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 나무, 탑, 사람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   2022_0520 ▶ 2022_0611 / 일요일 휴관

신하순_나무 탑 사람 1_장지에 수묵채색_63×94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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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0520_금요일_05:00pm

아트레온 갤러리 초대展

후원 / (주)아트레온 주최 / 아트레온 아트센터 기획 / 아트레온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 (창천동 20-25번지) B1,2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생활의 발견 ● 신하순에게 '살다'와 '그리다'는 이음동의어이다. 그는 이십여 년이 넘도록 자신의 생활 경험을 그리는 데에 천착해 온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자신이 영위하는 생활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활 그림'이라고 부름 직하다. 생활을 그려서 현대 사회에 대한 관념을 드러낼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애당초 사변(思辨)은 그에게 생활의 영역 밖이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사사로운 생활을 사사로이 그리며 개인주의자임을 자처한다. ● 화가도 생활인이지만 그렇다고 범인(凡人)은 아니어서 신하순이 그리는 생활의 장면은 일상적이지 않다. 그는 신변잡기를 쓰듯 자신의 생활을 그리지만 그의 그림은 통속적이지 않다. 그의 생활 그림은 엄밀히 말하자면 '화가 생활 그림'이고, 화가의 생활은 여느 현대인의 생활과 닮은 듯 달라서 그의 그림은 오히려 탈속의 세계에 가깝다. 그는 산으로 둘러싸인 학교와 별빛이 형형한 근교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가르치고 그려서 삶을 꾸린다. 틈나는 대로 자연을 산책하고, 방학이면 가족과 함께 국내외를 여행한다. 그가 집, 학교, 작업실, 여행지에서 본 모든 장면은 잠재적인 그림이다. 천생 화가인 그에게 일상생활과 여행은 모두 그리기의 원천이다. 신하순은 화가의 삶 자체가 그림이 되는 '생예일치(生藝一致)'의 경지를 그리려는 듯하다. ● 근작에도 어김없이 자신과 가족의 모습, 학교와 작업실의 풍경, 국내외 여행지의 풍광 등 화가 신하순의 생활이 담겼다. 자화상인 「마드리드의 기억」 연작에서 선묘(線描)로 그려진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전신(傳神)하기 위한 눈 묘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천연덕스럽게 눈을 가렸다. 대신 불과 물의 모티프, 적과 청의 색조를 이용해 지중해성기후를 감각하는 자신을 그려 냈다. 자신과 배우자의 모습이 숲속 호수 위에서 교차되는 「만남」 연작에서는 생활을 관찰할 뿐만 아니라 기억하고 상상하여 그리는 신하순의 자유로움이 빛을 발해 근사한 연애담이 만들어진다. 작업실 안팎의 수목과 인물 묘사를 작품별로 달리한 「수동 스튜디오」 연작은 한 장소에서 미묘하게 변화하는 자연과 생활의 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 신하순의 생활은 여행을 통해 변주되고 그의 그림 역시 그렇다. 기행의 유행이 진경산수화의 형성을 견인했던 것처럼 그의 여행은 신하순 특유의 '여행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의 여행 그림은 장소별로 다채로운 조형이 특징이다. 피렌체의 성당, 프랑크푸르트의 맥줏집, 카르카손의 고성,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이 모두 제각각의 선묘, 색채, 구도로 그려진다. 신하순의 여행 그림은 사생(寫生)의 결과물이 아니다. 현지에서는 자신의 인상과 감각을 흐릿하게 스케치할 뿐, 작업실로 돌아와서야 각 장소를 또렷이 기억해 내어 그린다. 눈으로만 그리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스스로를 화면 위에서 마음껏 유희하게끔 한다. 그는 여행이 영원할 수 없고 결국 흔적으로 기억되어 생활의 일부가 됨을 잘 안다. 그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그릴 때에도 기념비적으로 그리지 않고 가족을 점경인물(點景人物)로 그려 넣어 이천 년 고적을 가족 여행의 배경이 되게 한다. 신하순이 와유(臥遊)하는 방식은 과거가 되어 버린 여행지의 실경을 방 안에 되살려 놓는 일이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오늘의 기억을 그림으로 되새김질하는 일이다. 그의 여행 그림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는 '기억 그림'이라는 점에서 시간의 변화를 그림으로 좇은 「수동 스튜디오」 연작과 같은 맥락에 있다. ● 짐작하건대 신하순은 장자(莊子)를 즐겨 읽을 것이다. 자신의 생활과 여행을 담은 그의 그림은 소요유(逍遙遊)의 공간과 무고금(無古今)의 시간을 연상시킨다. 그는 생활의 장소, 여행지 할 것 없이 자유롭게 노닐고, 그때 본 장면과 오늘 그리는 그림 사이를 마음대로 오간다. 「나무, 탑, 사람」, 「탑과 사람」, 「탑-오늘 하루」 등의 연작은 신하순이 물아일체(物我一體)까지도 꿈꾸고 있음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는 탑신 속에서 좌망(坐忘)한 채 탑과 나무가 되기를 몽상하는 자신을 그렸다. 그의 호접몽(胡蝶夢)은 사상가가 아닌 화가의 꿈인 만큼, 그는 연작에 등장하는 탑마다 형색의 뉘앙스를 달리했다. 화가인 그가 외물과 하나가 되는 길은 대상으로부터 받은 모든 인상을 수차례에 걸쳐 그려 내는 것이다. ● 신하순은 서투른 듯 능수능란한 묘법(描法)과 극히 제한된 색조의 담채(淡彩)로 '평담천진(平淡天眞)'의 미학을 구현한다. 그의 의도된 아마추어리즘은 생활을 그리는 형식으로 더할 나위가 없다. 완벽한 무기교(無技巧)의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조형 방식을 실험한다. 「잎」 연작에서는 코튼지를, 「탑」 연작에서는 목판을, 「얼굴」 연작에서는 백자를 사용하는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묘법을 연구했다. 「섬」 연작과 「임하도에서」 연작에서는 수묵 담채와 여백의 변주를 모색하고, 「탑과 사람」 연작에서는 캔버스와 구아슈를 조형 실험의 재료로 삼았다. 이처럼 생활을 그려 내는 화가의 생활은 그의 그림처럼 쉽고 편하지 않다. 화가로 사는 신하순의 삶은 부단한 수양의 과정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처럼 그리기까지 평생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 최석원

