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생각의 씨앗

서성봉展 / SEOSUNGBONG / 徐成奉 / sculpture   2022_0705 ▶ 2022_0731 / 월요일 휴관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1_스테인레스 스틸, 황동_60×60cm(부조)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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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반포대로5 Gallery 5, Banpo-daero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5 1층 Tel. +82.(0)2.582.5553 gallerybanpo5.kr

닫힌 서랍이 열리며 - '생각의 씨앗- 서랍' 전시회에 부쳐 ● 몇해 전 서성봉의 조각전시회 '심상전개도(心象展開圖)'를 흥미롭게 본적이 있다. 그간 해왔던 작업과는 사뭇 다른 양상의 작품이었는데 '서랍'을 조형화시켜 서랍에서 나온 드로잉과 그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설치작품이었다. ● 작가에 의하면 '서랍'은 본인의 조형적 직관을 상징하는 장치이자 표상이며, 그 속에서 끌어나오는(draw) 이미지는 무의식의 발현으로 작품의 원초적 심상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서랍 안에서 끄집어낸 이미지는 작가의 직관과 상응하여 순수한 작업동기로서 본인의 드로잉(drawing)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2_스틸, 황동, 자연석_210×100×100cm_2022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3_스테인레스 스틸, 황동_165×45×35cm_2022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4_스테인레스 스틸, 황동_170×65×62cm_2022

'서랍'의 사전적 의미는 '책상, 장롱, 화장대, 문갑 따위에 끼웠다 빼었다 하게 만든 뚜껑이 없는 상자'로 익히 다 알고 있는 명사이다. 영어로 번역을 하면 'drawer'가 된다. 결국 서랍을 밀고 끄집어내는 행위는 'drawing'이 되며 서랍안의 그 무엇은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 우리가 알고 있는 'drawing'은 작가들이 개념의 단초이자 작품의 시작점이다. 서성봉은 서랍의 물리적 형상을 통해 본인 고유의 drawing의 개념과 작품의 조형을 동시에 모색하려고 했다. ● 얼핏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한 관념의 작업이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작업의 근원을 서랍을 통한 본인의 '무의식'을 조형화했다는 것이고, 더불어 작업의 출발점에 대한 작가의 진중한 태도였다. ● 청년기의 모색에서 막 벗어나 중견의 언저리에 들어선 작가는 그간의 작업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색을 찾으려고 애썻다. 본인 스스로도 작가들이 형상의 의미를 고정시켜 동어 반복의 메시지를 반복하는 행위에 대해 몹시 부정적인 터라 본인에게 있어 새로운 작업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예술가가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모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깊은 성찰을 통해서야 가능한 지난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5_스테인레스 스틸, 황동_130×170×35cm_2022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5_스테인레스 스틸, 황동_130×170×35cm_2022

서성봉은 그 일환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의 작업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개념화하는데 급급했고 본인 스스로도 창작의 즐거움에 앞서 개념의 덫에 걸려 자유롭지 못하다고 술회했던 당시 기억이 있다. 서성봉은 치열하게 고민을 했고, 그 결과물이 심상전개도였다. 이는 단순한 방법론적인 실험이 아니라 창작의 근본을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 하지만, 아쉽게도 서랍에 대한 탐구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도만 선보인 체 조형적인 장치로 급하게 단락이 지어졌고 서랍안 내용은 맥없이 봉인되어 버렸다.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6_스틸, 황동_60×30×20cm_2022
서성봉_서랍-생각의씨앗-7_스틸, 황동_65×40×30cm_2022

나는 서성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작가이자 선배이다. 짧지 않은 기간을 그를 지켜보면서 그가 작업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에 간혹 놀라곤 한다. 작가는 조각가 특유의 단단함으로 무장하여 거침없는 창작의 행보을 이어왔다. 다양한 물성의 재료들을 이용하여 때로는 단단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작품의 완성을 높여왔다. 그러면서 그의 관심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자연과 생태, 제주의 역사와 개인의 역사 등. 어느하나 녹녹치 않은 주제들을 그는 굳센 근육으로 조형화 시켜왔다. 개념과 의미에 치어 창작의 수고스러움을 고민하기에는 그의 근성과 촉은 항상 저만치 먼저 앞서 나갔다.

서성봉_서랍-생각의 씨앗展_갤러리 반포대로5_2022

시간이 흘러 서성봉은 또 다른 서랍을 들고 나왔다. 지난번 미완의 서랍을 그냥 놔두기엔 그 가능성을 알기에 아쉬움이 많은 터라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생각의 씨앗'이라는 전시회의 부제로 짐작되듯이 이번 전시회는 다양한 의미의 개념들이 서랍안을 가득 채울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동안 굳게 닫혀있던 무수한 서랍장이 다채로운 색채로 다시 열리기를 희망해 본다. ■ 이종후

Vol.20220705h | 서성봉展 / SEOSUNGBONG / 徐成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