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을 바라보는 시선

2022 서호미술관 국제교류기획展   2022_0804 ▶ 2022_1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인구_김범수_이부강_장현재 장츠칭 Chang Tzu Ching 린후이츠 Lin Hui Chi_수이팅 Su Yi Ting 차이이시우 Cai Yi Xiu_미아 리우 Mia Liu

주최 / 경기도_남양주시 주관 / 서호미술관 협력 / isart Gallery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호미술관 SEOHO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본관 전시장, 한옥별관 전시장 Tel. +82.(0)31.592.1865 www.seohoart.com

서호미술관은 2022년 국제교류기획전으로 대만의 isart Gallery와 협력하여 『물성을 바라보는 시선』展 을 개최한다. Isart Gallery는 1984년 개관하여 지금까지 동시대 작가를 발굴하고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대만의 예술 기관으로, 서호 미술관과의 연구를 통해 '물성'을 주제로 9인의 작가(강인구, 김범수, 이부강, 장현재, CAI YI XIU, CHANG TZU CHING, LIN HUI CHI, SUI YI TING, MIA LIU)을 선정했다.

기획의도 ● 한국과 대만은 '아시아 4룡'으로 1970년대부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아시아 특유의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경제 발전을 위해 힘써온 공통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개인의 기질이 배척되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본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며 그 '물성'을 수용하고, 가꾸고, 단련시키는 과정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각각의 존재도 자신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으로 가꾸며, 때로는 단련시킨다면 더 나은 개인의 삶이 되며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기획되었다. ● 전시에 참여한 9인의 작가는 때로는 물성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고, 때로는 물성의 특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작업을 이어 나간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존재에 대해 수용하거나 배타하는 이분법적 양식에서 벗어나 수용하면서도 변용시키며 배타하면서도 보존하는 식의 조화로운 태도를 보인다. ●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물성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작가들의 작업에 미학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가들의 물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하고 기억하여 우리 모두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서호미술관

