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Portrait'-흐르는 공간, 깊어지는 시간

조현예展 / CHOHYUNYEA / 趙玹藝 / painting   2022_0720 ▶ 2022_0801 / 화요일 휴관

조현예_성장하다 Grow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연필, 파스텔 드로잉, 돌가루,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130×193.9cm_20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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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 주최,주관 / (사)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제주갤러리 JEJU GALLERY in SEOUL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Tel.+82.(0)2.736.1020 @jejugallery_seoul

의도된 미완"인생의 완성도는 상대적인 것이며 그에 따른 성취감도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느끼는 미완에 대한 콤플렉스를 어느 순간 환기시키고 싶어졌다. 완성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졌다." (조현예 작가 노트 중) ● 조현예는 '완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로 캔버스 위에 '향'을 그린다.

6 out of 10 Works ● "본 작품은 "성장하다 - 발현하다 - 구토하다 - 생산하다 - 치료하다 - 호흡하다" 의 연작으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과정을 향기 치료라는 대안을 취하고 삶의 리듬에 편입시키는 것에 비유하였다." (조현예)

조현예_발현하다 Revea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연필, 파스텔 드로잉, 돌가루,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 130×193.9cm_2002(2022)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캔버스 위에 후각으로 감각되는 '향'을 표현한다는 것은 시도 자체에 미완성이 전제되어 있다. 화면 위에 진짜 향을 덧씌우지 않고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색을 칠하지 않은 면을 그대로 두거나 가벼운 낙서, 스케치 정도로 마무리하는 등 미완을 의도하는 형식마저 한결같다. 작가에 의해 '의도된 미완'은 작가 스스로 환기하고 싶은 지점에 도착했을 때 화면 안에서 마쳤을 것이다. 시각적 미완과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작업'과 '치유'를 오고 간다.

조현예_구토하다 Barf_캔버스에 아이쉐도우, 아크릴채색, 연필, 파스텔 드로잉, 목탄,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 130×193.9cm_2002(2022)

인사아트센터에서 2022년 7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전시되는 평면 작품 30여 점은 작가 조현예의 자화상이자 온전히 치유될 수 없는 아이러니를 함께 품고 있는 연작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말과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평면 위에 이미지로 쌓여 있다. 관람자는 그가 연작으로 보여주는 큼직한 캔버스 앞에 서서 '작품과 명제 그리고 의미와 생각 사이'에 머무를 것이다. 그가 관람자에게 원하는 궁극적인 상태는 완전한 이해보다는 '찰나적 머무름' 정도이다. 전시장 전체의 흐름은 회화적 미완성, 표현 기법에의 자유, 작가 개인이 가진 의미 부여, 해소와 동시에 나타나는 불안함, 현재 진행형의 테라피와 과거로의 퇴보 등 여러 기표가 역설적으로 얽혀 있다. 이에 더해 초현실적 화면 구성은 그가 생각하는 '소통 불가능한 현실'로 되레 '진짜배기 현실'을 구현한 것일 수 있다.

조현예_생산하다 Produc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연필, 파스텔 드로잉, 목탄,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 130×193.9cm_2002(2022)

치유 ● 치유는 상처받았음을 근거로 한다. 물리적, 신체적, 정신적 '상처'는 태어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일반적인 경험이다. 이토록 '일반적인 상처'가 누군가는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특별한 상처'가 되는 순간도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상처 그 자체를 공유하지 않지만 「아로마 테라피」라는 향기 요법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작업으로 공유한다. 그만의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향'은 상처 자체를 고치는 행위로 외부의 누군가가 병을 고쳐주는 행위인 '치료'와 다르다.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 병에서 스스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자위적 치유'와 더 맞닿아 있다. '향'을 통해 익숙한 상황이나 경험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체득하고, 마치 조향하듯 캔버스 배경에 색을 입힘으로써 공간과 시간, 사람과 사물을 초현실적으로 배치하는 능동적인 치유의 상태에 이른다.

조현예_치료하다 Cure_캔버스에 아이쉐도우, 아크릴채색, 연필, 파스텔 드로잉, 목탄,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 130×193.9cm_2002(2022)

성장 ● 알랭 드 보통의 책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이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영혼의 미술관]은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는 힘을 길러주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미화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작용'이 '예술이 가진 치유'의 지점임을 알려준다. 소박한 순간을 그린 샤르댕의 「차 마시는 여인」을 보면 화려한 벽지 없는 평범한 가정집 식탁에서 차를 마시는 여인의 소박한 순간이 캔버스 위에 포착되어 있다. 찻잔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은 차향으로 전달된다.

