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자연을 품다 Flame-Embracing Nature

추경展 / CHOOKYUNG / 秋京 / painting   2022_0701 ▶ 2022_0730 / 월요일 휴관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3-13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97×97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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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0701_금요일_05:00pm

추경 미국 뉴욕·한국 순회 개인展 『뉴욕 Kate Oh Gallery에서 경기 가평 설미재미술관까지』

관람료 /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설미재미술관 SEOLMIJAE ART MUSEUM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1454-38 Tel. +82.(0)31.585.6276 www.artsm.kr

추경의 '자연회화(natural painting)': 근대적 이분법의 세계를 통합하는 직관으로 이르게 된 '자연'의 경지 ● 추경은 2016년부터 '불(火)'을 모티브로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생동을 표현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2019년 개인전 『생의 불꽃으로(Life of Flame)』와 2020년 개인전 『불꽃-이상향(Flame-Utopia)』에 이은, 이번 미국·한국 순회 개인전 『불꽃-자연을 품다』는 '불'을 주제로 한 방법론에의 탐구가 보다 심화된 2022년 신작들이 대거 소개되는 개인전이다.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6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97×130cm_2022

추경은 캔버스에 석분(石粉)을 도포 한 후, 안료를 섞은 아크릴 물감으로 자신을 둘러싼 자연 풍경과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자 자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추상적 색채나 이미지를 담는다. 이 화폭의 표면을 한지로 덮은 후, 물 붓으로 드로잉을 하면 물그림과 밑그림이 합쳐진다. 한지를 건조한 후 토치를 이용해 불로 한지를 태워 나가면 불꽃이 드로잉을 따라 캔버스 전체를 흘러 다니며 새로운 세계를 연다. 이는 불에 의한 드로잉이자 열을 이용한 조각적 행위이다. 1) 이 과정에서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스스로 나타나 존재하는 우주 삼라만상의 형상들을 목도하게 된다. 이 방법론에 대해 평론가 박영택은 "우연성, 우발성 혹은 스스로 그렇게 되어버린 듯한 자연성의 성격" 2) 을 품고 있다고 보았고, 평론가 로버트 C. 모건은 추경의 '자연회화'는 "자연의 힘을 복원하는 불꽃에 의존하는 재현"으로서, 자연과 예술이 서로에게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6-7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90×130cm_2022

「생의 불꽃으로」, 「불꽃-이상향」 연작에 이어 이러한 방법론을 심화한 「불꽃-자연을 품다」 연작은 추상표현주의의 성지인 뉴욕 한복판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이는 추경의 회화를 모더니스트 회화의 문맥에서 재조명하게 했다. 미국의 평론가 에킨 에르칸은 추경의 작업이 "매체특정성(medium specificity)에 기반"한 그림이자, "모더니즘의 수호자들처럼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추상 작업에 기여"하고 있으면서도, 특정 풍경을 연상시키는 화면으로 "이미지에 사실성을 부여"하여, 추상표현주의자들과 차별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즉, 추경이 로스코나 폴록 등 당대 추상표현주의자들과는 달리 "구상적 지표를 폐기하지 않고, 자신의 환경을 포착하고자 했던 구상적 사실주의자의 관심과 함께 움직임의 지표(an index of movement)로서 전형적인 액션 페인팅 화가들을 매개하고 있다" 3) 고 본 것이다.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3-3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65×91cm_2022

또한, 그는 가평의 자연 속에서 작업하기에 '자연과 물질성'이 추경 작업의 바탕이 된 것이라 분석하는데, 이는 평론가 로버트 C. 모건이 "자연과의 일체감(a sense of unity)에 집중"하는 삶을 살며, 이의 실천으로서 그의 작업의 토대가 "자연을 통한 통합(unity)" 4) 이라 본 지점과 맞닿는다. 미국 뉴욕 개인전은 추상 회화의 역사적 맥락을 배경으로 추경의 독자적인 작품세계가 재조명되는 전시라면, 가평 설미재미술관 개인전은 그러한 독자적인 방법론과 사유의 근원이 되는 '자연'이 작품을 읽는 맥락으로 제시되는 전시이다.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3-2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65×91cm_2022

한국과 글로벌 추상 미술사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여성 미술가, 추경의 '자연회화(natural painting)' ● 추경(1947년생)은 부산에서 아방가르드의 기치를 올리며, 실험적 미술을 표방한 미술동인 '혁(爀)'(1963년 결성)의 멤버로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대 그는 청년 작가들의 전위적 흐름에 동참하여, 개념적인 추상미술 작업을 선보였다. 이후, 1980년대 중반 도불하여 1991년 귀국하였는데, 파리 유학 시절부터 시작된 현상과 관념의 "두 개의 대립적 세계를 하나의 직관적 이미지로 표상하려는 노력"은 추경 작업의 중심이 되어왔다. 5)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6-4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90×130cm_2022

귀국 후, 추상표현주의적 회화를 선보이며 국내 활동을 본격화하던 그는 1998년 경기 가평에 터를 잡으면서 자연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자연의 본성을 품은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는 '흙과 물, 불과 바람으로 인해 대자연이 이루어지고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사유를 기반으로 세상을 이루는 본질인 지(地), 수(水), 화(火), 풍(風)에 기원을 둔, '자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추경의 작업은 회화 매체의 문제와 이에 대한 행위의 중요성에 대한 현대미술의 제 문제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더니스트 회화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된다.