사유를 입힌 물성, 감각으로 발라내다 - 물화, 사물과의 내밀한 교감 ● 막대한 시간이 축적되어 내려오면서 우리의 본능적 의식에 내재된 '혐오스러운 배설물'을 깡통에 정량으로 나눠 담아 예쁘게 패킹해 판매한다든가, 자신의 피를–죽지 않을 만큼-뽑아 덩어리로 성형해 쇼 케이스에 담아 자화상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며, 흠칫 무시무시한 상어가 유유히 유영하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실상의 내막은 그렇게 관상되도록 화석처럼 박제시킨 인간의 잔혹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그게 더 무서운, 이토록 심미적인 내적 혼란을 일으키는 일련의 작품들은 아주 보통의 우리 상식선으로는 기함할 정도로 괴상한 시각 예술품들이다. 우리의 의식이 투영되어 형성된 형상과 현상인 사물(물상)들에 예술가의 사유가 입혀지고 이들의 감각으로 재구성이 되면, 오랜 시간 우리에게 합의가 되어 온 당연한 일상의 사물들이 어느새 신기하고 신비롭게 또는 짓궂거나 잔혹하게도 비틀려 우리에게 다시 내놓아져 당혹스러움을 안기는데 이것이 시각예술이 우리에게 부리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 현상을 이루는 사물(대상) 저변 혹은 저편에 질료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이론화하려는 철학과 공식화하려는 물리학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안 시각예술은 재현에 관한 뜨거운 논제를 형상화하려는 시도와 실천들이 있어 왔다. 차분히 눈에 빛으로 들어온 대로의 근사한 재현으로 안정적인 평온함을 주는 것으로 만족해 온 소박하고 잔잔한 행보 그 이면엔. 시각 예술창작자들은 눈에 보이는 대상이 지닌 질료와 형식을 통찰하고 세상의 이치 즉 인간의 존재와 사유의 인과와 필요를 알아내기 위한 철학적 노력에 덧붙여 당연하게 그곳에 그렇게 생성되어 놓인 사물들-의 형식-에 재차 질문을 던져 의도적인 낯섦을 만든다. 사물(대상)에서–정답으로서의-질료를 발골해 시각화하려거나, 보이지 않는 상념을 현상인 사물을 이용해 예술가적 재능과 감각으로 버무려 가시화하려거나, 오랜 시간 기능과 실체가 합의되어 온 사물을 상식으로부터 떼어내어 전복시켜 생뚱맞은 오브제로 등극시키는 유쾌한 지적 사기(?) 등 시각 예술가들이 재구성·재구축하는 시각 예술세계였다. ● 좀처럼 풀기 힘든 퀴즈처럼 알다가도 모르겠고 또 알 것 같기도 한, 문제지처럼 놓여있는 작품들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면 작가가 마련해 놓은 -쉽게 결론이 잡히질 않아 안달 나게 하는- 흥미로운 과정 속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시각예술의 항해 방식이 절대적이거나 정답으로의 당위는 아니다. 시각예술의 판을 짜거나 우리의 의식을 이끈 적어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들의 공통된 속성이고 이 작품들을 위시한 그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연구 과정으로 치열하고도 든든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적 재현의 과업에 충실했다가 추상적 조형의 언어를 고안해 내고, 평면에 그림을 잘 그려오다가 찢고 부시고 붙이는 너덜너덜한 캔버스의 최후를 보게 되고, 손수 작업을 잘하다가 생뚱한 물건을 정성스럽게 신성한 화이트큐브에 가져다 놓고, 하룻밤 사이 게릴라식으로 구석진 자리에 그려진 소유조차 애매한 위트 있는 풍자화를 귀히 최고가에 낙찰하려 하니 파쇄해 시각예술 판을 흔들어버린 해프닝까지, 현재까지 시각예술의 흐름 속에서 진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일련의 이러한 작품들은 역사적으로 응당 기록된 중요한 시도와 실천들이지만 최정점에 있는 이러한 작품들이 있기까지 여타 다른 시각 예술창작자들의 치열한 작업과 연구의 과정은 추앙받는 기록된 작품들만큼 중요할 것이다. ● 사물과 내밀한 교감과 소통을 한 시각 예술가의 물화가 된 작품, 그리고 그것을 보고 새로운 물성을 발견하는 관망자에 의해 하나의 작품은 세상 속에 위치한다. 이번 전시에서 각기 작가만의 고유한 사유를 입히고 감각으로 발라내어진 9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세밀하게 관조하고자 한다.

