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정진경展 / JUNGJINGYEONG / 鄭晋敬 / painting   2022_0520 ▶ 2022_0605 / 월,화요일 휴관

정진경_드로잉 북에 연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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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홈페이지_www.jung-j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한 걸음 더』를 응원하며 ● 정진경 작가는 어찌 보면 가장 힘없어 보이는 사물, 그것의 특정 부분과 소통을 시도한다. 그들은 사실 진짜 힘이 없다기보다 작가가 익숙하여 쉽게 말 걸기 편한 사물이고, 어쩌면 특별히 정치적인 특정 코드로 읽히지 않을 것 같은 사물이며, 작가에게 어떤 측면이 감정이입 된 것으로서 컨택 된다. 작가는 이렇게 시선이 닿은 곳을 꾸밈없이 선선하게 그려 나간 다. 여기서 꾸밈없음이란 목적이나 정치성의 지양을 드러내거나 나아가 은폐에 공모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목적 없는 합목적성'의 회귀를 의도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 속에 작가 자신은 왜곡되어 있거나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자신과의 분열에 애먼 사 물들을 괴롭혀왔다. 마치 그들이 자신을 대신하여 속마음을 까발릴까 봐. 정면이 아닌 비스듬한 시선을 보여주는 여러 장치가 작업에 등장했고, 그리고 작가는 최대한 이미지와 형식 뒤로 숨기를 반복했다. 일상의 플라스틱 공산품 1) 에 꽂혀 동시대를 이야기하고 판화적 실천 2) 으로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는 작가로서 활동해왔다. 그러다 최근 경남예술창작센터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3)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곁 4) 을 무심한 것으로 미화하면 할수록 그가 얼마나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정진경_좋아하는 옷 - 앞, 속, 옆, 더 속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7.9cm×4_2022
정진경_응시하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1×27.5cm_2022

정진경은 이제 세상과 제대로 힘겨루기하고 있다. 의자 다리, 밥그릇이나 컵 같은 용기, 가방, 집의 지붕이나 담벼락 등, 이러한 사물들은 무엇을 지지하고, 담으며, 무엇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사물들이다. 이렇게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면 안정을 향한 욕망과 비례하여 현재의 불안정함과 불안함에 대한 응 시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사물의 특정 부분만을 적당히 클로즈업하거나 단순화하여 이미지로 전환한다. 온전히 재현에 충실하고 화면에 가득 들어차게 그리는 것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은 어디서 오는가? 사물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부분에 대한 확실한 소환보다 불확실한 은폐를 선호한다. 분명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기 주저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적극적이고 대범하고 싶은 욕망과 함께 다소 소극적이고 주저하는 작가의 시선과 표현을, 그리고 누구 나 일정부분 존재하는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2017년 씨알콜렉티브에서의 30X30cm 종이 2,400장 드로잉 설치나, 이후 3D 조각 및 공공조각으로 최초의 판화작업을 확장했듯이 그의 두려움 없는 행보는 이러한 욕망의 역설을 증명한다. 전시의 기회를 잡고자 적극적으로 공 모에 응모하기도 한다. 그는 아주 대범하고 용감하다.

정진경_작업 앞치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65.1cm_2022
정진경_언니의 퇴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22

"내가 하고자 하는 예술은 나에게서 출발했고 깊이 연결되고 싶기에 더디더라도 더 들여다 보며 나가고 싶다." (작가노트에서) ● 작가는 그동안 작업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곱씹으면서, 예술에 대한 원론적인 사유 로까지 생각을 파고들었다. 이번 전시 『한 걸음 더』에서 정진경은 매일 그림일기처럼 가볍고 편하게 그려내려 갔던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일종의 에스키스를 거친 뒤 캔버스로 전환하 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언어표현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복사·붙이기보다 크롭이나 클로즈 업 같은 효과로 마음의 소리를 확인한다. 단순명료하고 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작가의 성향 그대로 말이다. 2021년에 제작된 스위치, 실내화, 종이컵 등은 '내 그림으로 만든 에코백', '애장하는 내 가방', '좋아하는 옷 - 앞, 속, 옆, 더 속' 등으로 전환되어 적극적으로 '나를 들 여다보는 예술'로 선회한다.

