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토크 / 2022_0728_목요일_12:00pm
후원 / 오분의일_예술협동조합 이루_태영 D&I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매주 토요일 24시간 윈도우 갤러리 운영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899.7747 @onefifth_5_1
현실 이미지를 해체하는 설치 작가 강수빈과 경계의 모호함을 물성으로 다루는 공예 작가 임희나의 2인전 『모호한 듯, 밀접한 듯, 섞인 듯, 해체된 듯』은 두 작가가 동시에 거울을 다룬다는 물성적 교집합 요소와 각 작가가 거울을 벗어난 다른 물성 요소들을 다룰 때 나타나는 특성들이 어떻게 각자의 주제와 맞춰 귀결되는지 호흡을 맞추는 시도이다. ● 두 작가의 밀접한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작품의 적극적 섞임, 자발적 섞임은 이번 전시의 과정이자 중간적 결과가 된다. 강수빈 작가가 전개하는 해체된 이미지들은 구조가 확장되면서 해체와는 또 다른 우연성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임희나 작가의 모호한 경계들은 그 모호함을 주장하는 데에 있어 해체되고 확장되는 이미지들 속에서 한층 더 극대화된다. 각자의 이미지가 섞이고, 서로의 상을 비추고, 현상을 가지게 되는 형태를 통해서 전시명 『모호한 듯, 밀접한 듯, 섞인 듯, 해체된 듯』을 동반한다.
강수빈 작가는 2021년부터 2022년에 걸쳐 제작한 「MEDIA」시리즈를 통해 현실의 정보가 가상으로 옮겨지면서 모호함과 우연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현실이 어떤 규칙에 의해 나열되고 변형되는 현상을 표현한다. 이 과정을 겪으며 현실에서의 '우연성'이 삭제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 오분의 일 갤러리의 뒤쪽에 위치한 분리된 공간에서는 강수빈 작가의 조명 작품 「우연이면서 운명」이 두 작가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비춘다. 작품 위에 위치한 여섯 개의 조명으로 구성된 장치는 7분 단위로 한 개씩만 점등되는데, 이 조명의 불빛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간에 의도적으로 배치된 여러 작품 중 한 작품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한다. 관객에게 동일한 풍경을 제시하지만 조명 장치를 통해 관객이 언제 들어오느냐에 따라 우연히 어떠한 이미지를 더 집중하여 목격하게 되고 그 이미지는 개인의 맥락과 결부되어 각각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지기를 의도한다.
임희나 작가는 2020년 시작한 「시각에서, Through perspective」시리즈를 시작으로 인간이 이어져 있음과 무엇이 인간을 구분하는지에 대해 실과 원을 이용하여 경계의 모호함을 주장한다. 실의 연결성, 켜켜이 쌓이는 형태, 엮여져 단단해지는 물성과 원의 형태에서 오는 중심점, 확산되는 형태, 균일한 선으로 확장되는 면들을 조립하여 나와 타자의 관계에 대한 시각적 구현을 이룬다. 양면 거울을 이용하여 두 가지 상을 갖는 동시에 일반적인 거울 프레임의 형태인 타원, 정원, 사각형의 조합으로 극대화된 경계들을 시각화한 작품 「경계 찾기」 시리즈에서는 평소 경계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과장되게 가시화하고 비춰지는 상을 이질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전시의 신작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거기에 있는 것 1,2,3」은 과장된 경계 뒤에서 사라진 실제 거울의 경계를 이중적으로 조명한다. 기존에 다룬 아크릴과는 대조되는 실이라는 물성을 이용하여 경계에서 머무는 코일링의 형태가 아닌 확장하는 테슬 형태로 경계에 이중성을 부여하게 된다. ● 두 작가가 협업을 통해 만든 「선에서 벗어나!」는 ROOM 1의 정면 벽에 설치된다. 거울에 의해 쪼개진 채 인쇄된 자연 풍경은 일상적으로 감지하는 자연스러움에 의해 그 모습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분절된 풍경은 임희나의 원 그래픽에 의해 이어지고, 세로선에서 벗어나 마침내 확장된 경계를 갖는다. ■ 강수빈_임희나
KEYWORDISM의 해체 ● 인간은 정보 처리의 한계로 인해 효율을 위해 실제와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무수한 정보 중 나머지 요소는 삭제하고 핵심요소만 남겨 소통하곤 한다. 이 현상은 마치 실제가 무수한 연속된 정보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 기호화*된 핵심 정보'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 기호화 되기 이전의 수많은 요소들이 여전히 실제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 2021년 이전 작업의 대부분은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양의 정보들이 핵심화 되고 있는 현상을 표현하는데, 그 해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KEYWORDISM:핵심화주의'라는 용어로 정의하였다. 디지털 공간에서 주로 발생하는 KEYWORDISM 경향은 계속해서 강화 되면서 개인의 인식에서 나아가 사회 속에서 '나머지'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 아이러니하게도 이 핵심화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텍스트'와 '이미지'이다. 특정 텍스트와 이미지로 표현되는 어떠한 정보는 다른 여지없이 '표현된 텍스트의 의미'와 '표현된 이미지의 의미'로서 읽힌다. 나는 이러한 전형적 이미지와 텍스트 읽기를 해체하고자 「MEDIA」 시리즈를 지속한다. 