사유를 입혀 감각으로 발라낸 9가지 시선 ● 강인구 작가는 작은 돌멩이와 유리 자갈을 스테인리스 철사로 집적해 광활하도록 큰 형상을 조형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공되어 요긴하게 쓰이는 작은 사물의 본래 모습은 인위적으로 혹은 함부로 제어할 수 없는 물리·심리적 거대한 규모의 자연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인간의 손을 타 일상에서 쉽게 소모되는 자연의 파편들을 작가는 다시 원래 형상으로 되돌려 놓는데, 작가의 사유를 입은 자연의 모습은 온전한 복원이 아닌 작가의 감각이 더해져 오히려 더욱 확대되어 보이는 거대한 형상이다. 자의로는 이동이 불가한 돌멩이 개별에 철사를 엮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생명력을 부여하고 황홀하게 펼쳐진 군집의 유리 자갈을 통해 물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 작가의 작품에서, 역사 이래 인간 곁에 관대하고 묵묵히 있어 준 자연을 작가의 사유와 조형감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겸허함이 읽힌다. ● 김범수 작가의 작품은 기존 필름을 재조립하여 빛을 투사해 주변의 공간을 함께 아우르는 작업이다. 시공간이 함축되어 서사가 나열된 다양한 필름들을 모아 작가의 사유와 시선으로 재편성한다. 빛이 필히 동원되어야 하는 필름의 물리적 속성상 작가의 작업에도 빛이 투과되는데 이때의 빛은 다른 의미를 내재한다. 잘 구성된 하나의 창작물(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작가의 사유로 인해 차원이 다른 조형 작품으로 변환되고, 투과되는 빛은 작가의 고유한 감각이 더해져 입체 형상의 형태와 양감을 지닌 채 예측하기 힘든 일루전을 만들어낸다.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의 묵직한 시대와 인간의 삶이 담겼을 얇은 필름에 작가의 조형적 감각이 덧입혀져 빛을 뿜어내는데 그렇기에 때론 숭고하게 발하기도, 슬프도록 아름다운 처연한 빛으로도, 아기자기하게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의 희망적이기도 한, 각양각색으로 빛나고 있다. ● 시간을 품고 버려진 철거촌에서 채집한-페인트 자국조차 흐려진-낡을 대로 낡은 나무(합판)조각들을 모아 콜라주처럼 붙여 화폭을 구성하는 작업은 이부강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가 선택한 재료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작품을 마주하면 작품 안에 구성된 나무의 형상과 결은 작가의 조형적 감각으로 구축된 따듯한 물성으로만 인지된다. 어느 공간이었을지도 가늠이 불가한 작가의 사유로 수합된 퇴락한 나무 조각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시간과 자연을 견디고 버텨냈을 것이다. 세월을 보내고 노쇠하고 기능을 다 해 버려진 폐목재의 조각들은 그 안에 남겨진 흔적으로 기억이 추상되고, 흔적마저도 이제는 낡고 희미해진 나무의 결을 그대로 작가는 그의 감각으로 새롭게 조영하고 있다. ● 한국 수묵 산수화인데 통상 보아온 전통적인 산수화와는 달리 보이는 작품은 장현재 작가의 작업이다. 농도와 강약의 힘의 변화에 따른 선線에 시선을 두고 쫓다 보면 그리는 이의 숨과 함께 그 결이 느껴져 마음의 동요가 일고 간결하고도 강한 에너지가 교감 되어 전이되는 산수화의 묘미가 일반적이라면, 금빛 분채와 아크릴 물감을 혼용해 장면이 이중으로 중첩된 작가의 산수화는 묘한 분위기가 덧입혀진다. 산등성이의 흐름을 타고 산의 형상 그대로 빼곡하게 점철된 수놓아진 듯 그윽한 빛을 함유한 아크릴 물감의 점들은 수용적이고 소박한 담채 그 위로 화려하게 빛 발하는 마티에르로 올려져 있다. 전통 위에 작가의 사유를 중첩해 마련된 작품 속 그 간극은 고요하고 차분하면서도 화려하고 경쾌하게 작가의 고유한 감각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각각 캔버스마다 마치 아크릴 물감의 물성에 대한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듯, 뒤섞인 화려한 색감과 물감의 물성이 역동적으로 휘몰아치는 강렬한 느낌의 평면 회화 작품은 장쯔칭(張子晴) 작가의 작업이다. 색과 마티에르의 변화와 질감은 작품마다 다채로운 변주를 이루며 지속해서 변환되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녹록지 않은 삶의 변화 속에서 심적 상황을 그대로 캔버스의 작업 행위로 풀고 있고, 일반적인 작업 도구가 아닌 주방 도구 및 일상에서 사용되는 철물 도구를 사용한다. 시각예술 창작자로서의 그림 그리는 특별한 작업 행위라기보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서 본인의 상념과 사유를 그의 몸처럼 익숙한 주변 도구들을 사용해 마치 일기처럼 기록한 그의 삶 자체이며, 매체에 관한 연구자의 자세로 연구 과정을 기록한 작품으로 보인다. ● 종이 섬유와 여러 종류의 원단(면포, 오간자) 및 선재(면실)를 캔버스에 붙이고 아크릴 물감과 잉크 등을 이용해 풍경을 담는 작업은 수이팅(蘇誼亭)의 작품이다. 수채화 안에 잉크를 머금고 번진 자국과 천을 덧대어 뿌옇게 흐려진 풍광은 명징하지 않고 아스라하게 전경이 펼쳐진다. 작가에 의하면 연기가 자욱하고 가랑비가 내리듯 탁한 공기에 덮인 도시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포개진 얇은 천들과 번지는 잉크와 안료는 작가가 그린 풍경을 아득한 분위기로 이끄는데, '경치를 본다'는 의미를 단순하게 간주하지 않기 위해 설정한 장치로 보인다. 자연의 경치를 바라볼 때면 자연으로부터의 기운을 얻고 평온해지지만, 작품에서의 작가가 구성해 놓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구별해 놓는다. 아득해지고 형상마저 희미하게 작가의 사유로 덮어버려 보는 이들이 연상하고 추상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이 동원되도록 여지의 폭을 벌여 놓고 있는 작품이다. ● 린후이치(林慧琪) 작가의 작업은 층층이 쌓아 올린 아크릴 물감에 색채와 광택을 내기 위한 점을 찍는 반복적 행위가 흔적으로 남겨진 작품이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나열된-접촉에 이어 떼면서 남겨진-원형 점들의 흔적은 천연 광석 가루, 호분, 먹과 접착제 등을 이용해 겹겹이 칠한 뒤 재료들의 섞이는 시간을 감안해 기다렸다가 찍는 행위의 결과이다. 