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윤태준_크리스티안 도엘러_정영호 이현우_김도영_임성준
주최,주관 / 성곡미술관 기획,진행 / 이수균(학예연구실장)_윤현정(학예연구사) 이시연_황수진(학예인턴) 행정운영 / 김윤지(팀장) 기술 / 김혁주(소장)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 2가 1-101번지) 2관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공간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사라진다. 시간은 공간을 데려가 형태를 알 수 없는 조각들만 내게 남겨놓는다." (조르주 페렉) ● 디지털화와 함께 사진은 대상을 필요로 한다는 전통적인 절대 조건, 사진 이미지는 물성을 가진 재료를 통해서 비로소 존재한다는 진리가 사라졌다. 이미지 제작의 많은 결정은 기계에 위임되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생산되며 그 이미지 속 세상을 통해 인간 존재가치를 저울질하는 시대가 되었다. 19세기 사진술의 발명이 일시적 이미지 현상의 정착(定着)에 대한 기술적 쟁취였다면 전력을 통해서만 이미지가 구현되고 끝없는 바다와도 같은 온라인 세상에 쌓여가는 작금의 시대에 사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규정해야 하는 필연성이 생긴다. ● 전시 『어디에 지금 우리는?』은 디지털 기술과 더불어 실재 공간과 온라인 공간 속 다양한 층위에서의 일상이 점점 더 확대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솔직한 현실에 대한 물음, 사진 매체의 예술적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는 젊은 여섯 작가의 시도이다. ● 인간의 인식은 어떠한 경로로든 연결되어 있다. 모든 지각의 과정에서 실재의 대상과는 다르게 개개인에게 주관적으로 인식되듯이 참여작가들은 각자의 믿음, 기억에 존재하는 다층으로 이루어진 상상 속 현실의 공간을 전시장 안에 사진과 영상, 설치로 구현한다. 이들에게는 이미 카메라가 절대적인 주 표현 도구는 아니며 재료와 방법론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로 매체에 대한 각자의 고유한 생각(statement)을 확립해가고 있다. ● 본 전시는 한 주제를 위해서 작가들을 끼워 맞추려는 의도를 갖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고민을 시작했고 연대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작업실에서 나와서 전시장에서 마주함은 의미가 있다. 삶의 방식 변화와 함께 공간의 변화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스마트폰 속 유혹적인 이미지를 응시함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광적인 생산과 소비, 끊임없는 이미지 클릭을 통한 욕망의 시선은 하나의 공간에 우리를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시대의 환경을 예민하게 주시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은 불완전하지만,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인 그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적인 고민을 통해 각자의 질문을 시도하고 있다. ■ 천경우
윤태준 Taejun Yun ● 'Network(2022~)' 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서 인간의 시각적, 신체적 감각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현시대는 마치 모든 것이 가볍고, 해가 없는 대상으로만 보인다. 이러한 것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지니지 않는 이미지로서 재현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체를 가진 그것들은 일정한 무게와 감각을 통해서 감각 해야 한다. 특정한 피사체와 환경을 이미지로의 단순재현보다 이미지를 깨트리고,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해 변형된 이미지를 생산한다. 신체의 활동을 기반으로 한 도구들의 무겁고 거친 성질들을 가볍고, 매끈한 이미지로 재현한다. 또한, 감각을 지각하는 신체기관을 함께 다룬다. ● 윤태준(b.1987)은 시각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한 새로운 표현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툴을 사용해 이미지와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신체기관이 지각하는 특정한 물성의 감각을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하는 과정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GUI 이미지 소프트웨어로 제작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와 사진과의 결합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부산물들을 이미지화한다.
크리스티안 도엘러 Christian Doeller ● 'Replay(Pyramid)(2017)' 는 디지털 모델링 및 제조 공정의 불안정성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생성해내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가상의 이미지는 디지털 공간에서 설계된 이상적인 피라미드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디지털상의 피라미드를 물리적 실체로 변환한 뒤 이를 3D 스캐너로 다시 디지털 형태로 변환한다. 이러한 출력과 스캔 과정을 반복한 결과로 나타난 파리미드를 다음 단계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 속에 기술적 '오류'는 계속 재현되고 증폭된다. 그리고 3D 프린팅의 특징인 인쇄물 표면의 홈과 스캔 데이터 간의 간극은 원본의 형태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와 점차 정확한 복제물 대신 완전히 새롭고 독립적인 조형성이 나타난다. 작가는 전시에서 스캔과 구현을 반복하며 만들어낸 일련의 피라미드를 테이블 위에 전시하여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과정을 거치며 최초의 피라미드는 점점 둥글어지고, 표면은 주름지고 거칠어진다. 그리고 변형 과정의 결과는 사진 인쇄물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시된다. 작가의 피라미드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물리적 형태로 변환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 사이 정의되지 않은 공간을 여는 하이브리드적 물체를 상징한다. ● 독일과 한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스티안 도엘러(b.1987)는 현대적이면서 역사적인 미디어 기술을 사변적으로 숙고함으로써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을 결합한다. 그는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의 결합을 탐구하며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지각능력에 작용하는 필수적 요소들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영호 Youngho Jeong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의 삼위일체는 표면 아래 감각의 구조를 흔든다. 거리에 대한 감각, 외부에 대한 감각, 세계에 대한 감각이 변한다. 기술의 삼위일체가 촉발한 변화는 표면보다 구조에 한한다. 소셜미디어는 회사의 사옥에, 데이터 센터의 서버에 존재하지 않는다. 화면 속 그래픽의 매끄러움은 표면에, 물질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손안에서, 눈앞에서 초당 60번 깜빡인다. 내가 초등학생이 되고 형이 유학을 갔다. 조마조마하게 올라가는 전화 요금을 달라며 부모님은 형의 목소리를 확인했다. 당시 기술이 허락하는 생의 감각적 전달이었다. 기술이 직조하는 변화된 환경은 놀랍게 적응되고 놀랍게 잊혀진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양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경험한 적 없는 먼 거리를 어떻게 헤아리는지, 토대는 잊혀진다. 미시부터 거시까지, 변화의 감각은 경험으로 체득된다. 변화가 상수가 되고,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다는 말도 상수가 되었다. 현재가 된 미래에서 과거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되고 스스로를 전도시킬 보편적 설명을 구한다. 감각이 변한다. 시대에 대한 감각, 변화에 대한 감각, 생각에 대한 감각. 감각이 가소적이라면 어디까지 말랑하고 어디까지 단단할까. ● 정영호(b.1989)는 사회현상의 표면 아래 숨겨진 이질적인 영역을 사진으로 살핀다. 표면 아래를 가시화하는 다른 방법은 물질화이다. 점멸하는 화면이 아닌 꾸준히 존재하는 형상의 재료는 검색어, 기술은 3D 프린팅이다. 특정 검색어가 언급되는 빈도와 강도의 그래프를 조합하고 왜곡해 형상되면, PLA 필라멘트 지지체를 부여한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데, 목표는 '스크린처럼 보이기' 이다. 두-웅 띄어진, 사-악 매끈한. 선택된 검색어 들은 굳은 표면 아래 유동하는 생각들과 닿아있다. 엘리트에 대한 생각, 진실에 대한 생각, 능력에 대한 생각. 감각이 흔들리면 생각도 흔들릴까라는 고민을 지속한다.
