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onship Practice

한충석展 / HANCHOONGSEOK / 韓忠錫 / painting   2022_0608 ▶ 2022_0626 / 월요일 휴관

한충석_At Home_광목에 아크릴채색_112.1×145.5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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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석 블로그_blog.naver.com/hahaha8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아트센터 Hakgojae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Tel. +82.(0)2.720.1524~6 artcenter.hakgojae.com

'관계의 여백'으로 소통을 그리다 ● 관계(關係)는 '둘 이상의 대상이 서로 관련을 맺는 것 혹은 맺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태어나는 순간 관계가 형성된다. 때문에 관계의 첫 출발선은 가족일 수밖에 없다. 관계가 형성되려면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의 숙성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관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필연적 숙명관계인 가족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충석 그림의 뿌리와 줄기는 관계설정의 소명(疏明) 과정이다. ●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마라. 또한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영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1941~)의 말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관계는 어쩌면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이어가는 중 일수도, 이미 끝나버린 관계일 수도' 있다. 혹시 관계맺음이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 한충석은 왜 그토록 누군가와의 관계설정 그리고 소통방식에 대한 화두에 집착하는 것일까? 한 작가 그림은 한마디로 '인간의 관계에 의한 방어본능을 작업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여러 부류의 인간상, 캐릭터화된 올빼미, 개와 고양이 등이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그 이면에선 '세상을 향한 소통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전이다. 2007년 부산지역의 미술계에 새로운 의식을 불어넣었던 대안공간 반디 기획전 『가면 뒤의 가면-동시대 젊은 작가 얼굴』展에 초대된 것이 계기였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이 전시를 계기로 부산 프랑스문화원 전시실 초대로 『자기계몽』(2008.5.26~6.28)展을 갖는다.

한충석_Black Rabbit – 두려움 없이_광목에 아크릴채색_200×240cm_2019

"나의 작업모토는 '정체성 확인'이다.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확인으로 스스로의 통합된 관념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존재함을 확인하고 발전할 수 있는 성향으로 나를 가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타성이 정해놓은 정리된 질서(법)가 있다. 그 중 한 개체인 난 내가 정해놓은 가치관, 습관 등으로 바르게 산다고 하여도 그것이 그들의 질서에 정당성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난 나의 얼굴을 그린다. 표정을 그리고 때론 눈치를 본다. 그 표정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에 대한 느낌을 최대한 이미지만으로 표현을 해보고 싶다. 그것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그 절대적 가치는 인정받길 원한다." ● 2008년 『자기계몽』 개인전에 썼던 작가노트가 결국 15년의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어줬다. 정체성에 대한 확인, 그 정체성으로 추구해온 절대적 가치에 대한 신념을 그려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작업엔 여백이 많다. 채워도, 가득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난 알고 있기에 채우지 않는다."고 했듯, 최근 작품에선 어떠한 깊은 사유과정이나 대립관계에서의 흔들림을 즐길 수 있을만한 여유로움까지 풍긴다.

한충석_Encounter_광목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22

한충석 그림을 읽어내는 키워드를 몇 가지로 요약하자면 관계, 눈치, 자존감, 고독, 고슴도치딜레마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 '고슴도치 딜레마'는 한충석 스타일의 '방어기제'를 표현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삶이 지속되는 한 다양한 관계맺음을 피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선 상대방에 따라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상하관계거나, 동등한 관계 등에 맞는 역할극을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게 되겠지만, '군중 속의 고독' 역시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 바로 '고슴도치 딜레마' 때문이다. ●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 혹은 Porcupine's dilemma)는 '친밀감이나 애착에 대한 욕구와 독립성 및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넌 네게 상처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거야?"라고 묻듯,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마지막 저작인 『부록과 추가(Parerga und Paralipomena)』에서 우화적 이야기에 빗대어 '행복해지는 비결'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서로의 가시로 인해 '일정 간격 이상으로 가까워질 수는 없다'는 고슴도치들의 숙명적 관계설정은 한충석 그림의 매우 중요한 모티브인 셈이다.

한충석_Fire Cat_광목에 아크릴채색_45.5×37.9cm_2022

실제로 작품제목으로도 사용했다. 2011년 작품 「고슴도치 딜레마」(112.1×145.5cm)는 비둘기 무리 속 한 가운데에 흰색 올빼미가 등장한다. 얼핏 무한한 고독의 슬픔이 전해오지만, 한편으론 '미운오리새끼가 나중에 백조가 되었다'는 해피엔딩 설화(說話)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설정이 2014년 대형작품 「묵시」(122.5×600cm)로 이어졌다. 왼쪽을 바라보는 35명의 검은머리 무리 중에 단 한명만이 흰머리를 하고 있어서 유독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화면 우측에 오른쪽을 바라보는 3명의 시선이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하는 작가의 속마음을 짐작케 한다. ● "인간 심리를 회화로 표현한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소통'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소통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떠한가를 되묻고 싶다. 스스로 자기방어를 한다거나, 입으로는 소통을 부르짖지만 몸은 여전히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소통을 막는 벽은 결국 우리 안에 있다. 인내가 미덕이 되어버린 눈치 보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자신의 존재함을 확인한다. 결국은 발전할 수 있는 성향으로 가꿔갔으면 하는 바람을 그림에 담고 싶다."

