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나, 그 사이 Beetween the world and me

예술소통공간 곳 작가 교류展   2022_0714 ▶ 2022_0730 / 월요일 휴관

작가와의 대화 2022_0715_금요일_03:30pm~05:00pm 오세경×한선주 2022_0723_토요일_03:30pm~06:00pm 김경원×이수현, 송신규×김민지 2022_0727_수요일_03:30pm~06:00pm 홍기하×박예지, 이한나×제현모

참여작가 김경원_김민지_박예지_송신규_오세경 이수현_이한나_제현모_한선주_홍기하

주최,기획 / 춘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춘천문화예술회관 Chuncheon Cuture & Art Center Gallery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5번길 13 (효자1동 산40-12번지) 전시장 Tel. +82.(0)33.259.5413 www.cccf.or.kr

끊임없이 팽창하는 우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성운은 전속력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지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멀어지므로 그 빛은 결코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조르주 아감벤은 『동시대인이란 무엇인가』에서 '현재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려 애쓰지만 그럴 수 없는 빛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동시대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이며,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자이다. 이런 간극과 시대착오 때문에 동시대인은 다른 이들보다 더 이 시대를 지각하고 포착할 수 있다. 예술가는 다름 아닌 아감벤이 말하는 대표적인 동시대인이다. 자신의 세계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며 암흑을 속에서 빛을 그려낼 수 있는 자이다. ● 이번 전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술계의 환경 속에서 시대와의 불화를 응시하고 각자의 조형언어를 기반으로 '지금 여기'에서 고군분투 하는 10명의 젊은 작가들이 주인공이다. 춘천문화재단 레지던지 「예술소통공간 곳」의 5명의 입주작가와 5명의 춘천지역 신진작가가 함께하는 전시로 서로간의 매칭을 통해 5개의 2인전이 한 공간에 펼쳐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 속에 내 던져진 '나'라는 예술가 개인이 '또 다른 나'와 만나 그려가는 5가지의 작은 세계가 전시장으로 소환된다.

김경원_Flying chicken_스틸에 아크릴채색_250×80×80cm_2018
이수현_괜찮아...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으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21

첫 번째 섹션 『우리는 항상 거기 있었다』의 김경원, 이수현은 '동물'이라는 도상을 통해 사회의 시스템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수행적인 노동을 통해 대상(동물)을 무수히 반복시키는 김경원은 주로 젖소, 닭 등의 개체들을 복제하여 산, 꽃 별 등의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이중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대량 소비되는 품목(우유, 달걀)들을 생산하는 젖소, 닭 등의 가축이 작가의 주된 작품 소재이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생명이기도 한 동물을 개별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일개의 종으로 묶어 불리어지는 행태에 대한 자각과 함께, 전체와 개인과의 관계를 이입하여 다양한 의미를 생성해낸다. 이수현은 약하고 하찮은 대상으로 치부되어 버린 동물에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을 투영하여, 코로나19라는 혼돈의 사회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견뎌야 하는 삶의 관계들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그는 작품의 내러티브를 레터링을 병행하여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인 동물 화자(話者)가 던지는 물음을 텍스트로 표기하고 있다. 질문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을 화면으로 끌어들이며, 우리도 역시 이러한 관계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홍기하_Vanilla_석고_130×65×80cm_2021
박예지_Hawai 하와이_스테인리스 스틸_260×77×60cm_2018

두 번째 섹션인 『숭고하게, 모던하게』는 홍기하, 박예지의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다. 두 명의 조각가는 각각 석고, 돌, 철 등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를 연마하고 형태를 성형해가는 과정을 통해 모더니즘 조각의 예술적 '숭고'를 전시장으로 소환하고자 한다. 홍기하는 '조각'의 정의와 범위, 경계가 해체되고 모호해진 시대에 온전한 조각의 영역을 찾고자 매스와 물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조각이 지닌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인 생산 과정으로부터 예술적 가치를 발견한다. 가볍고 쉽고 저렴하고 효율적인 것들을 향해 가는 경향 안에서 그 가치와 문법을 따르지 않는 무게감을 선보일 수 있는 게 조각과 조각가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다. 홍기하가 마치 고대의 석공처럼 거대한 돌, 석고를 깎고 다듬는 수행의 방식을 취한다면, 박예지는 철이라는 재료를 무수히 용접으로 쌓아올려 작업한다. 재료를 녹이고 쌓아올려 굳히는 용접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물성의 변형은 그에게 있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처럼 어찌할 수 없는 변화의 시간들이다. 마치 작가가 창조한 세 개의 다리로 서 있는 말의 형상처럼, 용접조각으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타인과, 세계와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이한나_讀書萬倍利 독서만배리_화선지에 먹_200×70cm_2022
제현모_양양 낙산사_비단에 수묵채색_191×640cm_2022

