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KOREANECTION
관람시간 / 12:00pm~06:00pm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82 야외
어떤 돌아가는 길은, 두고 가는 길 같다. 말을 담고 곱씹듯이 지나온 장면을 느리게 더듬는다. 때로 돌아간다는 말은 상실을 더는 이동의 표현이고, 우리는 이런 때 잘 알 수 없는 온도를 상상한다. ● 옅은 먹이 한지를 적신 주름을 지우며 말라가고, 다음 겹을 올린다. 한 번의 고갯짓이 닿는 시선 안에 돌아 두고 가는 길을 부단히 담는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길을 그리기에 그림은 무언가 명확히 박제하는 모습이 될 수 없고, 미적지근한 온도만 남게 된다.
미적지근한 것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게 사라지기에, 잠시 틈과 같은 장소에 돌아가는 길을 두어보려 한다. 잠시간 네모난 지면에 머무르는 세모난 곳을 누군가 조심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고, 들어올 수 있다.
「지점」은 작업 안의 '돌아 가는' 길과 시선의 위치를 지칭할 수 있고, 작업이 놓인 바로 그 지점을 말할 수도 있다. 삼각형 구조에 입구가 하나인 공간 안에, '돌아 가는' 길을 놓아둠으로서 그곳은 자체로 돌아가는 지점이 된다. 이런저런 지점을 설정해보는 것은, 어디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작업 전반의 고민과 맞닿는다. 지점이라는 단어는 어느 곳에 설지에 대한 고민을 내포하고 있고, 작업을 마주보는 때 어떤 거리에서 볼 것인가 하는 고민과 유사성을 가진다.
하나의 작업을 위해 구성된 공간 구조물인 「지점」을, 「돌아 가다」작업과 함께 장소의 현장감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설치하였다. 바람이 임시적인 틀로 구성된 구조 안 밖을 오가며 천을 흩날리고, 시간대별로 작업 주변의 환경들은 작업 위로 다른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다. ● 지점을 지나가며 만나는 관람자들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현장감 안에 놓인 작업을 볼 수 있다. 작업 안의 길의 시간에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옅은 먹이 쌓인 시간 위로 현재의 시간의 겹이 쌓인다.
전체적인 작업은 설치된 틀 밖의 풍경과 함께 하나가 되기도 하고, 안쪽에 위치한 회화가 단독적으로 인식되기도 하면서, 지점은 보는 사람의 서사에 따라 다양한 길을 그려간다. ■ 원소윤
Vol.20220521d | 원소윤展 / WONSOYUN / 元昭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