나무 · 탑 · 사람 ● 탑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가끔은 현실의 복잡한 삶을 지워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빨리 흐르는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복병이 인생을 흔들 때도 있다. 탑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특별하지도 않은 우리의 삶의 모습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신하순_모습_장지에 수묵채색_30×21cm_2022

● 파도에 갇힌 섬의 삶은 외롭다. 섬의 무한한 가능성을 간직한 채로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누이며 오늘의 삶에 여유를 부린다. 시간에 자유로움을 즐기고, 공간에 무한함을 체험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신하순_수동 Studio 4_장지에 수묵채책_63×94cm_2022

수동 Studio ● 수동 다녀올께~ 하면, 가는 내내 다양한 상상을 한다.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어 볼까? 잔, 사발을 만들고, 도판에 드로잉을 할까? 아니면 코튼 페이퍼에 식물 드로잉을 한 뒤, 미싱으로 바느질하여 선을 마무리해 볼까? 가죽으로 작은 수첩을 만들까? 차분하게 화선지에 수묵화를 할까? 아니면 콤프레셔로 채색을 뿌려 색을 변조해 볼까? 목판에 조각도로 형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어느덧 수동STUDIO에 당도하여 밀렸던 일들을 정리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손 볼 곳을 찾고 정리하고, 내부의 보완해야 할 곳들을 매 만지고 나니 시간이 훅 지나간다. 잠시 소파에 푹 쉬기도 하니, 「만약에 이 공간이 없었더라면」, 많은 일들이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니 소파에서 일어나 작업공간으로 어슬렁 움직인다. 음악을 틀고 귓 전에 낭낭한 음성과 오후의 한가로운 연주가 흘러나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미를 만들어간다.

신하순_여름_장지에 수묵_94×63cm_2021

임하도에서 ● 몇 해 전 연구년에 임하도를 찾았다. 유명작가들이 거쳐 간 레지던시 공간이 있는 곳이다. 또한 가까운 곳에 세월호의 아픔이 묻힌 바다가 있는 곳이다. 푸른빛 바다는 보랏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Madrid의 기억 ● 더운 여름 MADRID에서는 축제의 연속이었다. 마드리드의 여름은 신선하고 볼거리가 풍성한 문화도시였다. 지금은 코로나로 세계가 움츠려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광장에서 K-POP이 흘러나오고, 저마다의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신하순_임하도에서 3_장지에 수묵채색_94×63cm_2018

부산-휴가 ● 나들이는 가족의 따스한 정을 샘솟게 한다. 일상에서 보여지는 생각들이 특별한 곳에서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바라보다 ● 세상을 바라보며, 앞에 있는 상대방을 다시금 바라본다. 함께한 세월이 표정 속에 녹아든다. 무시할 수 없는 삶을 함께하고, 거부할 수 없는 의지로 희망을 함께 나눈다.

신하순_잎 4_코튼지에 드로잉_21×21cm_2022

● 잎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 경이롭다. 그 안에서 작은 움이 트고,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또 다시 싹이 움트고... 연구실에는 17년 전에 선물로 받은 화분이 아직도 2년마다 주기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봄 향기가 연구실을 가득 메운다.

얼굴 ● 반가운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만연하다. 마음을 보여주는 미소에는 저마다의 인격을 전해준다.

신하순_탑과 사람 1_캔버스에 과슈_지름 40cm_2022

그림 그리면서 ● 하고 싶은 그림 이야기가 따로 있을까? 나만이 간직한 가슴속 이야기 함께하고 싶은 미적 시각을 나눈다. 나무와 탑과 사람이 함께 보여지는 화면에는 내가 있고 가족이 있고 그들이 있다. 탑은 엄숙하고 다가서면 깊이감이 빠져드는 무언의 울림이 있다. 그 안을 바라보다가 그 안의 공간에는 무엇을 담고 있고 무엇을 위한 곳이며,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일까? 소중한 것을 보관하기 위해서 긴 세월을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다.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은 시간과 공간과 자기 자신도 망각해버리는 무한한 시간을 넘나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한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인간은 한순간의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나름의 인생을 느끼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맞은 편에는 나무와 사람과 집이 함께 한다. 나무라는 자연 속에 인간과 삶의 부분인 집이라는 거주의 최소 단위이지만 공간에 대한 의욕의 첫 단추가 되고 있다. 수동 스튜디오는 개인 작업실이자 여가 공간이다. 미싱과 도예, 가죽공예, 가족 모임, 각종 활동을 위한 소중한 공간이다. 이번 작업에 다양성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작가 공간에서 생겨난 산물이다. ■ 신하순

Vol.20220520b |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