조현예_호흡하다 Breath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연필, 파스텔 드로잉, 목탄, 미디움, 안료 처리 등 혼합재료_ 130×193.9cm_2002(2022)

조현예가 시도하는 치유의 지점도 '예술과 삶의 찰나 그사이 어디 즈음'인데 작품 「성장하다(Growing)」, 「발현하다(Reveal)」, 「구토하다(Barf)」, 「생산하다(Producing)」, 「치료하다(Cure)」, 「호흡하다(Breathing)」를 보면 작업 과정과 치유의 과정이 중첩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예술이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지에 대한 거창한 결론이 아닌 구토하는 인간, 고된 성장, 모순과 미완성, 불가능함 그러나 다시 도전하는 호흡과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6개의 파노라마 연작으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조현예_ㄱ - '기' Energy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미디움 처리 등 혼합재료_90×90cm_2002(2022)

고민의 반복, 관계, 성장, 구토, 호흡 등 실존적 주제들은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상징들 안에서 관람자의 감정과 생각을 이끈다. 다수의 작품은 그리고 지우는 방식을 반복한 결과물들이다. 마치 실존적 주제가 얼기설기 드러났다 지워지듯 작가의 시간과 방법이 캔버스 위에 쌓였다 흩어짐을 반복한다. 캔버스 위 가루 입자에 가까운 아이섀도를 바른 후 강한 물성의 아크릴로 그것을 덮어버리고, 건조된 아크릴물감 뒤에 파스텔을 덮고 유화 작업으로 구상 작업을 하는 등 더하기와 빼기를 반복하며 이미지와 배경을 구축한다.

조현예_ㄴ - '나이' Ag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미디움 처리 등 혼합재료_90×90cm_2002(2022)

담배와 향기 ● 작가는 아로마 테라피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이어가면서 식물이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터펜(terpene)이라는 유익한 물질을 생산해내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식물에서 추출한 터펜은 아로마 오일 등의 기초 향으로 사용된다. 작가는 식물이 가진 이 영속적인 신비감과 자생적인 순환 물질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아로마 향이 후각과 피부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면 식물이 가진 터펜은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인 기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아로마 테라피의 직접적인 치유나 방법론, 사람에게 이로운 향 이야기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조현예_ㄷ- '대체의학' Alternative Medicine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케일」,「터펜」,「향기」,「안식」,「산소」의 연장선이 되는 이미지 작품들과 더불어 「표피」라는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피」는 담배를 피우고 아로마 테라피를 이어가는 역설에 방점을 찍어둔 것이다. 식물의 영속성과 인간의 현재에 역설과 은유를 더한 작업이다. ● 더 나아가 그가 회화 기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 또한 완벽할 수 없는 모순의 연작임을 강조한다. 진정으로 표현하고 싶은 많은 이미지를 한 화면에 쏟아내기란 불가능하며, 마음을 다해 표현한들 관람자에게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에 터펜과 향, 그리고 담배와 회화 작업은 단어와 사물로 그저 화면 안에 배치되어 있을 뿐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조현예_ㄹ- '이완' Relaxa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호흡 ● "내면의 본질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자신에게 한 발짝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어라. 그대를 절벽 끝으로 내모는 것은 상황이 아니라 바로 당신 스스로이다."라고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유명한 빅토르 프랑클(V.Frankl)는 말한다. ● 그는 수용소에서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생을 쉽게 포기하거나, 짐승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거나,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곤 했다고 서술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으며, 이것 하나가 그들이 마지막까지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를 비롯한 일부 수용자들은 하루에 한 잔씩 배급되는 가짜 커피 한 잔 중 반을 마시고, 나머지는 옷깃을 찢어 적셔 고양이 세수 및 목욕을 하고,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했다. 인간은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을 찾으려 노력할 때 삶을 이어갈 수 있으며 이것이 죽음의 반대편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도 작용했다고 그는 증언한다.

조현예_ㅁ- '몸과 마음' The body & Mind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프랑클은 인간을 결정론적 관점에서 보는 것을 반대했다.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철학적 기반을 두는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했으며 또한 인간을 최악의 상황과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존재에 대한 의미를 가진 성장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주요 동기를 가진 존재', 즉 '의미에의 의지(willing to meaning)'를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고,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사고하며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선택할 자유와 그에 따른 개인적 책임이 부여된 존재라고 보았다.

