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신화-터전에 관한 긴 이야기 WOMAN AND MYTH The Long Story of Her Base

이연숙_이피 2인展   2022_0723 ▶ 2022_1009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2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초대전展

주최,기획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MUAN SEUNGWOO OH MUSEUM OF ART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7 Tel. +82.(0)61.450.5482~6 www.muan.go.kr/museum

가부장 사회에서 가족 윤리, 모성의 역할과 여성성의 개념은 현대에서 가족형태의 다원화, 변화된 남성성과 여성성 혹은 모성성에 대한 재고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킨다. 모성 신화는 모성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붕괴되기 시작하였으며, 요즘 영화가 보여주듯 어머니는 결코 육아를 책임지는 '끝없는 희생'의 전통적인 역할이 아니다. 때로는 나르시시즘적인 욕망의 화신으로 때로는 죽음을 부르는 공포의 어머니로 현현하면서 모성 신화는 탈신비화 되고 공포의 권력을 지닌 새로운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공포의 모성 권력은 가부장사회의 법과 윤리를 흔들며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킨다. ●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신화 속 원형들과 땅과 바다 혹은 공중에서 끊임없이 사건을 벌이는 신들의 세계는 이성과 광기, 의식과 무의식, 실재와 환상, 그리고 기억과 망각 혹은 잠재된 기억을 지닌 남성주체의 자아가 기거하는 거대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여성과 관련된 서사를 전개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그곳이 남성주체의 공간임은 마찬가지이다. 신화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남성성의 공간은 강인한 하드바디의 영웅 서사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카운터 타입의 부드러운 여성적 남성성으로 보존되기도 한다. 18세기 말 혹은 19세기 무렵 라파엘전파나 후기 신고전주의 그리고 뒤 이은 낭만주의 회화에 나타난 남성신들의 여성적인 이미지를 그 예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남성동성사회적(male homosocial) 신화의 공간 아래 잠재된 상태로 묻혀 있는 여성 개인의 서사는 어떻게 기록될 수 있을까? 여성 예술가는 어떤 언어나 형상으로 얼음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터전 위에서 그녀들의 시간들을 일깨워 망각된 기억을 소환하고 새로운 신화를 생성해내고 있는가? ● 이번 초대전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특정장소로 불러내어 선형적 기억을 뒤섞거나 대상의 경계에서 안과 밖을 전도시키면서 그 잠재태를 독특한 형식으로 재현하고 있는 두 작가를 초대하여 여성 자신의 자아 공간으로서 기록되고 있는 신화를 읽어보기로 한다. ● 이연숙은 비닐봉지, 재개발로 폐허가 된 집터, 숟가락, 나무, 계피향, 빗소리, 깃털과 같은 하찮고 가볍고 연약한 것들을 모티프로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장소로 소환하여 다시 새롭게 직조하는 작업을 한다. 그녀에게 기억이란 "제 각기 둥둥 떠다니다가 여기저기 붙어가면서 다른 기억으로 재조합되는 것처럼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찮은 하류들을 통해 마술처럼 소구하는 기억의 지점은 또 다른 잠재태의 시공을 일깨워 새로운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내고 점점 확장되다가 이내 특정적 장소를 가득 채우는 서사를 생성해낸다. 하지만 새롭게 쓰여진 이야기는 결코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그녀의 모티프들은 개인의 향수를 넘어 사회의 지형학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미군에게 학살된 매향리 민간인, 제주 4.3 사건, 광주 5.18의 역사와 맥이 닿으면서 잊혀진 죽음과 상처에 대한 제의와 치유의 윤리로 전환된다. ● 이피의 신화세계는 남성적이고 이성적인 논리의 관계망들을 탈주하는 수많은 상상의 도상 조각들이 언어가 되어 만다라, 혹은 단일한 하나의 우주(모나드)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그녀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초현실적 도상들은 유동적이어서 결코 사로잡히지 않지만, 어느 곳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녀의 언어는 '사이'의 공간에서 비로소 살아남은 여성적 기표이기 때문이다. 몸의 내부와 외부가 뒤집어져 유출되는 덩어리, 눈물, 내장, 거울의 앞면과 뒷면의 사이, 혹은 껍데기와 내용이 전도된 사물이 바로 그녀의 터전이다. 이 통로의 메카니즘 덕분에 그녀의 몸(자아)은 현실과 함께 소외된 사회적 타자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 온갖 환상적 형상들이 살고 있는 이피의 신화는 그러므로 자아와 타자 그리고 현실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신화에서 그녀들은 '과거와 현실을 잇는 시공'의 통로 혹은 대상의 '안과 밖 사이'라는 결코 정복된 적이 없는 특별한 공간을 헤엄치며 재조합되는 기억과 사건을 관장하는 매혹적인 여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두 작가 모두 보편적인 인류의 새로운 질서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가부장적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아버지의 법'이 아닌 실재적이고 여성적인 윤리를 제시하는 데 있다. ■ 박현화

이연숙_여성과 신화-터전에 관한 긴 이야기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22
이연숙_상상(相廂)_판화_A2_2020 이연숙_Confidence Dream_woman1, Confidence 이연숙_Dream_woman2_종이에 수채_각 29×21cm_2010
이연숙_할미가-지빠기위 작은노래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2
이연숙_Her sto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
이연숙_할머니의 부엌_나무, 설탕, 소금_가변설치_2020
이연숙_(앞)엄마 엄마_전구, 혼합매체_가변설치_2017 이연숙_(뒤)Stories_경대, 영상(loop)_가변설치_2020

