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ality of Disconnection

김신욱展 / KIMSHINWOOK / 金信旭 / photography.video   2022_0817 ▶ 2022_1005 / 월,공휴일 휴관

김신욱_불갑산 호랑이_잉크젯 프린트_106×8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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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홈페이지_www.shinwookkim.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진그룹 일우재단

관람시간 / 10:00am~06:30pm / 토요일_01:00pm~06:30pm 일요일_01:30pm~06:30pm / 월,공휴일 휴관 전시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일우 스페이스 ILWOO SPACE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7 대한항공빌딩 1층 Tel. +82.(0)2.753.6502 www.ilwoo.org

있을 수 있었지만 없는 것, 잃어버리기로 하지만 잃어버린 적 없는 것 1) ● 김신욱은 상실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다리 하나를 잃은 개는 그 자리를 채운 인공 다리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잃어버린 다리의 부재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있던,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한쪽 다리의 상실에 매달린다. 작가는 상실과 상실을 보충하는 망상이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신욱_공현진_잉크젯 프린트_160×120cm_2022

누군가 "(...) 복제는 그것의 상실을 표현한다." ⅰ) 고 했던가. 근본적으로 복제 이미지인 사진은 상실에 연동한다. 왜 그런가? 우선, 사진은 어떤 존재를 증명하는 매체로 간주된다. 사진의 증거 능력이라는 것은, (필름이든 디지털 이미지이든) 그것의 지시성에 연유한다. 즉, 카메라와 카메라를 든 사람 앞에 무엇이 있었다는 존재론적 정황이 사진을 구성한다. 최종 결과물인 사진-이미지가 픽셀 단위의 정보로 구성되고, 그 정보마저 조작과 폐기의 가능성이 항상 포함된 채 전달된다 하더라도 사진의 지시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ⅱ) 촬영된 사진-이미지는 카메라가 놓여있던 그때, 한 순간 정지된 공간을 지시하며, 사진은 카메라 앞이라는 공간의 결과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사진이 '상실'을 다룬다는 말은, 사진이란 카메라 앞에 있었던 – 하지만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 대상 공간의 흔적이라는 말과 같으며, 또 눈앞에 놓인 사진은 그때 그곳이 부재한/상실된 현재의 이미지일 뿐이라는 말이 된다. ● 김신욱은 카메라를 도구 삼는다. 그리고 상실을 말한다. 그런데 김신욱에게 있어 사진과 상실의 관계는, 앞 단락에서 설명한 일반론에 입각해서는 해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사진은 카메라와 카메라를 든 자신 앞에 있었던 무엇을 보존하고 증명하기를 의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신욱이 찍고 만든 현재의 사진-이미지는 아주 구체적인 대상 공간을 지시하고 있는데, 작가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사진에서 지시된 그 공간이 '거기 없는 또 다른 무엇을 지시하는 흔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이미지는 흔적의 흔적인 사진, 있었던 것의 상실의 증거를 다시 확인하는 사진이다.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다. 그가 만든 사진은, '거기 있을 수 있었던' 무엇-의 부재를 가리키는 또 다른 무엇-을 찍은, 현재의 지시적 이미지다. ● 있을 수 있었지만 (가질 수 있었지만), 어쨌든 (사진 찍는 동안에는) 없는 무엇을 추적하는 사진 프로젝트는 역사적 가정을 시도한다. 작가는 그의 관심을 당긴 대상/현상을 놓고,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사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역사의 현재적 부재를 가시화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리하여 김신욱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크게 둘로 구조화되며, 하나는 수집된 기록물로, 다른 하나는 그가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다. 이 둘은 다시 다음과 같이 분류해볼 수도 있다. 첫째, 있었던 것의 흔적. 둘째, 있을 수 있었던 것의 가상적/실제적 대체 공간의 흔적. ● 이제 살펴볼 연작은 「단절의 심성사(Mentality of Disconnection)」라는 상위 범주의 프로젝트에 수렴한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가가 설정하는 주제어는 '단절'이다. '심성사(histoire des mentalités)'란, 특정 인구/개인의 감정적, 정신적 경험을 사회사적 배경 위에서 탐구하는 역사적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접근 방향을 설명한다. 「단절의 심성사」를 구성하는 하위 프로젝트는 '한국 호랑이', '경계지', '경계인'을 주제 삼는다. 각각은 모두 어떤 이유로든 단절 또는 상실의 역사를 지닌다. ● 「한국호랑이」(2021~)에서 김신욱은 1970년대까지 한반도에서 표범이 발견되었던 사실을 곱씹으며, 이 땅에 있었던 최고 포식자, 대형 포유류의 멸종의 연원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일제가 대대적인 호랑이 숙청을 계획하기 전, 20세기 초반에 발행된 서적 및 자료를 모아 호랑이 사냥과 호랑이의 실재를 추적한다. 수집된 자료에는, 수 명에 달하는 사냥꾼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고 그 앞에 호랑이 사체를 뉘어 놓고 찍은 사진들이 포함된다. 또 어떤 책에는 한반도 동북쪽에서 활동하는 사냥꾼들이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전적으로 눈에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쫓아갔다는 진술이 적혀 있기도 하다. ⅲ)

