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畵歌 노마드랜드 Nomadland

김종규_조민아 2인展   2022_0609 ▶ 2022_0729 / 일,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0)2.588.5642 www.hanwon.org

(재)한원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에서 한국화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제13회 화가(畵歌) 《노마드랜드 Nomadland》를 2022년 6월 9일(목)부터 7월 29일(금)까지 개최한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하고 있는 화가(畵歌:그리기의 즐거움)전은 한국화 장르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역량 있는 차세대 한국화 작가를 발굴·지원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재)한원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기획전시이다. 한국화는 다변화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전개 속에서도 장르적 형식을 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재)한원미술관은 주제와 매체의 선택에서 전통의 범주를 넘어 시대적 변화에 따른 창작의 다양성에 주목하였다. 이에,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현대적 표현 양상을 수용하고, 시대정신을 아우르며 자신의 회화적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는 김종규, 조민아 작가를 조명하고자 한다. ●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생활방식에 따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부적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은 단절감과 고독감, 무력감, 공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결과 개인의 주체 의식의 상실과 정신적 위기를 겪으며 내면적 갈등을 초래하였다. '유목민', '유목적 사고'를 뜻하는 노마드(nomad)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가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Différence et Répétition)』(1968)에서 처음으로 노마드의 세계를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묘사하였고,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1930-1992)와 함께 쓴 『천개의 고원(A Thousand Plateaus)』(1980)에서 노마디즘(nomadism)이라는 철학 용어를 탄생시켰다. 여기서 '유목'의 의미는 부정적인 인식의 의미가 아닌, 기존의 가치나 삶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산해내는 현대사회의 문화‧심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들뢰즈에 의하면 오랜 세월 인류는 영토를 종속화시키는 정착민적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인류가 정착하고 문명이 시작되면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나뉘게 되어, 새롭게 정착하거나 종속화할 장소에 대한 침략의 역사가 반복되었다. 유목민, 방랑자, 집시와 같은 떠도는 자들은 역사 속에서 주류에 끼지 못한 주변부의 사람들이었다. ● 노마디즘은 『천개의 고원』의 제1장 서론의 제목인 '리좀(hizome)'의 특성을 지닌다.1) 리좀은 한곳에 뿌리내리지 않으며 다양성과 새로운 생성을 추구하는 노마디즘과 유목적 사유의 기반을 둔다. 이 개념의 핵심은 "권력과 고착화된 통념에 종속되지 않고 비판적인 사유로 삶에 임하는 유목적 인간"의 정신이다.2) 같은 맥락에서 "노마드는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영토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머물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며 열린 세계로 나아가는 주체를 의미"한다고 논의되기도 한다.3) 이렇듯, 현대 철학에서 정의된 노마드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즉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능동적인 행위로 간주할 수 있겠다. ● 전시명 《노마드랜드 Nomadland》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Jessica Bruder)의 동명 논픽션 소설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이 소설은 미국의 대침체 여파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다. 여기에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지만,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선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주인공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노마드' 노동자들 삶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고 헤어지는 여정에서 삶의 태도와 가치를 발견해 나간다. 소설에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 길 위의 순간에 함께하는 모든 이가 친구로 남는 특별한 삶을 선사함으로써 절망의 끝에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음을 전한다. 오히려 불안하고 지친 삶이 어떤 것인지, 경쟁과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풍요 속에 빈곤을 느끼며 사는 우리가 과연 주인공이 추구하는 삶보다 어디가 나은 삶인지 되묻게 된다. ●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면서 '풍경 같은 삶' 그리고 '풍경다운 삶'을 만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풍경은 개인성과 사회성이 함께 녹아 있거나 작가 삶의 태도와 지향으로부터 풍경의 조건도 달라진다. 이처럼 풍경은 심상(心想)이 되기도 하고, 심상(心象) 혹은 심상(心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지배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지역·세대·성 갈등에서 부딪히게 되는 부조리와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구조로부터 발생하는 과도한 경쟁과 인간성이 상실된 노동의 문제, 더 높은 지위와 권력을 추구하는 맹목적 욕망에서 오는 공허함 등 현대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삶의 주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떤 전지적 존재가 우리의 삶 전체를 통달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 김종규는 나무, 숲, 강, 호수 등 자연의 풍경에서 포착한 인상이나 결, 운율과 같은 사유의 과정들을 비단, 먹 등의 전통재료만을 사용하여, 수묵과 여백의 묘미를 통해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한편 조민아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MZ세대가 마주하는 현실과 민낯을 함축적으로 제시한다.4)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은 낯설지만 부조리한 우리네 풍경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 둘러싸여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그들 사이에서 작가 자신을 인식시키며 무기력한 청년들 삶의 단면을 우화적으로 드러낸다.

