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좌표 : the Homage of Labor

이유치展 / LEEYUCHI / 李유치 / painitng   2022_0618 ▶ 2022_0716 / 일,공휴일 휴관

이유치_오산동_캔버스에 유채_72.7×116.8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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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오!재미동_(사)서울영상위원회_서울시

관람시간 / 11:00am~07:55pm / 일,공휴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지하 199 충무로역사내 Tel. +82.(0)2.777.0421 www.ohzemidong.co.kr @ohzemidong

나의 좌표, the Homage of Labor ● "노동의 시간을 나의 좌표로 기록한다. 사진으로 기록한 후 이미지로 변환되는 되는 작업, 손은 일종의 현상작용인 셈이다." (이유치 인터뷰 중에서) ● 노동이 예술과 만났을 때, 우리는 너무 다른 두 척도 속에서 '가치와 자본, 창조와 성과'라는 상충된 모호함에 빠지게 된다. 이유치 작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 노동을 속속히 파고들어 "예술의 가치"를 반문케 한다. 매일 가는 김밥집 아주머니의 노동이 작품이 되거나, 개인성을 배제한 숙련공의 손이 숭고한 의미로 전환된다. 노동자가 작품이 된 '생존'에 대한 일상, 영상작가가 기록하고 작가가 재해석해 수반된 '노동과 예술의 가치', 동일한 현상을 어떻게 되새기느냐에 따라 생(生)은 여러 변주를 간직한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창작으로 변화시키는 이유치의 르포형 필터링은 작가가 관찰자가 된 '노동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유치_오산동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2

시·공간 좌표로 관찰하는 '노동현장 오마주' ● 어찌 보면 예술가 본인도 앞날을 예견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향유를 위한 예술의 만남, 이유치 작가는 일상의 노동을 예술로 전환시킨다. 쓱쓱 그려간 드로잉들 사이로 좌표가 설정되고, 작가의 시·공간이 관찰의 기록이 되어 '노동을 향한 대화와 논쟁'을 일깨운다. 인터뷰처럼 관찰하는 그림, 노동하는 예술현장을 기록하는 영상작업, 이번 전시는 이중코드로 노출된 누군가의 노동이 작품이 되는 '액자구조의 다시 보기(Out of Frame)'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 '나의 좌표=노동의 오마주'란 주제 속에서 수사적 언어를 배제한 노동하는 삶 자체에 접근한다. 여기서 설정한 '오마주(homage)'란 단어 역시 존경이나 무게감 있는 예술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노동을 허용해준 보통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의의 표현에 해당된다. 솔직담백하게 건져 올린 독백 같은 그림, 작가는 "어떤 작업이 서민 일상을 매료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 "우리는 노동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노동은 우리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적 생계수단에 대한 서사다. 나는 내 그림을 어떤 정치적 해석이나 수사적 언어로 환원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노동은 신성한 단어라기보다 '일상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유치_오산동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2

최근 작업들은 김밥집 사장님과 정강이 보호대를 만드는 공장 사장님(이하 축구 사장님으로 표현)의 일상을 담았다. 사진으로 기록된 일상들은 크롭(crop) 후 페인팅으로 현상된다. 28컷으로 환원된 '28개의 시간_목동' 그림은 '지금-여기'라는 작가의 좌표이자 인식 그 자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간 뚱뚱한 김밥을 만드는 김밥집 사장님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서글서글한 '엄마 집밥'의 표상이다. 자주 찾다 보니 포착되는 노동현장(당근 썰기, 김밥 말기 등)의 생생한 하루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된다. 축구 사장님의 기록들에선 문래동 공장들 사이의 낯익은 기계들이 노동현장 자체를 신선하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을 만들고 기록하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 모두의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가는 이런 관찰 과정을 "신선하고 재밌다."라고 표현한다. 타인의 하루를 담기 위해선 캔버스에서 벗어나 온전한 하루를 관찰에 써야 한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 타인들의 낯선 반응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노동을 위한 창작에 포함된다. 이를 표현하는데 효율적인 매개체가 비워진 공간 사이를 무겁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드로잉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의 용도가 예술가의 노동에 의해, 예술작품 그 자체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예술과 노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사이, 긴장감과 모순이 발생시키는 그 접점 속에 '노동으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로서의 노동'을 바라보는 다층의 의미가 잠재돼 있다.

