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Listening to exciting music,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皓 / painting   2022_0707 ▶ 2022_0723 / 일,월요일 휴관

박종호_내가 만약,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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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블로그_blog.naver.com/noah250

초대일시 / 2022_0707_목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자작나무 GALLERY WHITE BIRCH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40-7 (사간동 36번지) Tel. +82.(0)2.733.7944 www.galleryjjnamu.com

(이 글은 내가 그려온 소년에 관한 글이다. 나는 오래 전 부터 그에 대한 짧은 소설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해왔다. 이것은 그 일부이다.)

박종호_Good morning~_캔버스에 유채_80×130cm_2014

눈을 떴다. 날이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 어제 어떤 깨달음에 매료되어 붓을 들었지만, 늘 그래왔던 습성처럼 어제와 같은 그림을 그려놓는다. 그러고는 그 독특한 깨달음 혹은 느낌을 제목으로 달아놓았다. ●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은 그 느낌과 그려놓은 그림 사이에서 잠시 머물다 떠나간 것이다. 습관의 힘에 씻겨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잃는다. 어제의 실패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은 극도로 느리게 흘러가지만, 바깥의 태양은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 나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의 균열이 시선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박종호_길은 어디에나_캔버스에 유채_163×112cm_2022

어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커튼을 걷어 둔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기로 했다. 밤사이 눈이 내려 있었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은 미끄럽지 않아 걷기가 수월하다. 매서운 한기에 옷깃을 여미며 이 시간에 과연 버스가 다니는지 알아보고 나올 걸 그랬나 후회가 들 때쯤, 첫차일지도 모를 버스가 도착했다. 보통 그렇듯 버스에 올라서면 몇몇의 시선이 느껴지다 사라진다. 버스에는 새벽일을 나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때묻은 백팩을 무릎 위에 두고 앉아 있었다. 손잡이를 움켜쥐거나 가방을 안고 있는 그들의 손은 구부정하고 작은 전체적인 모습과 달리 크고 강해 보여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박종호_미안해_캔버스에 유채_120×91cm_2022

몇 분쯤 흘렀을까, 한 소년이 버스에 올라섰다. 그 또래의 아이를 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아이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표정으로 기사의 뒤편에 비어있던 좌석에 자리했다. 마르고 긴 체구에 얼굴이 창백할 만큼 하얬다. 입고 있는 낡고 얇은 남색 패딩점퍼는 새벽의 추위를 막아 줄 것 같지 않았지만, 그는 버스에 올라타는 여느 사람들처럼 몸을 움츠리지는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 버스 창에 시선을 두고 소년은 미동 없이 앉아 있다. 위에서 비추는 조명에 어깨 뒤가 해져 솜이 비죽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가 나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박종호_해 질 녘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13/2022

갑자기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팝송이 들려왔다. 그 경쾌한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뒷문 쪽으로 와 내 앞에 섰다. 그는 세계의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결심한 듯 앞만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엔 내리면서 눈을 마주쳐 주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박종호_대답 좀 해봐요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22

수년이나 지났지만, 그 순간이 잊히지 않고 종종 떠오른다. 어떤 장소도 담지 못한 그의 적막한 눈빛은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내쉴 수 없이 가슴에 차오르기만 하는, 앎의 세계에 흔적조차 없는 그 무한의 느낌을 안고 작업실에 도착했다. ● 내가 건네받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위해 애써 보았다. 그것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였고,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이 세상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박종호_바람이 불어오고 있어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22

어제, 이 시도 중에 작은 결론의 말이 잡음을 일으켰기에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소음일지 모르는 모순의 문장이 갑자기 나의 많은 것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그 문장을 건너뛰고 생각하던 것을 계속하려 했지만 지직거리던 문장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그것은 유일하게 주어진 찰나의 순간, 그에게 건네야만 했던 한 문장의 완벽해야 할 말이었다. ● 그럴 때면 나는 그날 나와 그 소년이 함께 들었던 낭만과 행복이 가득한 음악을 튼다. 붓을 들고 움직일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 박종호

Vol.20220707j |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