시간을 품고 층층이 쌓인 물질들은 물리적 힘이 일괄되고 반복적임에도 각기 다른 개별적인 색과 촉각적 형상을 만들어 낸다. 매일의 일상이 똑같이 순환되지만 어느 한순간도 같은 시간은 없다는 작가의 상념과 사유가 내포되어 있고, 아크릴 물감과 함께 시차를 두고 적절히 혼합되어 용해될 수 있는 재료들을 섞어 떼어낸 단면을 보여주는 그의 감각적 행위의 작업으로 삶과 작업을 일치시켜 기록하고 있다. ● 차이이시우(蔡一休) 작가는 전통적인 옻칠 작업을 전수받았고 작가 본인의 감각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전통)공예와 예술 사이, 조각의 조형적 사유를 더 해 고민하고 있다. 대칠 20단 이상의 표현기법을 고수하며 시간에 의해 쌓이고 흐르는 물성이 만들어내는 우연적 패턴이 화석처럼 견고해진다. 쌓이는 시간에 정직하게 그 투명도는 더욱 선명해지고 자연의 비와 볕을 맞는 일련의 과정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우연이 추출하는 추상적 패턴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작업 초기 단계에서 그의 구성안대로 가급적 설정해야만 작가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인간에 의해 정확하게 통제되고 제어할 수 있는 물성에 대한 태도라기보다, 또 그렇다고 자연에 모든 걸 위임한 방관자적 태도도 아닌, 작가의 의도적인 감각에 자연의 막강한 시간성을 함께 배태해야 하는 그의 작업은 작품을 더욱 묵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멀리서 보면 풍성한 양감과 색감이 소복하게 보이는 미아리우(劉文瑄) 작가의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 세밀하게 보면 얇은 띠 형태의 종이들이 빼곡하게 붙여져 결집해 조형된 것이다. 그간 그의 작품들은 드로잉이 된 얇고 긴 종이 그대로 공간에 설치하여 마치 공간에 드로잉을 한 듯하거나, 종이를 접어 조형한 입체 형상을 벽면과 땅에 흩어놓아 설치한 작업 등 모두 종이를 이용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평면 작업으로 얇은 띠의 종이들이 모아 붙여져 화사한 색감을 품고 있다. 그래서 매체 구분의 편의상 평면 작품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평면의 형식을 빌려 조형한 종이 조각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일리가 있을 듯싶다. 나풀거리는 가는 종이들의 미세한 떨림과 속으로 품은 색감과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변화 등 작품을 마주하는 가시거리에 따라 작품의 형상이 끊임없이 변해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물성, 사유와 감각의 재구성 ● 다 해 먹은 피카소 때문에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울분을 토한 잭슨 폴록의 깊은 짜증은 어쩌면 그의 사유가 평면적 회화에서 출발해 결국 평면 회화로의 회귀 궤도에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작가가 다루는 대상이 돌·필름·나무·종이·섬유·옻이든, 그리고 평면 회화든 그 사물이 인식되고 인지되어 형상을 이룬 현상에 대한 과감한 전복과 조형 언어의 메타포들을 상정해 제안하는 것이 시각 예술창작자들의 과업일 것이다. 예술가적 사유로 대상을 바라보고 다루고 교감한 그 과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의 작품들은 그래서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지, 예술가적 사유를 입고 작가의 특유한 감각으로 조형된 물성의 사물이 어떻게 인지되어 다시 사유되는지–답이 아닌-질문들을 건네고 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제 위치에서 기능과 역할과 쓸모를 다하고 있는 사물을 그 시공간으로부터 떼어내 작가들의 사유와 감각으로 버무려져 놓였을 때 우리 역시 그 사물의 본질과 본성을 재맥락화하여 달리 봐야 하는 당위에 놓인다. 그 사물에 안착되어 있던 나의 주관적 경험과 정념에서 벗어나라는, 유쾌한 시각적 재인식과 심미적 사유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종국의 답이 아닌 사유를 시작하는 질문이며 그 질문을 받은 우리는 각기 다른 해답을 작품에 투영해야 그 작품의 완성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각예술에 있어 진정한 물성일 것이다. ● 작가들의 이번 전시에서의 작품들을 보면 그들이 걸어온 작업관과 길이 보이며, 향후 이들이 택한 대상이나 사물과의 농밀한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 궁금해진다. 이들의 작품들은 우리가 세상에 위치한 사물들이 한 예술가의 사유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얼마나 깊고 넓게 확장될 것인지 그 가능성이 점지되는 단서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결론이 아닌 질문이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 각자가 지닌 각기 다른 경험치와 상념의 폭과 사유의 깊이가 만들어 낼 막대한 세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닫힌 인식과 편견과 오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구태의연하고 왜곡되었을지 모를 편협한 시선을 지적이고 부드럽게 설득해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마음의 여유와 관대함을 갖도록 시각예술에 당당히 바랄 수 있는 것은, 결국 세상의 모든 가치는 인간이 창조하고 부여하고 알아보고 공감하고 소통할 때 존재하고 존속된다는 명제가 시대를 막론한 유일한 정답이라는 합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 고연수

