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스토리지 Romantic Storage

김신애展 / KIMSHINAE / 金信愛 / installation   2022_0803 ▶ 2022_0823 / 월요일 휴관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4전시실_ 합성지에 UV 프린트, 나무 선반_63.6×93.9cm×6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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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애 홈페이지_shinaekim.com              인스타그램_@shinaekim_studio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사진 / 이동웅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한때의 낭만과 오래된 선반 ● 전시 제목이면서 작업의 제목이기도 한 『로맨틱 스토리지 romantic storage』는 휴먼 스케일 안에서 직립한 수십 단위의 넓지 않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업은 뮌헨 공과대학의 내부 로비에 설치하는 것을 가정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Form is romantic storage of fragmented information』(2019)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건축물을 데이터 센터로 가정하고, 0과 1의 이진법을 흰색과 검은색으로 치환해 시각화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로맨틱 스토리지』에서는 두 면으로 구성되었던 최초의 기획에서 공간을 점유하는 확장된 설치 작업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4전시실_ 합성지에 UV 프린트, 나무 선반_63.6×93.9cm×6_2022

세마창고에서 진행된 전시 『로맨틱 스토리지』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뉜다. 하나는 데이터를 3D 렌더링 한 후 평면 이미지로 출력한 드로잉 작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시 공간인 옛 질병관리본부 시약 창고의 오래된 선반이 만들어내는 그리드와 대비되는 흰색과 검은색의 철제 수직 기둥으로 구성된 공간 설치 작업이다. 이 두 파트는 형태적으로 구분될 뿐 동일한 데이터를 다른 형질로 출력해 보는 방식에 있어 완전히 다른 경험, 다른 시점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공간에 설치된 기둥들은 일종의 좌표로 존재하고, 공간을 점유하되 가득 채우지는 않는다. 전시에서는 작업이 설치된 장소인 세마창고의 장소적 기억이 순간 호출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시각적 풍경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뿐 서사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는 김신애의 작업이 이동 경로일 뿐 의미가 미끄러지는 정보 구조(data structure)의 특성을 따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4전시실_ 합성지에 UV 프린트, 나무 선반_63.6×93.9cm×6_2022_부분

『로맨틱 스토리지』의 '로맨틱'이라는 단어에서 작가의 작업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로맨틱의 어원은 '로마-스러움(Roman-tic)' 혹은 '고대-로마(Roman-Antique)'에 대한 향수를 의미한다고 전해지는데 옛 로마인들의 사랑과 연애, 영웅의 서사를 광범위하게 다루던 것에서 현대에는 다소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단어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고대 로마의 영광스러웠던 '상태', '시간'을 향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지점이다. 김신애는 로맨틱을 실재적이지 않은 것, 지속하지 않고 순간적인 상태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각예술에서 일반적으로 점-선-면을 '있음'을 상정한 조형 언어로 활용하는 데 반해 '없음'을 상정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로맨틱을 번역한 '낭만'이라는 단어가 보통 현실감각에서 멀어진 것, 특정한 분위기나 순간적 감정 상태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작가가 호출하는 로맨틱과 일정부분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4전시실_ 합성지에 UV 프린트, 나무 선반_63.6×93.9cm×6_2022_부분

'없음'을 상정한 조형 언어의 연장에서 김신애의 작업은 여백이 두드러진다. 다르게 표현하면 작품이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데 이러한 상태는 역설적이게도 도상적으로 읽힌다. 공간에 선을 배치함으로써 선 이외의 공간을 넓은 면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대상을 표현하는 좀 더 원론적인 도상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표면에 맺히지 않는 다른 차원을 '낭만적'으로 공상하게 만든다. 다만, 일체의 장식적 요소가 배제된 작업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는 점-선-면의 조형언어에 집중하는 모더니즘적 접근으로 비칠 수 있어 태도적으로 이를 경계해야 하겠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4전시실_ 합성지에 UV 프린트, 나무 선반_63.6×93.9cm×6_2022_부분

김신애는 주어진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정보를 조형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여백이나 원래 공간에 존재했던 요소를 작품 안으로 가져옴으로써 일반적인, 스케일 감각에 혼란을 가져온다. 또한, 횡으로 위치할 요소가 종에 위치하거나, 그 반대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각은 대체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감각과 흡사한데 하나의 공간에서 선을 점으로, 혹은 면을 선으로 보기 위해서 이러한 시점 혹은 스케일 감각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각예술의 전통에서 그리드는 원근법을 통해 풍경을 평면으로 옮기기 위한 유용한 시각 체계이자 도구이며 물리적 공간, 혹은 사회 경계적 영역을 구획하기 위한 통치의 방식이기도 했다. 풍경, 시각, 이동의 경로를 통제하고 제한하는 욕망과 대비되는 김신애의 낭만적 태도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에서 수행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 정시우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

전시를 준비하면서 - ● 천장으로부터 빛이 쏟아진다. 빛은 작게 쪼개진 나무 구조 사이를 부서지듯 통과해 바닥에서 다시 이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번 전시 『로맨틱 스토리지』에서 파편화된 정보가 형태라는 스토리지 안에 순간적으로 저장되어 우리가 '실재'를 경험하는 그 짧은 시간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점처럼 어쩌면 어떤 양도 가지지 않지만, 시간이라는 관계 속에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이 조각 조각난 것들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형태가 지속되지 않고 물질로 구체화하지 않은 로맨틱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_부분