한충석_Precious Time_광목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21

한충석은 사람들이 침묵하는 순간을 위트로 뽐내며, 동시대의 감성을 은유적 표현으로 기록하는 작가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성향은 2016년 석사청구전 『관계연습』(갤러리우, 9.21~9.30)에서부터 이미 시작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그들이 사는 숲」(324.4×97cm)이다. 데면데면한 자작나무숲 흰색 올빼미들을 통해 인간심리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너무도 쉽게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소통을 위해 그 무엇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복지부동의 우리 내면적 자화상이다. 현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올빼미 역시 같은 맥락의 설정이다. ● 작품의 성향은 점차 변모해나가도 작품제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연작의 개념을 보여준다. 줄곧 작업모토로 삼아온 '정체성'과 신념어린 '절대적 가치'의 확인과정이나 다름없다. 가령 최근에 자주 사용하는 제목은 「관계연습」, 「치유의 강」, 「두려움 없이」, 「피에로(Pierrot)」 시리즈 등이다. 반복적으로 같은 제목을 선호하는 것은 '관계의 끈'을 스스로 옭아매고자 하는 작가적 의지로도 해석된다. 한 작가는 매순간 '주머니에 품어둔 송곳'처럼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충석의 그림은 매 순간의 적당한 긴장감이 얼마나 삶의 훌륭한 자양제가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충석_Relationship Practice_광목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2

관계의 시작은 물음표겠지만, 마지막은 느낌표일 것이다. 다양한 방식의 사랑에 대한 감정과 은유의 흔적들이 중첩되어 관계의 결이 완성된다. 억겁의 시간이 반복되는 생의 주기에도 나이테라는 쉼의 여백이 있다. 우리의 관계에도 그런 적당한 여백이 필요하다. 굳이 '고슴도치 딜레마'를 비유하지 않아도 좋다. 한충석의 그림은 성숙된 교감과 소통을 위해선 '관계적 여백'이 행복한 삶의 지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혹은 상대에게 고백하고 존중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한충석의 가느다랗게 째진 눈매가 이제는 불안정한 눈치 보기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처럼도 느껴진다. 서로에게로 향하는 믿음의 징표를 만날 수도 있도록 유도해준다. ■ 김윤섭

