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ge

이정자展 / LEEJOUNGJA / 李貞子 / painting   2022_0610 ▶ 2022_0623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130×194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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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0610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점심시간_12:00pm~01:00pm 일요일은 전화예약관람만 가능

부산 미광화랑 MIKWANG GALLERY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2(민락동 701-3번지) Tel. +82.(0)51.758.2247 www.mkart.net

'비어있음'의 미학-이정자 ● 이정자의 회화가 주는 미감은 대상의 내부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게 만드는 '비어있음'이다. 무심한 듯 그려진 대상들을 재현하고 있는 그의 회화에서 강렬한 메시지나 완결된 서사구조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늘 해석의 어려움이 따른다. 진달래와 매화, 그리고 인물을 즐겨 그려왔던 작가는 최근 감천의 풍경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온 피난민들과 태극도 신도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곳.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그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장소다.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22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161×130cm_2022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41×53cm_2022

한국사의 아픔이 새겨진 공간이자 부산의 역사가 층층이 새겨져 있는 이곳에서 작가는 새로운 작업의 모티브를 발견하게 된다. 감천마을은 도심에서 밀려난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주거구조로 되어있다. 가파른 언덕에 바다를 향하는 시선을 가로막지 않으려고 만들어진 나지막한 집들은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수직으로 향하는 도심의 주거 공간과 달리 바다의 풍광을 함께 공유하는 수평적 파노라마 구조는 소유와 점유의 욕망을 넘어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스며있다.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61×61cm_2021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21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91×72cm_2021

작가는 이곳의 풍광을 분채라는 재료로 재현해 왔다. 파스텔 톤의 분채 기법은 조화와 균형의 미감을 드러내는데, 그 독특한 질감은 감천마을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 낸다. 색의 강렬함을 톤 다운함으로써 분채가 가지고 있는 질감이 강조되어 이곳의 정서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제까지 진행했던 분채 기법을 버리고 다시 유화로 돌아왔다. 색과 선에 대해 자유로움은 더욱 강조되었고, 다양한 시점으로 공간의 구조를 탐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행위와 감천마을의 집들이가지고 있는 선과 면을 일체화하는 회화적 여정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정자_캔버스에 분채, 혼합재료_32×32cm_2021
이정자_캔버스에 혼합재료_24×24cm_2021

민주화운동을 경유했던 작가의 삶을 비추어보면 작가의 이러한 태도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운동으로 점철되었던 지난한 사유에 지쳐버렸을 수도 있고, 이를 내려놓음으로써 그 너머를 사유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그저 그린다는 행위에만 집중할 뿐 그 나머지는 관객의 경험으로 채워지길 바라듯 비워놓고 있다. 그리고 그 '비움'으로 인해 관객은 일종의 작품 안을 서성이게 된다. 작품의 외부에서 바라보기가 아닌 '안에서 바라보기'. 감천의 다양한 집들의 파노라마를 무심하게 그려놓은 풍경은 이정자의 일련의 작업이 그렇듯 재현에 대한 욕망도,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서사도 드러내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이정자의 회화가 가지고 있는 담대한 힘이자 매력이다.

이정자_캔버스에 유채_38×45cm_2020
이정자_캔버스에 분채, 혼합재료_89×130cm_2020
이정자_캔버스에 분채, 혼합재료_72×72cm_2020

'안에서 바라보기'. 이정자의 회화를 보면 '풍경'이라는 언어가 적절하지 않다. 그의 작업은 스펙터클을 지향하지도, 사실적인 재현을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다. 이정자가 풍경을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동아시아의 '산수'에 가깝다. 대상보다는 '정신'에 집중하는 태도. 재현이나 서사를 비워내는 심리적 '여백'. 그 여백의 '안'에서 관객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매력. 이것이 이정자의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회화의 힘'이다. ■ 이영준

Vol.20220610f | 이정자展 / LEEJOUNGJA / 李貞子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