정진경_주방의 무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72.5cm_2022
정진경_두보레 비누_캔버스에 아크_53×65.1cm_2022

정진경은 2017년 씨알콜렉티브 신진작가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되면서 나와의 첫 만남을 가 졌다. 2016년 말에 갓 오픈한 씨알콜렉티브는 역량 있는 신진작가 중에서도 소외된 장르 및 지역작가를 지원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고, 작업의 다양성을 지향하면서 평면전시보다는 설 치작업을 선호했다. 판화를 전공한 그는 매체적 한계를 넘어 공간을 최대 활용하겠다는 대범한 설치작업을 계획서로 제출하면서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30x30cm 종이 2,400 장에 풀 형상의 같은 선 드로잉과 이를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하여 전시장 벽면 전체를 도배지처럼 감쌌다. 이러한 이미지는 과거 20대를 반지하 하숙집에서 생활하면서 창문으로 보인 자연의 일부 조각을 소환해내었고, 당시 그리워했던 자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전시 공간 전체는 대체 자연으로서 확장되어 젊은 신진작가로서 경제적·감성적 한계를 드러냈다.

정진경_연필깎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53cm_2022

또한 이 전시는 매체적 한계를 드러내어 욕망을 확인한 작업으로 의미가 분명 했다. 하지만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설치작업이었기에 여러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고생스러운 작업이었다. 전시 기간 막바지에 작가는 고백하듯 30X30cm 종이의 용도를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은 포도를 싸는 종이였고 더 나중에 알았지만, 작가가 밝히기 꺼렸던 가족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포도 농사에 종사하던 부모님과 함께 짊어져야 했던 가족 일원으로서 책 임과 그 삶을 마주 대해야 하는 힘듦이 그 종이 한 장에 압축되어있었다. 가장 익숙하면서도 지긋지긋한 애증의 종이인 셈이다. 그 후로 작가의 작업은 다시 평면으로 돌아갔고, 매우 열정적인 작업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작가를 기쁜 마음으로 응원했다.

정진경_실내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80.3cm_2022
정진경_2022,3월 드로잉 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2

이제 여러 시도를 거침없이 해온 작가의 끊임없는 작업 고민을 들으며, 이것이 작가의 숙명 인가 싶다. 이제껏 경주마처럼 열심히 작업해왔는데, 작가는 이제 슬슬 주변을 통해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한다. 작업의 시작점도 챙기기 시작했다. 작가는 "조금 피하고 싶고 보여주기 힘든 나에게 조금씩 더 다가가는 느낌으로…. 조금 변두리처럼 어슬렁어슬렁하면서 나에 대한 것이든 사회든 어떤 현상들에 다가가야겠다는 약간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려 했다." 라고 말한다. 특히 작가는 「좋아하는 옷 – 앞, 속, 옆, 더 속」에서 더 찬찬히 주변을 바라본 다. 나는 왜 이 옷을 좋아하는가, 내 주변은 왜 이러한 사물들로 가득 차 있는가. 작가는 소 소하고 일상적이며 때로는 여성적인 주변의 사물을 분리해 자신에 대한 타자의 시선을 구조화한다. 「언니」로 대표되는 가족은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고, 혼자 독립된 삶을 살아 나가 야 하는 그에게 작은 수리는 혼자 해내야 하는 측면에서 「드라이버」는 필수아이템이다. 주변에서 불특정 타자가 바라보는 정진경이 아닌 생동하는 사물과 움직이는 주체의 환상을 마주 대할 수 있는 정진경 작가, 대범한 그의 작업을 기대해본다. ■ 오세원

* 각주 1)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 2019 봉산문화회관 유리 상자 전시 서문 2) 안소연(미술비평), 윤곽과 표면을 떠낸 (판화적) 이미지, 2021 올해의 청년작가전-대구문화예술회관 3) 전혜정(미술비평), 합천군 덕곡면 학리1길, 나에게 가는 길, 정진경_경남 2021 매칭 비평 4) 안진국(미술비평), 곁의 미학: 일상과 그리움 사이에서 피어오른 이미지

Vol.20220521c | 정진경展 / JUNGJINGYEONG / 鄭晋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