이연숙은 촘촘한 기억의 서랍장을 열어서 각자에게 어쩌면 묻어두고 싶던 관계를 아프게 꺼내보는 경험에 초대하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녀가 이번 전시를 통하여 그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우리도 엄마와 딸의 관계,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는, 결론이 나지 않을 삶의 명제에 우리 자신을 대입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할머니의 부엌」은 할머니 댁에 오랜 기간 머무르며 어린 시절 보았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 오브제, 할머니의 작은 경대, 간식을 내어주실 때마다 설탕을 사용하시고 남은 한 스푼을 꼭 부엌에 남겨두시던 습관 등은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전시라는 매체를 통하여 아름답게 기억의 시각화를 이룬다. ● 그녀는 작가의 내러티브를 기꺼이 오픈함으로써 개별관객이 지니고 있는 사적인 내러티브를 유도한다. 「Two girls-상상」은 엄마와 딸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단어 혹은 대화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하여 대화의 액자처럼 설치하였다. 가족이라면 더 많은 기대와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길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 각자에게 있지 않을까. 그러한 기대치로 인해 어긋나는 시간들도 무한히 많기도 하지만 '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 기대를 홀로 품으며 상처받는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반드시 그런 맥락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짧은 대화 가운데 함축적인 의미가 녹아있는 '대사' 들을 워크숍을 통해 발췌하여 보여준다. 참으로 현재진행형 작업이다. ● 우리 각자의 기억과 장소는 행복으로 충만한 것만이 아닌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눈물로 가득한 서랍장이라고 해도, 이 전시를 통해 다른 우주가 만나서 부딪히고 충돌하듯이 우리의 감각을 파도처럼 요동치게 하는 그런 순간이 관객과 교감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있다. 그럼으로써 그녀의 작업들은 역설적으로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한다. ● 이연숙의 작업은 매우 일상적인 소재들과 생각을 의미로 길어 올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간을 기억하는 각자의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소통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미래에도 소환되기 어려울 수 있는, 현재진행형 아카이브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오브제와 각 작업이 품고 있는 개별적인 스토리는 특정세대가 공감하고 공유 가능한 공간과 기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소성과 기억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을 그녀의 전시에서 발견한다. (「현재진행형 기억」 中에서 발췌・편집) ■ 김현정

이피_여성과 신화-터전에 관한 긴 이야기展_무안군오승우미술관_2022
이피_내 몸을 바꾸기 위한 신체 진열대_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수채_225×584×2.2cm_2017
이피_명랑한 죽음 시끄러운 천국_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수채_126×191cm_2019
이피_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마세요 내가 녹아요_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수채_191×126cm_2019 이피_찬양하라 지금까지 내가 먹은 것들_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수채_191×126cm_2021
이피_나를 먹는 나_혼합재료_120×155×80cm_2022
이피_출토된 할머니의 다정한 영혼과 순장된 새들에 대하여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이피의 작품은 그림과 조각 그리고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들고 동서양의 판타지를 결합한 하나의 거대한 상상, 만다라의 도상과 같은 세계이다. 이피는 개인적 체험에 근거한 상상의 전 세계, 육체와 정신의 내외부, 물질과 상상계의 접촉이 가지는 환상, 창조와 파괴에 관한 모든 신화적인 이야기를 접목시킨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하나의 이야기는 모든 것의 총체, 곧 우주와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피가 갖고 있는 자유로운 상상이 깃든 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피의 그림에 있는 모든 것은 세계에 대한 육감적인 접촉과 반향을 포함한 것들이며 불안과 신비라는 내면의 작동을 포함하고 있다. ● 이피는 모든 예술가들이 세계에 대해 대면하는 방식, 곧 소외와 고독, 저항, 전도, 낯설게 하기, 카니발, 편집증, 강박 등의 작업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괴리된 세계의 이면, 감각과 실제가 분리된 지점에 처해 있는 자기 자신에 집중한다. 그것들은 소화되거나 주체화 되지 않는 의미생성 이전에 촉각적이고 꿈틀거리는 세계를 표출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그러한 세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와 함께 이피는 구조적이고 물리적 세계에 대한 기계적인 작동의 메카니즘을 보여줌으써 자신의 환상이 현실에 대한 신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피는 이러한 현실의 작동 메카니즘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 입체와 추상, 드로잉과 색채가 범벅된 욕망과 상징의 다채로운 장치, 곧 욕망이라는 독신기계가 양산하는 환상을 재현한다. ● 사물들을 단일한 전세계로 보려는 욕망을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이피의 작업은 지적인 미술의 관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피의 작품은 그 단일성으로 인해 너무도 이성적이고 경쾌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타자마저 단일한 어떤 것으로 빨아들이는 강력한 집착이 이피의 전세계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피의 세계는 분리와 조합이 지유로운 경쾌한 상상, 존재와 감각을 버무린 촉각적이고 경험적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발한 여정의 황당함도 현실의 부분과 조합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현실을 뒤섞고 전도시키는 위트가 이피의 작품 속에 존재한다. 물질과 타자에 대한 이중구조, 대립된 것을 받아들이는 자궁과 허공과 같은 '품음' 곧 존재의 안과 밖을 품고 가는 상징의 세계를 특유의 반어와 농담을 섞어 반문한다. (「상상의 전세계_ 촉각적이고 경험적인 어떤 세계」) ■ 류철하

Vol.20220723b | 여성과 신화-터전에 관한 긴 이야기-이연숙_이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