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디스토피아 Hotel, Dystopia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문현정 기획展   2022_0720 ▶ 2022_080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문현정

참여작가 고요손_장진승_조상현_황선정_케이켄

주최,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디자인 / RW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입장마감_06:30pm / 월요일 휴관

SeMA 벙커 SeMA Bunker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76 (여의도동 2-11번지) 지하 B1 전시실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본 전시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논제를 '디스토피아(Dystopia)'로 상정한다. 유토피아의 반대 급부로 등장한 디스토피아는, 올더스 헉슬리나 조지 오웰, 윌리엄 깁슨과 같은 저명한 문학가들의 소설을 필두로 우리에게 마치 아포칼립스(Apocalypse)와 같은, 가능한 미래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 중 하나를 예언하는 듯한 형상을 보여주며 무한한 인기를 누렸다. ●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희망이 없고 -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과 사회, 인류의 발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믿는 공포와 절망의 상상은 현대인의 삶에 정서적으로 깊게 드리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대표적 표상은 억압된 집단, 통제된 사회, 비관주의적 묘사로 드러난다. 기술의 발전에 대한 희열과 의구심, 근미래에 대한 열병, 자유에 대한 갈망과 상실, 파괴적 욕구와 맞물린 대재앙의 서사. 디스토피아는 인간 근원에 묵시론적으로 존재하던 분열적 욕망을 담고 있는 키워드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디스토피아의 신화는 맹목적 믿음으로 현현한다. 세상의 종말을 담보로 했던 디스토피아의 형상은 현재로 넘어온 바로 지금 '이미 와 있는 것'과 같은 현실적 감각을 획득한다. 대중문화, 매스컴에 의해 빠르게 포착되는 흐름은 그것이 그리는 시대상을 '화려한 종말' 혹은 '맹신적 최후'의 모습으로 꾸며내고는 한다. 최근의 동향은 여러 키워드를 다루고 있으며 그 핵심적 개념은 다음과 같다 : ● SF, 디스토피아, 객체, 비-인간, 다양성, 퀴어, 몸, 행복, 쾌락, 현실, 가상, 연결, 생태, 자연, 포퓰리즘, 바이러스, 시공간, 디지털, 신기술, 이미지 등. ● 이러한 동향 속, 『호텔, 디스토피아』는 흡착되지 못한 채 미끄러지는 것, 사변적으로는 존재하나 명료히 지시되지 못한 동시대의 파편과 조각을 '디스토피아'라는 키워드를 통해 읽어내고자 한다. 이에 따라 본 전시는 5가지 키워드를 그 논제로서 내포한다. SF적 상상 / 축조된 세계관 / 가능한 삶 / 불가능한 죽음 / 새로운 친족의 형성 ● 'SeMA 벙커'는 임시적으로 점거되어 『호텔, 디스토피아』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호텔'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양가적인 기능을 지닌 '장소'이자 '비장소'의 성격을 가진다. 5가지의 키워드로 풀어낼 작품들은 그들이 배치되는 곳에서 서로 공적으로 마주하고 또 사적으로 분리되어 내밀한 영역을 발현시킴으로써 교차 지점을 만들어낼 것이다.

고요손_Rooms_혼합재료_200×160×160cm_2022
고요손_Manager_혼합재료_200×80×80cm_2022
고요손_Beds_혼합재료_200×150×420cm_2022

고요손은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하며 '누가 어떻게 감상하는가에 따라 변화하는 조각'을 만든다. 세 점의 조각은 전시장을 호텔 로비와 호텔 룸으로 가정하여 그 사적이고 공적인 양가적 장소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Rooms」(2022)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속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 포함된 조각, 그리고 모든 것이 비치는 수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지는 동시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공동체적 삶을 고찰한다. 「Beds」(2022)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작은 균열을 비현실적인 침구와 깨진 거울, 빛의 반사를 통한 균열에 비유한다. 침구 속 투숙객을 은유하는 조각은 현실과 디스토피아 사이 그 어딘가에서 다감각적 안티-유토피아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Manager」(2022)는 호텔 속 모든 관계망을 관찰하는 인격을 지닌 조각으로, 전시 기간 동안 위치를 옮겨 다니며 내부의 규칙과 질서에 혼돈을 초래하고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다.