강인구_naxttaxt192101-water_유리자갈, 스테인리스 철사, 알루미늄판_125×300×14cm_2021

진동과 울림은 자연과 예술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하는 것으로,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토대로 세계에 새로운 '구조와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구성은 근원적인 생명력인 울림을 통해 가능해진다. 숙명적인 자연의 법칙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자연이 가진 생명력이라는 울림을 받아들이면서 인간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을 부유하는 강인구의 작업은, 어쩔 수 없는 추락의 운명을 지니지만 그래도 허공으로 솟구치고자 하는 '능동적 추락'을 지속하는데, 바로 이것이 '중력의 거부'이다. ■ 강인구

김범수_Emotional City_영화필름, 아크릴판, LED_62×92×10cm_2016

최근 나는 한가지의 주제로 일관된 작업을 해왔다. "HIDDEN EMOTIONS" 이라는 제목의 연작은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에 의한 재료의 실험과 가능성에 대한 탐구였다. 그것은 공연장면, 다큐멘터리 그리고 흑백필름, 등 이미 상영되었거나 용도 폐기된 다양한 종류의 필름을 한곳에 모아서 재조립하는 데서 출발하였으며, 빛이라는 인위적 요소를 개입시켜, 유동적인 빛의 흐름과 필름속의 부동적인 이미지를 결합시켜 영화 속 이미지의 생명력을 재확인하며, 이를 조형적 언어로의 전환을 통한 순수예술로의 전환을 꾀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영화적 기법이나 비디오 등의 그것과의 차별화로 가능해졌으며, 이는 순수미술의 어법을 통하여 필름의 평면적 특성과 투영성을 이용하여, 필름을 자르고 붙이어서 새로운 이미지들 속에 나의 감정과 상념으로 재편집하게 된다. 이는 영화적 맥락이 아닌 미술에 대한 나의 정체성의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김범수