이현우 Hyeonwoo Lee ● 연작 'Overlayer(2020)' 는 간척된 신도시의 공사 현장에서 환영처럼 빛나는 염생식물을 통해 작가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이사 온 후 느꼈던 이질적인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1980년대 후반 구상되어 바다를 메워 형성된 송도 신도시의 근방에서 자란 작가는 어느 날 신도시의 공사 현장에서 염생식물을 발견한다. 이는 그 일대가 바다였던 풍경을 바라보며 자랐던 작가의 개인적 기억과 매개되어 신도시를 인간의 관념으로 구현된 곳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현우는 인천시에서 수행된 생태조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선택해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염생식물들을 빔프로젝터를 이용해서 공사 현장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가상과 현실의 층위가 혼재된 감각이 만들어내는 환영을 재현한다. ● 이현우(b.1990)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실재 도시 공간을 소재로 작업해오며 장소에서 경험하는 비일상적 감각을 추적하고 도시의 역사적 맥락에 개인적 기억과 상상을 결부한 연작「Overlayer」(2020) 을 중심으로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오늘날 사진 매체의 예술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김도영 Doyoung Kim ● 전시장에서 제작된 신작 '평평한 방(2022)'은 사진의 평면성을 실재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이다. 입체의 공간과 대상을 사진의 평면 위에 올려놓을 때, 사진은 현실 세계의 고유한 특성을 제거하며, 현재의 공간에서 분리되어 단편적으로 남아있다. 작가는 실재 공간과 이차원 평면 위에 재현된 공간의 결합을 시도한다. 작업은 촬영, 인화, 설치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작업을 진행하며 작가는 촬영의 대상이자 설치장소인 빈 공간 속에 특정 오브제를 배치하고 그것을 지탱하기도 부서트리기도 하며 공간을 새롭게 시도했다. 빈 공간은 행위의 결과로서 채워지고 사진으로 기록된다. 입체적 공간과 오브제는 평면 이미지로 프린트되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입체와 부피를 부여받는다. '평평한 방' 은 이미지 속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오브제를 통해 연결하고, 사진과 실재의 결합을 통해 비어있는 공간의 확장을 시도한다. ● 김도영(b.1992)은 '사진과 그것이 위치하는 장소'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과 그 물질적 특성에 관심을 갖고있다. 작업을 통해 얇은 종이(사진)는 두꺼운 벽이 되어 공간을 새롭게 규정하고, 다시 대상화되며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에 놓인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작가는 사진을 통한 새로운 실제 공간의 생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 하고 있다.
임성준 Sungjun Lim ● 'Orbiting(2021)'은 여러 요소를 통해 결정되는 사람의 움직임을 천체와 그 주변 환경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궤도로 비유하고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인 하나의 선에 함축되어있는 것들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각자가 하루 동안 움직였던 동선을 도면 위에 그렸고, 움직임이라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그린 선들은 정적인 형태를 취한다. 「Orbiting」은 이러한 정적인 상태의 선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그려진 각각의 선들을 따라서 천천히 걷기도 하고 선을 가로지르면서 선과 선을 이어 하나의 궤도를 만들고 그 과정을 비디오로 기록했다. ● '랑데부(2022)'는 어느 날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된 화성 탐사선 발사 생중계와 탐사선이 보낸 화성의 사진에서 느껴진 실제 대상과 스크린 사이의 상이한 거리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화성 이미지에서 출발하는 이 작업은 직사각형의 사진 위에 촬영된 대상의 형태를 따라 선을 그리고, 그 안의 모습을 참조하여 만들어진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평면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어 부풀려진 오브제는 이미지의 피상적 형상이 드러나지만, 안이 텅 비어있으며 다시 수많은 사각형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오브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두 비행체가 다른 속도로 비행하거나 완전히 연결된 도킹이 아닌 그 가운데에 위치한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랑데부의 단계이다. ● 임성준(b.1994)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이미지들과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눈앞 화면 속에 반짝이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임시의 대답을 해나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이미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 성곡미술관
Vol.20220623d | 어디에 지금 우리는?-성곡 2022 오픈콜_프로젝트 Sizak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