김종규_가을에서 겨울로_비단에 수묵_70×70cm_2022 김종규_우두커니_비단에 수묵_70×70cm_2022
김종규_산책자의 시선_비단에 수묵_116×537cm(116×179cm×3)_2022

김종규는 수묵화의 전통성과 고요한 정감을 바탕으로 특정 장소에서 느낀 여러 인상, 낯선 감각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사적인 영역에서 작업의 동기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본인의 회화적 조형 요소를 구성한다. 김종규의 그리기의 행위는 생각을 옮기는 과정이다. 사의적(寫意的) 태도를 견지하는 그의 작업은 단순히 대상의 외형을 모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의 내재적 측면인 주관적 감성과 자연의 기운생동을 함께 나타낸다.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리기'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하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사유하는 과정에서 진실한 교감이 이루어진다. 마치 내면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처럼 자연과 인간, 서로의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통해 자아의 본질을 탐구하는 수행의 과정인 셈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를 왜곡 없이, 담백하고 정직하게 재현한다. 수묵은 그러한 본질을 담아내는 진솔한 재료이기도 하다. 작가는 본질에 대한 물음이라는 주제를 자신의 내면적 사유와 결합하여 적막한 겨울나무의 형상에 개인적 심상을 소환한다.

김종규_소나무 군상_비단에 수묵_179×180cm(179×90cm×2)_2022
김종규_명징한 겨울_비단에 수묵_116×179cm_2022

그가 기록적 의미의 풍경이 아닌 사유하는 풍경에 주목하는 것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행위를 통해 본질을 묻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가 그려내는 단색조의 풍경들은 철저한 질서 안에서 먹으로 표현되는데, 이때 그가 대상을 바라보고 나무의 형상이나 겹쳐진 잎사귀와 나뭇가지를 그리는 과정에서 사유의 깊이와 몰입도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정확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대상을 관찰하며 덧칠하지 않는 단 한 번의 붓질로 군더더기 없이 화면을 채워나간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가 어우러진 그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미적 쾌감을 선사하며, 그들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조민아_가만히 있는 척_장지에 채색_60×72cm_2022
조민아_각각의 몫_장지에 채색_140×200cm_2022

갈등은 대다수 개인‧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현실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과 견해가 부딪히면서 나타난다. 따라서 갈등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으며, 공동의 해결‧해소를 위한 협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갈등 및 갈등 해소에 대한 건설적인 형태, 질적으로 다른 형태가 발생하며, 갈등의 변환을 통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5)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갈등들은 오히려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조민아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 문제에서 발생하는 소외현상에 대한 사유와 공상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전 작업을 통해 작가는 생존을 위한 청년들의 불안과 체념, 구조적 모순 속에서 반복되는 소모적인 노동과 순응, 편향된 관점으로 분열되는 사회의 모습들을 다양한 인물 군상과 이전 시대 기록화에서 볼 수 있는 풍속화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동시대의 서사를 다루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조민아_넘치는 저장_장지에 채색_200×140cm_2022
조민아_보물찾기_장지에 채색_72×60cm_2022
조민아_혼합된 세계_장지에 채색_224×224cm_2020

우리를 둘러싼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서 삶의 관계적 요소들은 본래의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는 다르게 나를 이끌거나 압박하기도 한다. 우리는 수많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회의 체계 안에서 살아가기에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자아는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왜곡되거나, 세상의 모습을 가늠하기도 한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들을 제3의 눈으로 관찰하며, 이들을 차별과 혐오로 타자화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수집한다. 그의 작업에는 비둘기, 인간군상, 다이아몬드, 방울토마토와 같은 도상들이 화면 위를 맴돈다. 작품의 등장요소들은 사회 전반의 불평등한 구조의 문제를 제기하며 적극적인 작가적 개입을 시도한다. 설명을 최소화한 상징들은 마치 해답 없는 수수께끼 같다. 비둘기는 타자를 지칭하는, 즉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외된 약자의 초상을 대변한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의 인물 군상들은 복잡한 층위가 얽혀 있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개개인의 심리적 갈등상태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으로부터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동안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조건 속에서 고뇌하는 청년세대의 위치와 타자들의 관계를 가늠하였다면, 최근의 작업은 코로나19 이후 삶의 변화를 겪으며 제한된 일상에서 현실과 구분되지 않은 유희적 상황을 연출한다. 여전히 일상에 불안과 공포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현실에 드리운 위기와 두려움을 헤쳐나가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이처럼 조민아의 작업은 감정이 배제된 서사구조와 알레고리(allegory)를 통해 사회와 일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의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우리 모두 길 위를 떠도는 노마드임이 틀림없다. 두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민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내면의 세계와 시대적 인상을 살펴보게 한다. 이들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사유하거나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현실적이면서도 낯선 풍경으로 환기한다. 또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현상들을 각자의 작업을 통해 삶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자신만의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형태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며, 앞으로 우리가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전승용

* 각주 1) 리좀(rhizome)은 식물학 용어 '뿌리줄기' 또는 '땅밑 줄기(rhyzome)'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나가 한곳에 정착하는 나무모델과 반대되는 것으로 감자의 덩이줄기같이 '시작과 끝' 또는 '중심'을 갖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이원숙, 「질 들뢰즈의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한 권진규의 조형세계 해석」,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1, p.36. 2) 위의 논문, p.28. 3) 양순영,「노마디즘으로 본 시각예술 연구」, 강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1, p.9. 4) MZ세대(MZ generation)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N가지의 것들을 포기한 세대인 'N포세대'와 시대적으로 일맥상통한다. 20대~30대 한국 젊은이들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려는 사회 현상을 보인다. 5) 허영식.「다문화 사회의 통합관점에서 바라본 간문화 갈등과 간문화 중재」『아태연구』, 제19권 제2호, 2012, p.240

Vol.20220609a | 제13회 畵歌 노마드랜드 Nomadland-김종규_조민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