● 순간 높은 공간의 모서리와 내가 그린 공간 드로잉의 선이 겹친다. 나는 왜 저 모서리를 선으로 그리고 있었을까? 선이 저곳에 있기 때문일까? 벽과 벽이 만나면서 모서리가 생겼다. 그곳에는 내가 그린 긴 형태는 없지만, 면과 면이 만난 모서리에는 선이라는 분명한 형태가 있었다. 선이 보이지는 않는데 나는 어떻게 저기에 선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선은 어쩌면 그려지거나 만들어진 무언가가 아닌 면과 면, 점과 점 사이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관계는 사건을 만들어 내고 사건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형태가 이렇듯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라면, 어떤 고정된 형태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관계 속에서 형태로 드러나는 것일까? 작업을 이어 나가면서 이 관계 속에서 형태로 드러나는 것은 그 형태를 이루고 있는 정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건물을 짓기 전에 준비된 설계도는 공간의 정보로서 건물이 지어지면서 이 정보들은 여러 관계에 놓이고 형태가 된다. 물리적인 공간으로 드러난 이 정보들은 공간을 경험하는 관찰자에 의해 다시 사건으로 드러난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_부분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_부분

● 벽돌이 가로로 다시 세로로 또다시 가로로 견고하게 쌓여있다. 가로와 세로가 교차하며 엮이는 단단함은 벽돌이라는 각각의 덩어리를 다시 벽이라는 거대한 면적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은 높이를 가지고 다시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공간의 정보는 쌓여있지 않다. 공간의 정보는 여전히 어떤 관계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닌다. 시점은 하나의 구조를 만들고 수평으로 또는 수직으로 사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은 정보와 그 주변과의 다른 관계를 드러낸다. 같은 정보량도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그래서 그 형태가 드러나는 과정은 그 관계가 드러나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_부분
김신애_로맨틱 스토리지_제5전시실_철에 분체 도장, 스프레이_높이 490cm×35_2022_부분

● 전시 공간의 가로세로와 높이 정보는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35개의 기둥의 형태로 물질화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시약 창고로 쓰였던 전시공간은 자신을 이루는 정보들로 가득 찼다. 이 정보들은 시선에 의해서 공간의 다양한 요소들과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선반의 가로선과 연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세로선과 연결되기도 한다. 관계는 시선이 멈추는 곳에서 어긋남을 만들고 시선의 이동을 통해 다른 구조물로 이동한다. 공간이 자신의 정보에 의해 어긋나고 재조합되는 이 과정은 세마창고의 또 다른 형태들을 발생시키며 다시 자신을 무언가의 점으로 만든다. ■ 김신애

One-time Romance and Old Shelves ● Romantic Storage, the name of the exhibition and the artwork itself, is composed of dozens of narrow columns erected on a human scale. This artwork first started as the public art project Form is romantic storage of fragmented information(2019) that was planned for installation in the lobby of Technical University Munich, where the inside of the building is assumed to be a data center and the sentence is visualized through the black-and-white binary system that substitutes 0 and 1. If the initial plan was composed of two sides, Romantic Storage became an extended installation occupying the space as a whole. ● As an exhibition held at the SeMA Storage, Romantic Storage is divided into two parts: first is the drawing work of 3D-rendered data printed into a flat image; second is a spatial installation work composed of black-and-white steel columns in contact with the grid of old shelves in the exhibition space that was once a reagent warehouse used by the 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These two parts convey the same data in different shapes through different forms of output, providing totally different experiences and perspectives. The columns installed in the space exist as a kind of coordinate axes, occupying but not fully filling the space. In the exhibition, the locational memories of the SeMA Storage are recalled from time to time, but they are just used to form the visual landscape instead of working as a narrative. This seems to be because the work of Shinae Kim shows only the path of movement and follows the data structure that lets meanings slip away. ● The word "romantic" in Romantic Storage gives a hint about the artist's attitude. The origin of "romantic" can be either "Roman-tic" or the nostalgia for "Roman-Antique." Compared to its broad implication of narratives of love, love affairs, and heroes among Romans, the meaning of the word has more or less been narrowed down today. Still, what is noticeable about this term is that it makes us look at the glorious "state" or "time" of Rome with nostalgic eyes. Shinae Kim translates the romantic into what is not real, what doesn't last but is only momentary. While visual art in general tends to use points, lines, and sides as a formative language that presumes "being," Shinae Kim's work can be interpreted to postulate "absence" that uses the formative language for its expression. Because "romantic" often refers to a feeling that is far from a sense of reality, a certain atmosphere, or a momentary state of feeling, it shares some meanings with what the artist tries to summon. ● As an extension of formative language that posits "absence," Kim's work includes remarkable emptiness. To put it differently, the work does not present itself strongly, but the state of not being ironically gives rise to an iconic reading. By distributing lines in a space, it uses the space with the lines excluded as wide sides—which is a more fundamental way of iconic expression where objects come into view through non-expression. Visitors would use their "romantic" visions to view another dimension that has not formed on the surface. They should simply be careful not to take a simple modernist approach to the work mainly focusing on the formative language of points, lines, and sides considering only the exclusion of all decorative elements. ● Shinae Kim has worked on converting various kinds of information forming a given space into a formative language. She brings emptiness or elements of the existing space into her works to confuse our ordinary sense of scale. The elements we often see as horizontal may be put vertically, or vice versa. Such sense can be compared with the sense we have while using the digital interface. This perspective or sense of scale seems to be intended to see a line as a point—or a side as a line—in a single space. In the tradition of visual art, the grid is a useful system and tool for transferring a landscape onto a flat surface. It has also been a way to rule by dividing physical spaces, or social and boundary domains. I look forward to witnessing how the romantic attitude of Shinae Kim—which is in contrast to the desire to control and limit landscapes, sights, or movements—could be executed further for years to come. (Translation by LioNKOREA) ■ Seawoo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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