본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재료인 거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미디어인 것처럼 보이지만 「MEDIA」에서의 거울은 약 60도 가량으로 기울어져 주변 환경을 반복적으로 분절하고 해체한다. 본 작품은 단독으로 '해체'의 의미가 작동한다기 보다는 주변에 어떤 이미지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내가 해체하고자 하는 바를 구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궁극적으로 주변의 작품과 환경 그리고 「MEDIA」가 조응하는 과정을 통해 분절된 이미지 혹은 텍스트로 나열된 세계가 아닌, 물리적 현실 속에서의 연속적인 가치와 감각은 어떻게 찾으며 온전히 느껴야할지 질문하고자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사회 속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KEYWORDISM 현상으로 인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맥락과 이 야기는 각종 미디어에 의해 일반화되고, 그 일반화에 의해 왜곡되고 파편화되며 해체된다. 나는 위의 질문과 함께 이 해체에서 머물러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찾고 그 또한 각자의 맥락으로 연결해내며 현 시대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자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 강수빈
강수빈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람들 간의 접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온라인 만남과 활동이 늘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미지들. 우리가 만나는 이미지들은 과연 실재일까? 아니면 그저 가상일까? 가상은 가짜인가? 현실이 아닐까? 내가 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전시장의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관람객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 ● 가상과 실제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그녀의 관심사에 비한다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작업을 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녀는 다양한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물성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재료들이 가득한 그녀의 작업실은 이러한 작품 성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작업실에서 페브릭에서 조각거울까지 새로운 재료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실험하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즐기는 듯 했다. 그녀의 작품이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효과는 이러한 일련의 수공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양한 재료들 가운데에서도 거울 오브제는 강수빈이 꽤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재료다. ● 이번 전시에서도 소개된 「MEDIA」 역시 강수빈이 자주 사용하는 거울 오브제를 사용한 설치작품으로, 프리즘처럼 삼각형의 구조로 거울 오브제를 연결시켜 이미지와 빛의 반사를 극대화시켰다. 거울 자체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삼각형 구조로 잘라지고 덧붙여진 거울은 현실을 조각내고 분절시키면서 왜곡하게 된다. 디지털 컴퓨터 이미지로 둘러쌓이는 온라인 가상환경은 조각난 거울에 의해 왜곡된 현실 이미지처럼 보인다. ●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가상과 현실이라는 이미지의 구분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사. 게임공간에 예술가들의 작품이 보여지고, 아바타로 접속하여 가이드 투어를 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버려진 건물을 개조한 공간에서 질펀한 물성에 여전히 감탄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가상과 현실,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 사이의 구분은 이미 의미 없어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각의 공간과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한 이해과정이 유효하다면,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에 선 강수빈의 질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신보슬