이유치_고강동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1

노동하는 예술, 빛으로 치환된 '일상-다큐' ● 시간대별로 촬영한 노동 사진을 크롭 한 드로잉시리즈는 대부분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다. 이유치 작가는 디자인과 미술사, 회화와 드로잉 사이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까닭에 대중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법에 익숙하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서사적 스토리텔링과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리는 것의 관심은 작가 연구로 이어졌고, 무게감 있는 아카데믹한 미술보다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일상성을 회화적 모티브로 끌어들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서민적이고 진솔한 직업인 택시드라이버였던 아버님에 대한 존경이 현재 작업의 원인이기도 했다.

이유치_화곡동_캔버스에 유채_60.6×90.9cm_2021

작가가 최근 시도한 '르포형 드로잉 시리즈'와 더불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스포트라이트=빛'을 강조한 깊이 있는 페인팅 작업이다. 작가에게 색이란 '그림과 주제를 부각시키는 요소'이고, 빛이란 '노동 현장을 포커징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헤진 손과 거친 발 등을 담은 '극한 노동'에 바로크 작품과 같은 빛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그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른바 노동의 익명성, 작가는 이를 "개인성이 아닌, 노동하는 그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치열한 노동과 만났을 때 드러나는 거칠고 진지한 순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주 카메라를 들고 수작업이 많은 공사현장을 찾는다. 현장에서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카메라에 어색한 반응을 보이면서 '굳이 왜 찍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딸 생각이 난다며 흔쾌히 허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노동이 전시로 환원됐을 때 초대에 응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실과 예술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식은 '현장 노동과 기록하는 예술가'를 객관적 코드로 동시에 담아내는 '영상작업'이다. 오래전부터 이유치 작가의 작업방식에 관심을 가졌던 '영상작가 이민정'은 처음 만남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 "작가의 초기 작업인 히어로 시리즈를 통해 처음 이유치 작가를 접했고, 보통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탓에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어느 누군가의 하루'를 인터뷰하는 작가의 작업에 동참하게 됐다. 가치관이 맞은 협업작업 속에서 일반인들을 통해 보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고 삶의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는 중이다. 이유치 작가는 단순하고 솔직하다.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세상 사람 같아선지, 큰 감동이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내 엄마나 아빠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되는 솔직함이 우리 작업에 담겨 있다. 놓치고 있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재발견해서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좀 더 따뜻하게 읽히지 않을까."

이유치_28개의 시간 : 목동_패널에 오일파스텔_20×20cm×28_2021

작가의 진정성 있는 매칭 작업의 시작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영웅이다"라는 전제의 2013년 '히어로 시리즈'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현장과 영웅이라는 매칭은 '낯익은 모호함=언캐니(uncanny)'한 현상으로 인식된다. 회사원 친구들을 일반화된 영웅으로 치환한 히어로 시리즈는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향한 작가의 시선은 유보돼 있었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발표한 노동성에 대한 시각 《나의 시선》에서 영웅에 대한 처음 인식은 더욱 현실적 메타포와 가까워졌다. 동시대성에 대한 응시와 희생성 위주의 노동이 주는 평범한 서사에는 무엇이 되기 위한 이야기보다 '삶 그 자체에 헌신하는 우리 모두의 오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영웅이란, 할리우드 영화처럼 세상을 구하는 특출 난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되는 노동현장의 모든 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진정성 있는 현실기록을 통해 무게감 있는 예술의 가치를 평범한 삶 가까이에 돌려주는 것이 작가가 작업에 몰입하는 이유는 아닐까 한다. 이유치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한다. 노동 없이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애정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와 부모세대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지난 10년간의 작업이었다면, 향후 노동현장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유치 만의 영웅 서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안현정

Vol.20220618b | 이유치展 / LEEYUCHI / 李유치 / painit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