장진승_가상 크로노토프_영상, 혼합재료_가변설치_2022

장진승은 인간 존재에 내재하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상호 이해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가상 크로노토프」(2022)는 두 개의 연작으로 구성된 영상 시리즈로 동시대적인, 그리고 다층적인 세계관을 탐구한다. 물리적 구조물과 함께 설치되는 작품은 두 공간으로 대비되는 양상을 드러내며 복잡적인 시공간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크로노토프(Chronotope)는 그리스어로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러시아의 문학 이론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에 의해 제시된 개념을 은유한다. 그 첫번째 작품인 「가상 크로노토프」는 공간성의 개념을 가상 입자(virtual particle)를 통해 풀어냄으로써, 일종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공간적 개념을 유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조상현_Alvin Chair_금속, 석고, 형광안료_90×50×50cm×2_2022
조상현_Cymatics System_혼합재료,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18
조상현_Weaving by Sound_영상, 사운드_가변크기_2018 ⓒ 영상_김경태

조상현은 디자인 스튜디오 하이텐코(HITENCHO)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이자 작가다. 다양한 재료와 기계장치,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을 가구와 오브제의 형태로 제작한다. 「Alvin Chair」(2022)는 소리를 시각화하는 사이매틱스(Cymatics) 현상과 개념을 바탕으로 2차원의 평면적 패턴이 3차원의 입체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소리의 진동을 드러내는 작품은 주파수를 통해 진동의 세기를 조절하고, 물의 움직임과 진폭에 따라 뒤섞이는 패턴을 결과로 보여주며 그 흔적을 금속 재료와 형광 안료를 통해 표현한다. 「Weaving by Sound」(2018)는 사이매틱스 기법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패턴과 이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그려낸다.

황선정_Highway Fungi : Tanhamu_혼합재료, 식물, 제작 인터페이스, 아두이노, 모니터 디스플레이, 실시간 오디오-비주얼_가변설치_2021

황선정은 인간과 자연, 기술의 관계에 주목하여 비인간과 인간, 살아있는 식물, 유기 세포와의 연결을 찾아나가는 실험을 이어나가며 작업한다. 「Highway Fungi : Tanhamu」(2021)는 버섯(균류)의 순환과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 균사체 네트워크 시스템, 공생관계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현 지질학 시대의 지구-인간의 물질대사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신체나 마음의 욕구나 목마름을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Taṇhā'와 '무'(舞)를 합성한 고유명사 'Tanhamu'(탄하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다른 종과의 소통, 연결과 전환을 통한 마주함의 의미를 되새긴다. 버섯 형태의 인터페이스 장치는 식물의 유기적 소통을 전자 신호로 전환하여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미지와 사운드를 출력한다. 식물 주변의 환경이 변화하거나 식물과 교감을 하게 되는 순간의 리드미컬한 변화는 보다 능동적인 방식의 식물 리터러시를 제안하고, 감각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케이켄_Wisdoms for Love 3.0_웹 기반 게임(컬러, 사운드), 수조, 아이패드, 영상_2021
케이켄_Wisdoms for Love 3.0_웹 기반 게임(컬러, 사운드), 수조, 아이패드, 영상_2021

케이켄(Keiken)은 탄야 크루즈(Tanya Cruz), 하나 오모리(Hana Omori), 이사벨 라모스(Isabel Ramos)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그룹이다. 런던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들은 멕시코와 일본, 유럽, 유대인적 배경을 공유하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한다. 「Wisdoms for Love 3.0」(2021)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형 게임 작품으로 현대인의 의식을 기반으로 감정과 믿음을 탐구하고 지형화한다. 게임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안내한다. 신이 될 것인가, 인간이 될 것인가, 혹은 도덕적인 자로 남을 것인가. '지혜(Wisdom)'를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구로 간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은유적인 질문들을 답해나가며 경로를 찾아나가도록 유도한다. ■ 문현정

Vol.20220720i | 호텔, 디스토피아 Hotel, Dystopia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