Do you define yourself / From yesterday / Or by today / Or perhaps who you'll be tomorrow // A person in front of you acting like yourself from yesterday, / Are you sure that it's not you but him? // A person across the street, Who is the perfect description of what you want to be, / Are you sure that it's not you but him? // A person who walks beside you / ,Are you sure that it's a totally different person from you? // Are we fixed here standing parallel? / Are we having parallel sights? // Ain't I the one and only individual filled with so many special instances? // Or Ain't I an undefined individual filled with all the possibilities from the past and tomorrow? ● 나는 어제의 나인가, 오늘의 나인가, 아니면 비로소 내일이 와야 내가 되는 것인가. / 내 어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내 앞의 당신은 나인가 너인가 / 내가 가장 원하는 내일의 내 모습을 하고 있는 건너편 당신은 나인가 너인가 / 오늘 나의 옆에서 발 맞춰 걷고 있는 너는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존재인가 / 너와 나는 고정되어 평행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는가 // '나' 는 무수한 경우의 수가 모여 생긴 단 하나의 개체인가 / 과거의 경우의 수와 미래의 경우의 수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계 없는 존재인가 - 작가 노트 中 ● 2021년 시작한 「경계찾기」시리즈를 선두로 선보이는 임희나 작가의 신작들은 실용성과 비가시성의 경계에 있다. 표면적으로 작품 「경계찾기」는 간편히 손에 쥐고 보기에 편한 7×10cm 크기의 양면거울과 일반적인 손거울 형태인 정원, 타원형, 사각형을 조합한 그래픽-아크릴 작업이다. ● 도형들은 아크릴 위에서 뚫리고 합쳐지고 이어지는 등 불규칙한 방법으로 서로 이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정형적인 이미지는 거울이 순간 캡쳐하는 불특정한 상을 지속적으로 나누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된 시각적 재미와 손거울로써 사용의 불편함 그리고 전에 보지 못 한 쪼개진 반사 이미지를 보게된다. 실용성이 강한 손거울 크기의 기능을 뒤집어 작품에서 아크릴 프레임의 도형과 그 안의 쪼개진 상은 그 역할을 방해하고 모호성에 힘을 싣는다. ● 의도된 앞의 효과들은 경계의 모호함에 대한 주장이자 모호함을 주장하는 중간 단계로 경계를 알아차리기 위해 극대화한 시각적 효과이다. 극대화, 비대화된 경계들은 여전히 거울과 상을 나누고 있지만 그 전처럼 명확하지는 않으며 상을 더이상 있는 그대로 캡쳐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 임희나
혐오의 시대에서 연대의 시대로 ● 혐오와 폭력의 시대 혹은 포스트코로나시대로 대변되는 지금, 우리의 혐오는 이질감에서 비롯된다. 그 이질감이란 객체의 타자화이다. 모든 존재들은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우리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질성이 서로를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차별로 가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고유성을 헤치지 않는 한에서의 연대는 불가능할 것인가? 작가가 '원'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바로 이 연대의 가능성에 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 ●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인 것처럼, 내 어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내 앞의 당신은 나일 수도 있다. 나와 너는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혀 다르지만은 않다. 그래서 작가는 "'나'는 무수한 경우의 수가 모여 생긴 단 하나의 개체"이자 "과거의 경우 수와 미래의 경우의 수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경계없는 존재"인지 묻는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바로 이렇게 연결된 우리를 말한다.
구별짓기-확장시각 ● 인간은 성별, 거주, 소득, 학벌 등에 따라 경계지워진다. 그러나 그 경계가 인간의 본질을 규정할 수 있을까? 경계는 구별이 되고, 구별은 차별이 되겠지만, 관계 속에서 개인의 확장된 시각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작가의 작품 「꼭꼭 숨어라, 경계를 찾아라」는 역설적으로 경계없음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한다. ● 「시각에서」 시리즈 연작에서 작가는 인간의 상호관계성을 표현한다. 타인과 분리되어 살아갈 수는 없는 고유성을 상실한 일반명사로의 '내'가 될 수 있다. 작가는 사회현상을 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원과 원을 이루는 섬유의 조형 등은 각각의 인간이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별짓기'하여 경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연대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음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섬유의 엮임은 우연과 우연이 엮어 '내'가 되고 우리가 되고, 끊임없이 유동하는 동사적 존재로 확장된다. ■ 심귀연
Vol.20220710c | 모호한 듯, 밀접한 듯, 섞인 듯, 해체된 듯-강수빈_임희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