조현예_ㅂ- '반응' Reac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조현예가 표현한 「호흡」도 이처럼 '의미에의 의지(willing to meaning)'를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호흡'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무의미하고 부조리하다고 본다면, 예술은 그 속에서 우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힘이 있다. 작가가 표현한 「호흡」은 바로 실제 세계가 아닌 화면 속 허구의 '호흡'으로 현실을 변형시켜 새롭게 만들어낸 '의미의 호흡'이 되었다.

조현예_ㅅ- '산소' Oxyg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호소 ● 조현예가 화면을 구성하고 '그 사람만의 향'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실험하고 있다 느껴진다. 관람객이 작가의 화면으로 다가가 '작가가 전달하려는 상징물'을 경험한다. 작가의 후각적 경험을 시각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현상학과 마주 닿아 있다. 현상학은 어디까지나 체험에 입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의식 내용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프랑스 현상학파의 대표자로는 메를로 퐁티가 있다.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적 관심은 인간을 세계에 결부시키는 신체의 역할을 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현예_ㅇ- '안식' A res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그의 이론에 의하면 시각 작용과 가시적 세계는 신체의 운동을 매개로 불가분하게 얽혀 있는데 이렇게 서로를 통제하는 교섭 관계로부터 회화의 여러 문제가 해명된다. 일상적 시각도 몸짓과 똑같은 근원적인 표현 작용이지만, 회화는 이 같은 시각의 기능을 더욱 증진한다. 그리는 이는 독자적인 관찰력으로 보통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을 보게 한다. 조현예는 그가 본 것을 사물이 자신의 본질을 스스로 묘사한 것처럼 화면에 이미지로 투사한다. 작가는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신체가 경험한 '향'으로부터 출발해 사람과 사물, 색, 형태, 질감, 균형, 환상, 이질감 등을 다양하게 표현했으며 이러한 묘사 과정을 통해 성찰되어 나온 사물과 사람, 배경은 관람자에게 색다른 감정을 이입시킨다. 작가가 표현한 수수께끼 같은 대상이 관람자 안에 들어가고 나오며 그의 회화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간다.

조현예_ㅈ- '증류' Distilla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조현예_ㅊ- '치유' Cu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퇴보적 자세 ● 하이워터(Highwater, 1994)에 따르면 "예술은 친숙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변화시키고, 감동할 것을 원한다. 예술은 우리를 수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지 않는다"라고 한다.

조현예_ㅋ- '케일' Kal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조현예_ㅌ- '터펜' Terpen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작가의 「퇴보적 자세」를 보면 친숙하지 않은 예술 앞에서 관람자에게 작은 변화의 씨앗이 심어진다. 특히, 베일에 겹쳐 쌓인 듯한 기법은 유화와 아크릴 물감, 유성 매직과 흙가루를 사용해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한 명의 주인공으로 이루어지는 모노드라마가 절정에 이르듯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보이는 「퇴보적 자세」가 관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식물이 생산하는 터펜이 아로마 오일로 바뀌고 사람에게는 치유로 작용하듯, 그가 표현한 「퇴보적 자세」는 유익과 유해 물질 사이에서 떠다닌다. 작가는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취하는 자세이자 가장 순수한 상태를 상기하며 이 작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는 신체적 항상성은 물론 정신적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을 때 주기적으로 이 자세를 취하며 이를 '위로'로 칭한다. ■ 서지형

조현예_ㅍ- '표피' The Cuticle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조현예_ㅎ- '향기' Aroma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파스텔 드로잉_90×90cm_2002(2022)

"ㄱ에서 - ㅎ까지" - 14 Word (Korean Consonant) Series ● ㄱ - '기' (Energy), ㄴ - '나이' (Age), ㄷ - '대체의학' (Alternative Medicine), ㄹ - '이완' (Relaxation), ㅁ - '몸과 마음' (The body & mind), ㅂ - '반응' (Reaction), ㅅ - '산소' (Oxygen), ㅇ - '안식' (A rest), ㅈ - '증류' (Distillation), ㅊ - '치유' (Cure), ㅋ - '케일' (Kale), ㅌ- '터펜' (Terpenes), ㅍ- '표피' (The cuticle), ㅎ- '향기' (Aroma) ■ 조현예

Vol.20220720h | 조현예展 / CHOHYUNYEA / 趙玹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