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부터

황태하展 / HWANGTAEHA / 黄太夏 / painting   2022_0816 ▶ 2022_0917 / 일,월요일 휴관

황태하_거름3_캔버스에 유채_24.2×33.4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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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5:00pm / 일,월요일 휴관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을지로9길 2 3층 301호 Tel. +82.(0)2.318.0131

"아래를 향하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거나 "느림이 필요하다"는 말은 간혹 들려오지만, 그것은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내려오라"던지, "왔던 길로 돌아오라"는 말은 보통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저주할 때나 쓰는 말입니다.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 기울어있고, 고개는 위로 들려있습니다.

황태하_거름4_캔버스에 유채_24.2×33.4cm_2022
황태하_대지와 뿌리의 서사-4_91×116.8cm_2021

1972년에 발간된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이란 책에는 맹목적인 경쟁의 마지막에 놓인 허무함이 그려져 있습니다. 애벌레들은 나비가 될 가능성보다 눈앞의 경쟁 행렬에 정신이 팔려 앞다투어 위를 향하지만, 그들이 쌓아놓은 탑의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고, 부조리에 눈감은 시체같은 애벌레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 그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올라탈 기력도 없어 그저 일어나는 일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저의 눈에는 화려한 도시의 마천루가 목적없는 욕망의 행렬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황태하_서삼릉길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1

제가 주목하는 풍경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사람들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장면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 공동체는 맘에 들지 않는 이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몰아넣으려 하기도 하고, 그들이 눈앞에 나타나면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땅의 존재를 잊고 지내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합니다.

황태하_은빛로17번길 53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22
황태하_일중로15번길38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22
황태하_피해자-1_캔버스에 유채_60×56cm_2016

도시에서 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흙으로 된 땅을 직접적으로 밟는 일이 드뭅니다. 땅은 대체로 아스팔트, 보도블럭, 대리석, 콘크리트 같은 것들로 덮혀 있습니다. 길가에 조성된 가로수와 관목, 보도블럭 사이로 피어난 잡초들을 보며 흙의 존재를 떠올립니다. 그 땅을 나의 체중만큼 밀어내며 서는 일, 나무처럼 거기에 뿌리를 내리며 위를 향해 자라는 일, 관목들이나 잡초들처럼 흙 아래로부터 자리잡아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뿌리와 땅이 만나 이루어지는 생명력 있는 변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생각이 바로 가시처럼 나를 찌르는 도시공간과 인간사회를 가치있게 살아가기 위해 제가 돌아가야 할 처음이고, 공기에 노출된 화상입은 피부같은 나의 사회적 자아를 흙이 뿌리를 감싸듯 둘러싸는 도피처입니다. 이 땅(대지)과 뿌리의 서사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가치있는 일입니다. ■ 황태하

Vol.20220816c | 황태하展 / HWANGTAEHA / 黄太夏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