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선 낮 Standing on Tiptoe

전장연展 / JUNJANGYEUN / 全章演 / sculpture.installation   2022_0706 ▶ 2022_0724 / 월요일 휴관

전장연_낯빛_나무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 셰도우, 화장퍼프_SeMA 창고 1전시실에 가변설치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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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인스타그램_@jangyeunju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입장마감_06:3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1,2,3전시실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전장연 작가의 개인전 『발끝으로 선 낮』은 일상에서 비롯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조각 풍경을 통해 교차하는 힘의 관계와 균형에 주목하는 전시로, 작가가 평소에 눈여겨본 특정 장면 혹은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낮은 평범한 매일을 상징하지만, 뒤꿈치를 들고 발끝으로 서서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들은 매번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반복 구간 사이에 위치한 뜻 밖의 불규칙적인 요소, 일상에 자리한 긴장감은 모두 일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감각하게 한다. 동전, 화장 퍼프, 운동기구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을 본래의 목적을 뛰어넘는 형식으로 재조합하여 새로운 관계망을 부여해 온 전장연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 서사에서 비롯한 총 세 가지의 시리즈를 소개한다.

전장연_낯빛_나무에 아크릴채색, 스테인리스 스틸, 셰도우, 화장퍼프_110×130×4cm_2021_부분

먼저 전시의 시작점에 위치한 「낯빛」 시리즈는 도형을 일컫는 '면'의 한자어가 얼굴을 본따 만들었다는 점에 착안한 작업으로 얼굴에 바르는 색조 화장품(셰도우)과 화장퍼프가 주재료로 등장한다. 벽면에 기대어 놓인 조각들과 드로잉으로 구성된 「낯빛」은 조형의 요소 중에서도 특히 면에 주목한다. 작품의 '낯'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는 둥근 모양의 검은색 블록들만이 전부인 듯 보이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면 다양한 두께로 이루어진 현란한 '빛'을 만나게 된다. 측면을 채우는 다양한 색채의 변주 사이에는 색조화장에 사용되는 스펀지 퍼프가 자리한다. 말랑말랑한 퍼프들은 쌓여있는 블록들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블록들 사이에 위태롭게 끼어있는지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전장연_숨 고르고 정지_스프링, 파이프, 나무, 운동 악세서리_가변설치_2020~2
전장연_숨 고르고 정지_스프링, 파이프, 나무, 운동 악세서리_가변설치_2020_부분

푸른색 벽면을 배경으로 한 2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시공간이 멈춰버린 듯 각각의 위치에 놓인 사물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공중에 사선으로 설치된 파이프에서는 공이 아래로 떨어져야 맞지만 멈춰있고, 아래쪽에 위치한 추의 무게로 인해 최대 길이로 늘어나 있는 스프링 역시 당장이라도 튕겨 나갈 것 같지만 그대로 정지해있다. 전장연은 「숨 고르고 정지」에서 스프링이나 파이프, 밴드, 끈 등 신체와 관련한 운동기구의 일부분을 가져다가 선택적으로 재조합하면서 일종의 '조각 드로잉'을 제작했다. 몇몇 부품들은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특정 스포츠를 즉각적으로 연상시키는 한편, 주어진 조합의 형태에 따라 새로운 용도를 추측하게 한다. 작가는 전작 「광장」(2011, 2014)이나 「나무 사이로」(2011)를 통해서도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조각화한 바 있지만 「숨 고르고 정지」는 단순히 사물들을 조각의 언어로 치환하는 것을 넘어서 사물들 간의 관계나 위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의 분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작가가 작품 안으로 동력을 불러오는 본격적인 계기가 된다. 단순한 정지가 아닌 숨을 한 번 고른 후에 대하는 정지는 방금 전까지 사물들이 마주했을 움직임을 상상하게 한다. 누르거나 당기고 버티는 등, 정지된 사물들과 조각 사이에 위치하는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은 평온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긴장 또는 균형을 함의한다.

전장연_휴게_부분철판, 담배꽁초_30×40×4cm_2022
전장연_낮은 무지개 Lower Rainbow_철판, 동전, 민트 캔디_60×110×40cm_2022_부분

전시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전시실에는 굴곡진 벽면이 터널처럼 기능하면서 어두운 공간이 연출된다. 「휴게」, 「낮은 무지개」는 굽어진 철판에 면마다 각기 다른 색깔을 칠하고 여러 겹 쌓아올려 무지개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모두 바닥에 위치해있다. 작품을 살피려 시선을 가까이하면 동전, 민트캔디, 담배꽁초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이 철판과 철판 사이에 끼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철판 사이를 차지하고 있는 사물들은 침대나 소파 밑을 청소하다가 이따금씩 발견하게 되는 머리끈이나 동전, 또는 야외 아스팔트 바닥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는 담배꽁초나 껌과 같이 모두 '하찮은' 것들이다. 두 작품 모두 「낯빛」 시리즈에서처럼 겉면은 어두운 색을 띄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요소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무지개 사이로 드러난다.

전장연_Circle Bonding_철근, 머리방울_66×70×60cm_2022
전장연_주워온 밤 Encountered Night_각각 스캔된 작은 사물들의 조합, 피그먼트 프린트_92×92cm_2019

「Circle Bonding」은 작가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았던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금속의 원 형태는 어린아이의 방울 머리끈으로 이어져있다.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 사이에 오가는 유대는 관계를 지탱하는 결정적인 지지대가 된다. 「주워온 밤」 역시 육아의 현장에서 시작된 사진작품으로 92×92cm의 화면은 현미경으로 바라보거나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듯한 밤하늘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일회용 인공눈물 뚜껑, 소형 나사, 끊어진 은목걸이, 스테이플 심, 과자봉지의 끝부분 등 사실상 버려지는 것에 불과한 부스러기들은 모두 작가에 의해 개별 스캔되어 디지털 콜라주화 되었다.

전장연의 작업은 이전에 개별적으로 제작되었다가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형식으로 이번 전시에서 다시 모였다. 『발끝으로 선 낮』의 사물조각들이 그려내는 일상의 면면은 결코 단조롭거나 안전하지 않다. 서로의 위치와 무게를 접점 삼아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에서 오늘도 발견된다. 힘껏 발 끝에 기대어 선 채로. ■ 이보배

Vol.20220706h | 전장연展 / JUNJANGYEUN / 全章演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