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시간의 풍경(비보裨補로 혼재된 풍경)

엄소완展 / EUMSOWAN / 嚴昭玩 / painting   2022_0809 ▶ 2022_0814 / 월요일 휴관

엄소완_물이 만든 길_장지에 혼합재료_180×8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고양시 주관 / 엄소완 주최 / 고양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Goyang Oulim Nuri Arts Center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로 33 2층 제2전시실 Tel. +82.(0)31.960.9730 www.artgy.or.kr m.blog.naver.com/goyangculture

비보(裨補)의 사전적 의미는 '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도와서 보태거나 채운다'는 뜻이다. 비보풍수란 산(山)수(水)방위(方位) 등 지리적 요소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명당의 조건으로 여긴 한국의 고유한 풍수개념이다. 한국인이 꿈꾸던 명당이란 단순히 훌륭한 자연 조건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룬 이상향의 모습이었다. 이상향은 인간의 욕망과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의 세계이다. 풍수는 실제의 땅과 풍경 위에 이상 세계를 중첩시켜 공간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념은 17세기 조선의 고지도, 그 중에서도 천하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 지리적 정보를 재현하는 지도가 아닌, 현실 너머의 이상 세계를 함께 그려 넣었던 옛 지도에서 엄소완 작가는 새로운 시공간적 상상력을 발견했다. 풍수사상은 땅의 모양에서 우주의 운행 원리를 읽어내는데 그러한 풍수설에 근거한 옛 지도는 당대의 우주론를 보여주는 우주지(宇宙誌, cosmography)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천하도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엄소완 작가의 풍경화는 작가가 상상한 세계(우주)를 보여주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엄작가의 풍경은 작가 내면의 심리적 지도이자 먼 옛날 선조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린 지도이기도 하다. 지금과 옛날, 현실과 이상 세계, 여기와 거기. 이 모든 시간과 공간들이 조화롭게 겹쳐지면서 한 폭의 풍경으로 구성된다.

엄소완_반영하는 세계_장지에 혼합재료_91×91cm_2022
엄소완_강은 어디에서 오는가_장지에 혼합재료_24×18cm_2022
엄소완_끝없는 모양2_장지에 혼합재료_40×80cm_2022
엄소완_이 새벽이 지나가면_장지에 혼합재료_65×35cm_2022
엄소완_이 어둠이 지나가면_장지에 혼합재료_65×35cm_2022
엄소완_낮과 밤의 여행자_장지에 혼합재료_130.3×162.2cm_2022

엄소완 작가가 고지도를 모티프로 풍경화 작업을 시작한 것은 여행을 통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시절 초기작의 노랗거나 푸른 배경은 하늘이자 동시에 바다를 의미한다. 그림의 중심 공간은 작가가 여행했던 제주도 섬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연을 통해 치유 받은 작가 내면의 풍경이기도 하다. 엄소완 작가의 지도는 객관적 자연 요소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 마음의 조화. 이렇게 엄소완 작가의 풍경화는 한국의 비보풍수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 그의 풍경화는 마음이 편안한 공간, 휴식의 장소를 꿈꾸던 초반 작업에서 추상화 단계를 거쳐 이제는 보다 깊고 복잡한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작가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산수에서 우주로 작가의 상상력이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엄소완 작가의 전작들은 섬처럼 보이는 공간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세로로 긴 화면에 길 혹은 물길이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길은 여기에서 저기로, 공간의 좌표 이동을 의미하는 길이 아니다. 공간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엄작가가 보여주는 길은 시간이 쌓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마치 작가가 여러겹 채색을 입혀 작업하는 것처럼 길은 다양한 시간의 중첩을 의미한다. 이전 작들의 배경이 하늘이자 동시에 바다였다면, 이번 신작 배경은 낮인 듯 밤인 듯 여러 시간이 동시에 겹쳐지는 풍경을 보여 준다. ●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물길,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는 시간. 그리고 여러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길. 엄소완 작가의 우주적 풍경 속에서 여러 다른 시공간은 하나의 화면으로 고요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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