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강주현展 / KANGJUHYEON / 康柱現 / sculpture.installation   2022_0803 ▶ 2022_0820 / 일요일 휴관

강주현_빈자리展_스튜디오126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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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인스타그램_@artist_juhyeon_ka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스튜디오126 STUDIO126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 14-4 (삼도이동 948-1번지) @studio126_jeju

유연한 관계의 공간, 사유의 틈, 빈자리 ● 강주현 작가는 2021년 김창열미술관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으로 『관계의 비정형』이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삶에서 우리가 자리하는 시공간은 유동적이며 그에 따른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 심리도 변화한다는 것을 시각화한 전시였다. 관계란, 단절되고 새롭게 연결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을 재인식하는 단계도 포함한다는 의미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맥락적으로 연결된다. 무의식-경험(의식)-이미지라는 기본적인 구조로부터 시작해 나와 타자가 공유하는 기억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강주현_스타디움_발포폴리염화비닐, 디아섹, 알루미늄 스틸_65×180×54cm_2022
강주현_테니스 코트_발포폴리염화비닐, 디아섹, 알루미늄 스틸_32×62×11cm_2022
강주현_영화관_발포폴리염화비닐, 디아섹, 알루미늄 스틸_43×55×13cm_2022

예측 불가능하고 형태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무의식'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기능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자율 요소는 의식과 가까워질 때 가치를 발휘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두 세계가 맞닿아 공존하는 짧은 순간, 그 지점(현실)에는 틈이 생겨난다. 작가는 이 사이의 공간을 상징화하여 제시하고 관람자는 작품과 자신의 사이에 교류되는 에너지를 감지할 때, 경험에 의한 기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억, 행위와 더불어 관계도 더 깊은 차원으로 불현듯 거듭나면서 의미의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강주현_도서관 3_발포폴리염화비닐, 디아섹, 알루미늄 스틸_59×50×19cm_2022
강주현_도서관 1, 도서관 2_가변설치_2022
강주현_계단_발포폴리염화비닐, 디아섹, 알루미늄 스틸_40×38×16cm_2022

우리는 살아가며 의식적으로 명확했던 개념들이 무의식에서는 서로 바뀌어 각인될 때가 있다. 개인에게 남겨진 단어, 장소, 시간은 여러 요소와 결합하면서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재해석되고 때로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정반대로 교차한다. 어린 시절, 시험지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빈자리로 명시되어 버겁게 느껴진 것은 자신이 채워야 할 명확한 정답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가며 우리에게 주어지는 빈자리는 오히려 유연성을 담보하는 의미로 확장된다. 그것은 변화할 수 있고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관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강주현_빈자리_발포폴리염화비닐, 레진, 스테인리스 스틸, 디지털프린트, 나무, 흑연_90×140×220cm_2022
강주현_너의 이름_종이_52×216cm_2022
강주현_너의 이름_종이_52×216cm_2022_부분

강주현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매개로 자신과 관람자가 다양한 관계를 맺어 도출되거나 파생하는 의미들이 풍성해지기를 희망한다. 스튜디오126 1층에는 우리에게 익숙할 법한 공간들이 몰입감을 주는 형태로 제시된다. 다수가 공존해야 가치가 있는 공공장소들은 변형된 형태의 빈공간으로 자리하여 낯설게 다가오지만 오히려 자신의 기억이나 경험을 토대로 사유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2층에는 주로 텍스트가 부유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특히, 편지글 형식을 취한 「너의 이름」은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아이디를 흔적만 남도록 눌러 쓴 작품이다. 흔적은 무의식과 비슷한 결을 지닌다. 뚜렷한 색을 배제하고 희미한 형태만 남겨져 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무수한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 밖에도 문장에서의 조사만이 뒤엉킨 「부유하는 언어」, '쓰기'를 연상시키는 매체인 연필 드로잉 작품이 설치되어 관계와 의미, 가능성을 연상시킨다.

강주현_부유하는 언어_조명장치, 아크릴판_가변설치_2022
강주현_그날의 너_레진_10×15×15cm_2022

정신분석학에서는 앞서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으나 과거를 새로운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사실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서술적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 피분석자는 분석가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다고 피력한다.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바꾸는 힘은 무의식을 긍정적인 구조로 변형하는 작업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강주현_그날의 우리_나무, 흑연_61×69cm_2022
강주현_그날의 너_레진_10×15×15cm_2022 강주현_그날의 우리_나무, 흑연_61×69cm_2022

강주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빈자리』는 부재의 의미가 아닌, 어떤 것으로도 연결되거나 채울 수 있고 희망을 상징하는 기다림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를 재해석하여 삶을 새롭게 새길 수 있는 공간이자 사유의 틈이기도 하다. ■ 권주희

Vol.20220803g | 강주현展 / KANGJUHYEON / 康柱現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