이한나, 제현모는 「붓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사상을 기본으로 하여, 고전으로부터 현재와의 연결지점을 찾아간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한나는 신진 서예가로서, '책'이라는 모티브를 토대로 왕안석(王安石)의 권학문(勸學文)을 쓴 10폭의 서예작품을 설치작업과 접목하는 시도를 하였다. 작가에게 '좋은 책'은 세계를 바라보는 '창'과도 같다. 신념이 흔들릴 때, 삶이 방향을 잃고 부유할 때, 고전 속 문장들을 되새기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은 동양의 지혜가 담긴 명문이다. 문장이 붓끝에서 작품이 되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바람(Hope)이 바람(Wind)이 되어 관객에게 가 닿기를 소망한다. 중국 전통산수를 수학하고 귀국한 제현모는 "옛것을 따르고 담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倣古(방고)'를 작가의 창작 목표와 지향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關東風(관동에 부는 바람)'을 테마로 관동팔경의 명소인 「낙산사」, 「죽서루」, 「구문소」 3작품을 준비하였다. 동서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표현방식도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서 방고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새기고, 고전을 갈고 닦음을 통해 현재의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민지_비 오는 139km의 풍경14_한지에 먹_22×27.3cm_2019
송신규_욕망하는 식물 the botany of desire_종이에 연필_150×380cm_2018

김민지, 송신규의 「부유하는 형태」는 먹과 연필을 재료로 한 무채색 그림과 설치로 이루어져 있다. 두 작가는 물방울과 뿌리의 예측 불가능한 방향성을 통해 부유하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시각언어로 이야기 하고, 서로의 연결 지점을 숲이라는 근원의 형태로 찾아간다. 김민지는 잦은 이동이 본인의 삶에 있어 일상이 되어 감에 따라, 정착하는 삶에 대한 동경을 작품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의 부유하는 정체성을 반대로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라는 존재에 바람을 담아 투영하는 작업을 지속하여 왔다. 오랜 기간 작가의 주된 이동 수단이 된 버스의 창밖은 작가의 캔버스가 되어 내면적 요소와 외부풍경이 중첩된 화면으로 표현된다. 최근에는 「나 더하기 나」 작품을 통해 나무가 있는 풍경의 일부를 확대하고 여러 조각으로 분리하여 가변적인 회화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송신규에게 자연은 돌아 가야할 안식처이자 근원이다. 그는 떠도는 개인의 정체성을 여러 줄기로 방향을 잃어버린 채 뻗어나가는 뿌리에서 찾는다. 「욕망하는 식물」은 가족, 풍경의 서사를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성장기에 겪은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인 땅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내고 있다. 마치 뿌리와 같이 연결된 하나의 인간 꽃의 형상은 자연을 통한 과거와 현재와의 관계 회복을 암시하며, 허구와 실제의 공존 속에서 진실을 바라보려는 작가의 생각을 전달한다.

오세경_몰락_장지에 아크릴채색_162×227cm_2017
한선주_불멸낭만_한지에 아크릴채색, 과슈_181.8×227.3cm_2020

오세경, 한선주의 「무한의 주인」은 『세계와 나, 그 사이』 이라는 전시주제의 대단원의 막이 펼쳐지게 되는 마지막 섹션이다. 오세경의 작업은 주로 사회와 개인의 갈등으로 인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어 왔다. 작가는 갈등하는 상황의 어려움과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주목하고, 추상적이고 구분하기 힘든 기억을 비유나 은유를 통해 시각적인 재현의 방식으로 표출한다. 이는 유약한 하나의 인간이 거대 사회와 이 시대를 대면하는 절망감과 고독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선주의 작업은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결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혼란한 세계 속에 던져진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자 세계를 이해해 나가는 본인만의 방식을 보여주며, 수동적 인간에서 능동적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저항과 극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오세경, 한선주는 이번 전시에서 무한과 유한, 세계와 나의 간극을 표상하는 각자의 작업을 3단계의 서사적 구성과 설치를 통해 관객이 주인공이 될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지상과 하늘의 영역으로 나누어진 다층의 구조와 붉은 조명은 마치 천사를 영접하는 듯한 영적체험을 관객에게 투사한다. 두려움과 황홀함이 공존하는 언캐니한 부조화의 감정들은 유한한 인간이 처해 있는 시대의 상황과 결합되어 각자의 위치를 성찰하도록 한다. ● 10명의 작가들은, 회화, 조각, 동양화, 서예, 설치 등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와 나'에 대하여 발화하고 부딪히며 나아간다. 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빛에 쉽게 눈멀지 않으며 그 내밀한 어둠을 식별하는 데에 이르고자 한다. 이들의 작품이 거대한 재난의 시간을 거쳐 사회와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재성찰이 요구되는 지금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의 편견과 타성의 어둠에 빛을 밝히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정현경

Vol.20220714h | 세계와 나, 그 사이 Beetween the world and m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