습을 이처럼 이미지에 투영하고, 이를 연대하는 와중에, 그것으로 절대 하나일 수 없었던 하나의 이미지는 직조되었더라. 그렇게 김정인이 발견한 신(新)인류의 이 이미지 장(場)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내재한 태초의 불완전성을 마주하고, 나아가 그 관계망의 구조를 돌이킬 기회를 비로소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 장진택

Vol.20220512b | 김정인展 / KIMJUNGIN / 金正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