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초상 The Portrait of Ec(h)o

김효진展 / KIMHYOJIN / 金孝珍 / painting   2022_0801 ▶ 2022_0829 / 일,공휴일 휴관

김효진_우당탕퉁탕_장지에 채색_193.9×130.3cm_2022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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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홈페이지_hyojin-kim.com     인스타그램_@jini_studi.oh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2

기획 / 홍예지 후원 / 수림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일,공휴일 휴관

김희수아트센터 KIM HEE-SU ART CENTER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 아트갤러리 Tel. +82.(0)2.962.7911 www.soorimcf.or.kr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 물결처럼 // 우리는 깊고 / 부서지기 쉬운 //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김행숙, 「인간의 시간」, 『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2014, 11쪽.) 길을 걷다가 무심코 밟아버린 풀들이 떠오른다. 발바닥 모양으로 뭉개진 자리에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며 살아 있는 풀들. 이 시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인가? -예언 혹은 저주처럼- 불가항력으로 '사랑'에 빠지리라 외치는 목소리들. 떠나는 이의 뒤통수를 향해 밤이 늦도록 울려 퍼진다.

김효진_ 89˚15'_6_장지에 채색_72.7×90.9cm_2022
김효진_ 89˚15'_5_장지에 채색_72.7×90.9cm_2022

그런데 '우리'가 수상하다. 밟은 것은 나이고 밟힌 것은 그들이지만, '우리'라는 말은 이 차이를 초월한다. '깊고 부서지기 쉬운' 것은 나이고 풀들이다. 우리는 모두 휩쓸린다. 물결처럼, 터져버린 둑을 넘어 밀려오고 밀려간다. ● 끝없이 흔들리는 존재가 겪는 시간은 변화의 시간이다. 그러한 시간의 '한가운데'란, 어떤 사태의 한복판처럼 들끓고 있을 수도, 태풍의 눈처럼 고요할 수도 있다. 언제나 변하는 것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우왕좌왕 할수록 시야에서 북극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향(指向)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김효진_난기류_6_장지에 채색_91×116.8cm_2022
김효진_난기류_2_장지에 채색_91×116.8cm_2022

김효진 개인전 『에코의 초상』*은 시련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생명들을 보여준다. 가느다란 붓으로 촘촘히 그려낸 풀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 다른 몸짓으로 제 몫의 삶을 살아낸다. 풍경을 그렸음에도 '초상'이라 부를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받쳐주는 배경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효진의 화폭에서 풀들은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 볼품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던 얼굴이 시선의 빛을 받아 환히 밝혀진다. 가려졌던 품위가 드러난다. "거센 바람이 불어야 강한 풀임을 아는(疾風知勁草)" 것처럼.

김효진_변이지역_3_장지에 채색_112.1×145.5cm_2022

멀찌감치 물러나서 보면 벽면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읽힌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각각의 생이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저기 튀기고 흩뿌려진 색깔들- 빗방울이라 불러도 좋고 빛방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온몸으로 맞서는 존재들이 여기 있다. ● 바람의 방향을 감지하며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보자. 느닷없이 난기류를 만난 풀들이 보이고, 고비를 넘긴 뒤 잠시 숨을 고르는 풀들이 보인다. 이들의 몸은 사건을 겪은 몸이라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군데군데 긁히고 심지어 꿰뚫리기까지 했다. 전에 없던 이상한 무늬가 생겨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우당탕퉁탕" 지나온 삶이다.

김효진_알 수 없음(고대종)_종이에 볼펜_29.7×42cm_2022
김효진_함정교수_종이에 볼펜_29.7×42cm_2022
김효진_트로이 메라이-1_장지에 채색_130.3×193.9cm_2022

바람은 다시 불어오고, 삶은 계속된다. 어떠한 위기도 풀들의 존엄을 해치지 못한다. 찬란한 생명의 노래가 바람결에 실려 온다. 골짜기마다 메아리 친다. 풀 한 포기에 깃든 기운이 파동처럼 번져 나간다. 하나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사방으로 확장된다. 각자 흔들리며, 주변의 흐름에 올라탄다. 서서히 형성된 연결망 위에서 희망이 움튼다. 다시 한번, 순환이 시작될 것이다. ■ 홍예지

* 본 전시명은 김행숙의 시집 『에코의 초상』(문학과지성사, 2014)에서 빌려 왔다.

Vol.20220802a | 김효진展 / KIMHYOJIN / 金孝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