이부강_moved landscape_혼합재료_162×112.5cm_2017

나의 작업은 흔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작가의 내밀한 개인 소사이기도 하거니와 동질의 의식을 함유하는 공동체의 서사이기도 하다. 낡을 대로 낡아 표면에 칠한 페인트 자국도 흔적만 남은 나무(합판)조각들을 붙여 표현함으로써 시간의 결이 생생하고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퇴락한 나무 조각들의 물성적 흔적에 주목하여 재구성한 것이지만 마치 실물인 듯한 리얼리티로 자연과 인위의 접점을 형성하며 우리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이부강

장현재_somewhere_혼합재료_80.3×160cm_2013

장현재의 작업을 보면 전통미를 지키는 가운데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에 대한 고민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그는 오래전부터 시각을 바꾸어 전통적인 소재를 탈피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현대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시각적인 이미지로서의 현대성을 추구하되 내용으로서의 회화적인 사상 및 철학은 전통 미학에 투철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온 것이다. ■ 장현재

장츠칭_Reborn 26-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2×62cm_2020

아크릴 안료는 플라스틱의 특성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대만은 플라스틱 왕국이다. 나는 플라스틱 제품이 가득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아크릴 안료는 대만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매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의미 또한 대만의 신속한 경제 발전 역사를 나타낸다. 나는 주방 도구와 철물 도구를 사용하여 창작을 한다. 일반적으로 화실에서 사용하는 미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게 느껴져, 생활 속 습관 즉 일상적 물건을 이용하여 창작한다. 이러한 방식은 내 생활을 창작에 완전히 끌어들이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다. ■ 장츠칭

린후이츠_Calm Days 15_동양지에 무기 안료, 금박 호일_60×60cm_2022

규칙적인 점 패턴 안에 있는 접착된 색소의 질감 있고 화려한 색감의 층을 통하여, 작가 작품 안에 있는 점들은 그녀의 삶의 경험과 모두의 일상적인 생활 루틴을 상징한다. 작품 속 점과 금박 호일의 독특한 결합은 설명할 수 없는 역동적인 관계와 삶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사람과 그의 가족 사이에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역동성이 있다." 라고 작가는 설명하며, 이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길 원한다. ■ 린후이츠

수이팅_Luminous Orange Period 04_ 캔버스에 수채색연필, 먹, 아크릴채색_53×45.5cm_2022

난 작품에 섬유 관련 재료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종이 섬유, 원단, 선재 등이다. 종이 섬유는 공기 중의 부유 미립자처럼 손으로 그 질감을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에 진짜로 존재한다. 종이 섬유 자체가 부드럽고 강인하며 자유롭게 분산되어 이미지에 침착 된다. 마치 도시가 먼지에 미세하게 덮인 것 같이 보인다. 섬유가 부착된 이미지는 건물이 보일 듯 말듯 하고 연기가 자욱하며 가랑비가 내리는 것 같으며 탁한 공기가 가득 차서 곧 사라질 것 같은 도시의 이미지이다. ■ 수이팅

차이이시우_Mountain No.15_생칠_64×50cm_2022

생칠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 막 완성된 작품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생명과 같다. 세월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세월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작품이 어느 정도 성숙되었을 때 나타나는 온윤미감(溫潤美感)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이로써 생칠 작품의 역사는 더욱 새로워지고 계속 환해지며 영원히 쇠퇴하지 않는다. ■ 차이이시우

미아 리우_Gradually_85×115cm_Ink and Acrylic Paint on Paper_2022

롤링 시리즈는 한 장의 평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되며, 이어서 잘라내고, 말아내고, 접착하고, 아크릴판에 붙여서 하나의 스플라인으로 된 거대한 작품을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 창작 과정에서 하나의 단일 평면 드로잉(Drawing)이 해체되고 하나의 3D 입체적인 가공 방식으로 재구성된다는 점이다.평면과 입체는 창작의 시각적 선후관계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형성된 작품들은 그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또한 말린 종이가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가 시각적 요소로 작품에 녹아든다. ■ 미아 리우

Vol.20220804f | 물성을 바라보는 시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