한충석_The Girl - 서툰 고백_광목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2

Picturing Communication in the 'Negative Space of Relationships' ● A relationship is defined as "the connection between two or more entities; the way they are connected." All men begin relationships from the moment of birth, and the family invariably becomes the starting point of every person's relationships. Whereas forming a relationship requires all involved parties to invest time in becoming familiar with each other. A proper relationship involves a period of aging, one could say. In other words, forming a good relationship needs practicing. Even the family, a set of close relationships tied together by destiny, is not an exception to this principle. The attempt to explicate the nature of relationships forms the foundation and pillar of Choongseok Han's painterly practice. ● "Don't expect too much from people. Don't be jealous, either. People stay when in love and leave when they aren't, and that's the nature of relationships. So, don't be too concerned with too many things. Also, always be open to learning new things, and remember to take care of yourself!" This advice comes from the acclaimed English fashion designer Vivienne Westwood (1941–). It is entirely possible that the relationships one is presently aware of are either "yet to begin," "ongoing," or "already ended." In some cases, a relationship one is confident of having could, in fact, be something imagined only in his head. ● Why is Han so obsessed with the subjects of relationships and communication? In one short phrase, Han's practice is "the process of transferring the defensive nature inherent in human relationships into paintings." The main protagonists of his paintings are a set of caricatures of men and characters of owls, dogs, and cats rendered in Han's unique style, but contrary to what they seem, they are, in fact, radiating "passion for communication" towards the world. As an artist, Han first came under the spotlight quite some time ago. In 2007, Mask behind the Mask: Young Portrait Artists, an exhibition held in Busan's Alternative Space Bandi, breathed a new spirit into the city's local art community. Despite having just graduated from his bachelor's program, Han was included in the group exhibition, and it led him to another opportunity at Alliance Française Busan in 2008, where he was invited to hold an exhibition titled Self-Enlightenment from May 26 to June 28. ● "The goal of my practice is to 'confirm my identity.' By constantly questioning and confirming myself, I organize the unified ideas I have and affirm my existence. And ultimately, through this process, I aim to train myself as someone who can always develop. The era I live in is governed by a conventional order — the law — and I know that living a conscientious life according to my values and routines has zero authority in terms of the defined order of the law . . . I make paintings of my face. I paint out my facial expressions, and some of these faces have the expression I wear when I am wary of other people's judgments. But whatever facial expression I'm wearing, it remains true that all expressions are caused by a corresponding reason. And I want to express the way I feel about such reasons purely through the means of an image I make. And regardless of my image being true or false, I want its absolute value to be recognized exactly as is." ● In the end, the artist statement Han had written for his 2008 solo exhibition Self-Enlightenment turned out to be the powerhouse that allowed him to sustain a 15-year long career in art because his paintings are the results of his desire to affirm his identity and his devotion toward the absolute value his identity has pursued. He also wrote, "My works often have large negative space because I know that filling has no end. Even if one fills to the brim, there is always more to fill," and faithful to his words, his recent works now show a degree of mature stability that allows one to withstand the knocks involved in the deepest introspections or in antagonistic relationships. ● Han's oeuvre can be understood via the following keywords: relationship, awareness of others' opinions, confidence, loneliness, and the hedgehog's dilemma. Of these, "the hedgehog's dilemma" is key to Han's particular defense mechanism. As long as one is alive, one cannot avoid relationships, and in the process, one cannot avoid becoming excessively aware of others' opinions. Performing various roles — either in a hierarchy or as equals — in the society eventually gives one confidence in himself, but he must also embrace the human condition of "feeling lonely despite the company of a crowd." Again, this has to do with "the hedgehog's dilemma." ● The hedgehog's dilemma, or the porcupine's dilemma, is a psychological concept indicating the contradictory state where one desires intimacy and love and simultaneously desires independence and sovereignty. As if he was asking the question, "Can you vow to me that you will never harm me?" the German philosopher Arthur Schopenhauer (1788–1860) revealed us "the secret to happiness" via a fable he wrote in Parerga and Paralipomena, the last book he published. By fate, the hedgehogs' relationships are denied from "being closer than a certain distance" due to their sharp spines, and the porcupines' destiny is the quintessential inspiration in Han's oeuvre. ● In fact, Han has used the terminology in his titles. For example, a 2011 painting titled Hedgehog's Dilemma features a white owl standing inside a flock of pigeons. At first glance, the painting seems to express the sorrow of infinite loneliness, but in other ways, it also reminds viewers of The Ugly Duckling, a fairy tale with a happy ending. This setup continued in the 2014 large painting Silent Observation (dimensions 122.5x600cm). The painting shows a crowd of 35 people with dark hair looking towards the left, and among them, one person in the middle has white hair, which makes him stand out from everyone else. However, viewers also notice that, on the right side of the painting, there are three people who are looking towards the right, hinting at Han's ultimate desire to escape this situation. ● "I express the human psychology in paintings. 'Communication' is something we speak so easily of, but I want to ask back; how much effort are we actually investing towards successful communication? For instance, one might opt to defend oneself, and in another case, one might endorse communication, but in reality, always keep his body a step away from everyone else. The barricade to communication, in fact, exists inside our minds. Caught in relationships where patience is gold and one must be excessively aware of the other's opinion, the only way one could affirm one's existence is by constantly asking questions to oneself. Ultimately, I want to imbue my paintings with the goodwill that we may train ourselves to be always open to development." ● Han skillfully captures the kinds of moments where people fall silent with his unique sense of humor and records the contemporary mood in a language of metaphoric expressions. This specific trend had already begun by the time of his 2016 master's thesis exhibition (Gallery Woo, September 21–30), Relationship Practice, and the painting The Forest They Live In (dimensions 324.4×97cm) is a definitive example. The painting shows a group of unsociable white owls inhabiting a birch forest, and Han masterfully uses the image to capture human psychology. We easily speak of "communication" — perhaps too easily — but in reality, we hesitate to apply hardly any effort towards successful communication, and the painting is a self-portrait of this invertebrate-natured human mind. The owls appearing in his recent works carry the same symbology. ● Han's paintings have continuously evolved in style, but he re-uses a set of the same titles for his works, indicating that the paintings, in fact, are the parts of a series. This choice could be seen as part of him affirming the "identity" and "absolute value" that served as the spine throughout his practice. To name a few, Relationship Exercise, River of Healing, Without Fear, and Pierrot are the titles most frequently used in his recent works. Whereas the preference for repetitive titles could be seen as the sign of Han's artist spirit tightening its own "relationship ties." Han says that he must always remain alert as if he were carrying a "razor-sharp awl" in his pocket. His paintings show how much one could enrichen one's life by keeping an appropriate degree of alertness at all moments of his life. ● All relationships must begin with a question mark, but their ends will always be exclamation marks. The grain of a relationship is formed by the various modes of love involved and the multitudes of emotions and metaphors they produce. Trees live hundreds and thousands of years, but inside them, the growth rings show that even they take pauses in their lives. Like them, we need an appropriate amount of negative space in our relationships. But this time, we do not need to reach as far as "the hedgehog's dilemma" because Han's paintings demonstrate to us that having "negative space" in our relationships can allow us to communicate and exchange emotions at sophisticated levels — the key to a happy life. His paintings proclaim how important it is to constantly confess to oneself and others and the importance of it being an attitude of life. And the narrow, squinting eyes in Han's paintings now seem like the gesture of accommodation and respect, which provide a breathing space in relationships rather than the eyes of a person excessively aware of others' opinions. The gazes of Han's characters now guide us towards symbols of faith, the evidence that allows us to trust in each other. ■ Yoon Sub Kim

Vol.20220608h | 한충석展 / HANCHOONGSEOK / 韓忠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