추경_Flame-Embracing Nature no 2203-9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 불_65×91cm_2022

2000년대 추경의 회화는 회화의 기본적 매체인 물감, 붓과 캔버스의 본성을 작업 과정에서 활용하여 그 본성 자체가 자연의 본질적 의미와 결합된 회화를 선보였다. 6) 회화의 본질과 원리에 천착한다는 의미에서 모더니즘적이면서도 소재로서의 자연과 회화적 원리를 실현하는 과정이 긴밀하게 일체를 이룬 회화 7) 였다. 그리고 이는 온전한 추상이기보다는 가평에서 작가가 마주한 실재 자연을 담은 것이자 자연에 대한 작가의 관념이나 인상의 기록 8) 이기도 했다. 「바람꽃(Wind Flower)」 연작부터는 순간적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매체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심화하여, 물감과 도구 사용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추경_불꽃-자연을 품다展_설미재미술관_2022

즉, 콤프레셔에 연결된 피스를 붓 대신 사용하여, 이를 통해 분사되는 압축공기로 캔버스에 얹진 물감을 흐트러트려 우연적 효과로 꽃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9) 2010년대에는 이 작업 방식을 발전시켜 '바람' 시리즈의 대표작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피스를 통해 분사되는 '바람'이 캔버스에 얹어진 물감을 흐트러트리는 순간적 프로세스에 의해 스스로 작품이 탄생되도록 한 이 연작들은 한 겨울에도 생명이 바람에 의해 전달되고, 잉태되고 있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얻게 된 '바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다. 10)

추경_Flame-Embracing Nature展_Kate Oh Gallery_2022

'바람'에 의해 물감이 기화되거나 유동한 자취로 이루어지는 그의 '바람' 연작들은 자연의 법칙과 우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11) 이 방법론 자체가 자연처럼 스스로 만들어지고 생성되는 그림에 대한 갈망으로서 "자연에 대한 회화적 오마주" 12) 였다. 자연과 우연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고 비구상적 표현을 하지만, 화면에서 나뭇가지, 나뭇잎, 꽃잎의 형체들이 보여 지는 것은, 작가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자연의 형상이 직관적인 그의 작업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13) 2016년부터 시작된 '불'을 주제로 한 작업은 추경의 이전 회화들의 방법론 – 작가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관여보다는 자연의 법칙과 우연성,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지고 생성되는 그림 – 을 더욱 심화한 작업의 결과다. 14)

추경_Flame-Embracing Nature展_Kate Oh Gallery_2022

추경은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와 글로벌 미술사의 문제의식과 닿아 있으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이룩하였다. 한국 추상미술에서 자연에 대한 사유는 한국 현대미술이 글로벌 미술사에서 독자성을 획득하는 데 있어 주요한 근간이 되어왔다. 이는 모더니스트 회화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으면서도,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한국 추상의 특성과도 닿아 있다. 그러나 추경의 추상은 관념적이거나, 자신의 수양의 결과물로서 제시하는 단색조의 화면이 아니라 자연을 몸으로 체득하고,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연성의 방법론을 스스로 획득하여 얻어낸, 남성중심의 추상미술계에서 간과되어 온 하나의 성취이다. ■ 이아영

* 각주 1) 박영택(2019), 「추경 – 불에 의한 이미지의 잔여」, 『추경 21회 개인전: 생의 불꽃으로』 도록, 설미재미술관 p.10 2) 박영택(2019), 위의 글, p.10 3) 에킨 에르칸(2022), 「불꽃-자연을 아우르며」, 『추경 개인전: 불꽃-자연을 품다』 도록, 설미재미술관 4) 로버트 C. 모건(2022), 「추경: 상실된 그러나 다시 회복된 불꽃」, 『추경 개인전: 불꽃-자연을 품다』 도록, 설미재미술관 5) 김영호(2007), 「관념 속에 피는 꽃, 바람꽃」, 『추경 2000-2016 작품집: 관계의 숲-Blue』, 설미재미술관, 2016년, p.62 6) 윤우학(2001), 「감성과 매체의 일체화」, 『추경 2000-2016 작품집: 관계의 숲-Blue』, 설미재미술관, 2016년, p.114 7) 고충환(2003), 「회화적 장 속에서 해체된 자연」, 『추경 2000-2016 작품집: 관계의 숲-Blue』, 설미재미술관, 2016년, p.92 8) 고충환(2003), 위의 글, pp.92-93 9) 김영호(2007), 위의 글, p.62 10) 2016년 7월 4일 김미진 교수 대담 중 추경의 발언, 『추경 2000-2016 작품집: 관계의 숲-Blue』, 설미재미술관, 2016년, p.8 11) 박영택(2012), 「추경-바람으로 형상화 한 자연」, 『추경 2000-2016 작품집: 관계의 숲-Blue』, 설미재미술관, 2016년, p.42 12) 박영택(2012), 위의 글, p.43 13) 2016년 7월 4일 김미진 교수 대담 중 추경의 발언, 위의 책, pp.8-9 14) 박영택(2019), 위의 글, pp.10-11,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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