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비추어 남다

이수경展 / LEESOOKYONG / 李秀京 / painting   2022_0517 ▶ 2022_0524 / 월요일 휴관

이수경_끝까지 비추어 남다_한지에 혼합재료_156×57cm×4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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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051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아트센터 Hakgojae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Tel. +82.(0)2.720.1524~6 artcenter.hakgojae.com

끝까지 비추어 남다 ● '남다'는 '있다'와는 다르다. 사라지는 과정의 끄트머리쯤 붙들어 놓고 '아직 존재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지워지거나 잊혀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성립할 수 있는 단어다. 때문에 남아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뚜렷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가슴에 남은 추억은 찰나에 가깝기 때문이다. ● 사라지는 찰나를 그린다는 것. 어쩌면 대상이나 형태가 없는 표현이 훨씬 쉬었을지 모른다. 이수경의 작업을 보면 처음 들었던 의문이다. ● 다시 작품을 본다. 분홍과 보라, 노랑의 색면들은 독립적이지 않다.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다. 다양한 형태가 색을 입히지 않은 채 한지를 압(壓)으로만 화면에 공존한다. 분명한 무엇이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빛을 만나야만 비로소 그 형태를 드러난다. 그래서 수많은 흔적들 사이에 빛나는 몇몇의 색면들이 더욱 아름답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 화양연화와 같은 색들이 화면 위에 풍성하다. 8폭으로 된 화면의 아름다운 색면을 눈으로 쫓다보면 때론 급하고, 바쁘다가 어느새 완만하고 느린 호흡으로 바뀌기를 반복하며 지루할 틈없이 감상을 즐기게 된다. 이러한 호흡은 색이 없는 빈 공간, 즉 화면 여백의 간격과 위치의 변화로 발생하는 일이다. ● 바로 여기, 화면의 여백처럼 보이는 이곳이 「끝까지 비추어 남다」를 그저 아름답기만한 그림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여백처럼 보이는 이 화면의 공간은 사실 비워져 있지않다. 볼펜촉만큼 얇은 봉으로 눌러서 작은 문양들이 빼곡이 채워 넣었다. 꽃과 구름, 길과 집을 눌러서 그려 넣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의 사이사이에는 아프고 슬프고 힘들었던 고된 흔적이 켜켜히 쌓여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수경은 굳이 그 흔적을 밝힐 마음이 없다. 그저 우연한 빛으로 언뜻 비춰진 흔적을 누군가는 발견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보여지기 위해 그리는 그림에서 다 보여지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는 것은 많은 생각이 담긴 동시에 깊은 사유인 것이다. ● 작가는 다른 방법으로도 드러나는 시각자극과 보는 너머의 기억을 소환해 낸다. 대상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긴 작품은 예술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사건은 이제 희미하지만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거나 대상에 대한 기억이 아닌 그 대상을 바라보던 나의 생각이 더 뚜렷이 남는 일이 그러하다. 이수경의 화면에서는 이렇게 보이는 색면과 숨은 흔적이 분리되지 않고 숨음과 나타남, 감춤과 드러남, 움직임과 고요함, 적음과 많음, 강함과 약함, 짙음과 옅음 등의 대립적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1) ● 동아시아에서는 이렇게 드러나는 것을 형상=실(實_가득차다)이라고 말하면서 숨어있는 정신= 허(虛_비우다)라고 부른다. 그리고 형상을 통해 정신을 전달하는 것을 의경(意境)이라고 말하며 객관적 생활의 진실한 본질이라고 풀이했다. 의경, 뜻이 있는 곳 혹은 마음의 장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보는 여러 방법 중 마음의 장소에 대한 동아시아 미학을 오늘 필자는 이수경의 작품에서 목격한다. 드러난 실과 숨겨진 허, 색으로 보여지지만 흔적으로 전달해 내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닿은 마음의 장소를 본다. 그렇게 만난 마음의 장소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동의가 가능하고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예술의 힘이며 가치다. ■ 김최은영

* 각주 1) 푸전위안, 『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2. 참조

이수경_끝까지 비추어 남다_한지에 혼합재료_100.2×47.2cm×2_2021 이수경_끝까지 비추어 남다_한지에 혼합재료_83×39cm×2_2022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들은 마음을 뚫고 하나, 둘 여러 형상으로 불쑥 나타나 만나게 된다. 환한 빛이 주는 밝은 에너지를 통해 꽃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추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작은 떨림과 그날의 소망들은 빛으로 오래오래 머물러 있다. 볼이 빨개지듯 종이에 스며드는 연분홍빛의 몽글몽글함, 화폭에 수줍게 피어나 붉게 갈망하는 솔직한 마음들, 저녁에 지는 햇빛처럼 늦게까지 남아있는 섬세한 빛을 담아내고자 한다. ● 수없이 많은 너와 나 / 서툰 시간을 맴돌고 / 하나뿐인 공간을 채우며 처음 만나는 우리 / 창문 밖은 보고만 있어도 감사함으로 가득하거늘 / 슬퍼질 시간에 웃어보라. / 폭풍우인 줄 알고도 내딛는 순수한 발걸음에 / 풍덩 빠져들 수 있거늘 / 슬퍼질 시간에 웃어보라. /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작가노트 중에서) ■ 이수경

Placed in the deep mind, the images come to me in various shapes one by one through my heart. A Flowers' song is heard from the bright energy that is formed by bright light. Tiny shivering from the dancing trees and the day's wishes turn into the light and stay for a long time. ● Numerous You and I / Floating clumsy time around / Filling the only space, We meet each other for the first time. / Just by looking at it / Out of the window are full of gratitude / So smile when you get to be sad. / Even though you know it is storm, / You can plunge into it on innocent steps. / So smile when you get to be sad. / The day we could meet again. (among the writer's notes) ■ LEESOOKYONG

Vol.20220517b | 이수경展 / LEESOOKYONG / 李秀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