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ddy Forest

김옥정_유리 2인展   2022_0610 ▶ 2022_0626 / 월,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2_0610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그림자와 공기의 색 The shades of the shadow and air ● 팔레트 위 수십 가지 색이 나열되어 있다. 그 사이를 누비는 두 손이 있다. 선택된 색들은 붓으로 옮겨가, 그림 위로 묻어진다. 그리고 무언가의 색이 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그 어떤 존재에 색깔이라는 것을 주어야 하는 일이다. 페인터들은 화면 속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에 색을 부여한다. 사물에, 풍경에, 그리고 감정에, 무드에, 상황에도 색을 입힌다. 색을 가질 수 없는 것들에도 색을 가질 수 있게 한다. ● 색을 덧입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숨어있던 것을 드러나게 하고, 어쩌면 뜻을 가지지 못한 것에 의미를 불어 넣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뚜렷한 것을 흐리게 하기도 하고 명확한 것을 애매하게 만들기도 하며, 드러난 것을 다시 숨기기도 한다. ● 페인터가 화면 속 대상에게 색을 부여하는 이 단순하고도 복잡한 과정은 과연 어떤 것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선택된 '색'은 과연 어떤 심연의 상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김옥정과 유리에게 '색'은 무늬로서의 역할만 하는 색이 아닌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색'이다.

김옥정_muddy forest_순지에 분채_72.7×60.6cm_2022 유리_세 갈래의 마음_나무패널에 유채_72.7×60.6cm_2022

옥정의 색을 본다. 얼핏 보면 하나의 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색의 터치들로 직조해낸 색면이다. 작고 연약한 터치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색은 결코 나약하지 않고 단단하다. 여러 색의 터치는 옹기종기 모여 각자의 상황과 얽혀있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숨기려는 듯하다. 털 뭉치 같은 갈색에 덮여 감추어진 알 수 없는 그림자, 사물 혹은 모양들이 슬쩍 슬쩍 보인다. 축축한 초록색이 모여 만들어진 숲은 어쩐지 어두워 보이기까지 한다. 색 안에 숨겨본 마음과 생각의 흐름은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처럼 여러 대상에 옮겨 다니며 이야기의 한 파편을 은유하고 있다.

김옥정_털을 쓴 모래_순지에 분채_116.1×91cm_2022
김옥정_씻어주는 나무_순지에 분채_116.1×91cm_2022
김옥정_갈색 서랍_순지에 분채, 콘테_65.1×53cm_2022
김옥정_'어떤'마음은 없으면 안 된다_순지에 분채_68×65.1cm_2022

유리의 색을 본다. 갓 자라난 풀잎의 연약한 초록보다는 말라비틀어져가는 나뭇잎이 가진 탁한 초록에 가깝고, 건조하게 메마른 모래보다는 질퍽거리는 진흙을 닮은 어두운 갈색이다. 색의 변주를 따라가 짙은 초록과 갈색에 이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 들어간다. 경계를 알 수 없는 무거운 터치들이 뒤섞여 만들어낸 두텁고 탁한 공기층을 만난다. 그 무겁고 탁한 공기의 색은 생명력보다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발산하기보다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슬픔을 담고 있다. 마치 모든 색이 흡수된 듯한 검정과 같이 모든 무거운 감정이 침잠하여 만들어낸 색이다. 죽어있는 듯 살아있고, 살아있는 듯 죽어있는 색이다.

유리_쉼표와 쉼표 사이의 단어들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2
유리_완전한 조합_나무패널에 유채_130.3×97cm_2022
유리_불안을 품은 사물들_나무패널에 유채_145.5×112.1cm_2022
유리_Cut-and-Paste_나무패널에 유채_22×27.3cm×3_2022

두 작가는 비슷한 색상들을 다루면서도 다른 모양새와 마음으로 빛깔을 입혀 그림 속에서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는 왜인지 짙은 색의 공기로 가득 차 있고, 공중에 떠다니는 사물에게는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의 그림자가 붙어있을 것만 같다. 서로의 그림을 마주 보게 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열하고 섞어보며 그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세계에 굳이 도달해 보고자 한다. 공기의 색을 상상해 보고, 그림자 속 숨겨진 퍼즐들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색'이 두 작가 각자에게서 어떤 상념과 형상으로 발현되었는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옥정_유리

Vol.20220610d | Muddy Forest-김옥정_유리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