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 됩니다

김주리_임영주_좌혜선_한재석展   2022_0709 ▶ 2022_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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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 2022_0709_토요일_07:00pm            2022_0724_일요일_07:00pm

기획 / 박시내_유진영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8:00pm

TINC(This is not a church) 서울 성북구 삼선동4가 37 (구)명성교회 @this_is_not_a_church

손바닥만 한 종이에 괴담이 빼곡히 적혀 있던 500원짜리 괴담 모음집을 기억하나요? 혹은 밤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익명의 친구들과 주고받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 창은요? 모든 괴담은 금기와 규칙,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는 인물, 그 결과로 응징당하거나 또는 해방되는 구조로 구성됩니다. 때로는 뚜렷한 결론이나 교훈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것들은 무서운 이야기라는 이유 하나로 아주 쉽게 퍼져나갑니다. 공포라는 감정의 기저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들이 책임감 없는 가벼운 입놀림과 손가락들을 거쳐 생산된다는 점도 한몫하죠. ●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공포를 느낍니다. 괴담에서 공포의 주체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처녀, 장애인,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 사망한 군인, 그리고 무언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두려워합니다. 그 인물들은 우리의 인식에서 약간 비껴있기 때문에 거대 서사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웅얼거림과 또는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퍼지는 소문의 형태로나마 일시적인 형상을 겨우 얻을 뿐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어떤 힘에서 비롯됩니다.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 됩니다展_TINC_2022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 됩니다展_TINC_2022

이 전시는 그 힘의 방향과 강도 등을 살핍니다. 김주리, 임영주, 좌혜선, 한재석 네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그 힘을 포착하여 이미지화합니다. 김주리의 작업은 그 내부를 궁금하게 합니다. 그것은 어둠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꿈틀대고 있습니다. 그 제스처를 감각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공포에 대한 하나의 은유일 것입니다. 임영주는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과 역사, 풍경을 추적합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실 그것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욕망, 믿음, 이야기와 같이 실체가 불분명한 것들의 덩어리일지도 모릅니다.

김주리_모습 某濕: 202207-01_젖은 흙,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2
임영주_세 개의 껍질과 하나의 둥근 것_3채널 영상, 4채널 사운드_00:25:00_2019

좌혜선은 모든 형태와 경계를 와해하는 허우적거림을 그려냅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과 무엇인지 모를 것들이 웅성거리는 화면 앞에서,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재석은 불분명한 소리들을 기원으로 하는 사운드 피드백 작업을 선보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들은 마이크끼리의 공명과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무한하게 퍼져 나갑니다.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들은 계속해서 맞부딪히며 증식하지만 소리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좌혜선_넘치고 흐르는 것_장지에 목탄, 분채_324×130cm_2022
한재석_Ghost in the feed: 먹이 속 떠도는 유령들_ 16채널 사운드, 오디오 조각_가변설치_2022

그러니 속삭이는 소리들은 무시하고 지나가세요.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 됩니다. 속삭임들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죠. 속삭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주세요.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입니다. ■ 박시내_유진영

Vol.20220709b |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 됩니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