김신욱_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임진강 초평도_잉크젯 프린트_120×160cm_2021

한편, 작가는 「한국호랑이」의 두 번째 파트인 사진 작업을 진행하는데, '한국호랑이'는 여기서 부재의 존재라는 역설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작가는 호랑이가 출몰하던 깊은 숲을 따라가며, 호랑이에 공격당한 희생자의 유해를 거두어 무덤을 만든 '호식총'과, 한때 호랑이가 살았을 호랑이 굴 앞에 카메라를 놓는다. 또, 여전히 호랑이가 있거나 돌아오리라 믿는 사람, 한반도에 남은 포식자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믿음과 취미 사이에 놓인 물건들 – 동물의 박제와 두골, 대형 포유류의 발자국 캐스트, 사냥 노트 등 – 을 찍는다. 더불어, 지금껏 존속하는 호랑이 민간 신앙, 호랑이 전설과 민담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여러 조형물을 찍는다. 사진은 작가가 상실했다고 여기는 '호랑이'는 아니되, 호랑이가 '있었다'는 역사적 정황 이후 남은 흔적들을 가리킨다. ● 「경계지(EDGELAND)」(2021~) 연작은 서울을 둘러싼 행정구역인 경기도의 외곽 경계지대를 따라 진행된다. 이는 작가가 비장소(non-place)를 다룬 이전 작업 「Unnamed Land: Air Port City」(2015-2020)를 상기시킨다. 이 작업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동시에 이륙과 착륙의 영토이기도 한 공항 근처를 찍은 것으로, 출발지와 도착지 어느 쪽으로도 귀속되지 않는 비장소가 확장되는 모습을 확인시켰다. 마찬가지로 「경계지」 연작은, 행정 지도상의 분기점에 놓인 비장소들이 실제 어떤 양태를 띠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다. 특히 작가가 주목해 찍은 것들은, 언젠가 사람이 살았던 자리 – 운영이 중단된 양식장, 잡초로 뒤덮인 간이 화장실, 누군가 세워 둔 유니콘 상, 놀이터 – 이거나, 누구도 가꾸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이름 모를 풀과 중단된 공사장, 배경 뒤로 스러지는 간판, 경계를 확인시키는 철창, 초소, 벽 등이다. 사진은 '삶'의 관점에서도 행정상의 절차적 관점에서도 비가시적이며 의미를 잃은 것이라 간주되는 공간을 이미지화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의미 없음, 사진-이미지의 평평하고 텅 빈 기호를 물리적 실체에 겹쳐 놓는다. ● 이 연작에서 주의를 기울일 한 대목은, 지도에 표기된 '미수복 경기도' 지역과 그것을 다루는 김신욱의 관점이다. 경기도는 본래 현재의 북한 영토 일부를 포함했는데, 지금 한국에서 발행하는 지도에 그려진 '미수복 경기도'는 현재 북한 영토이나 분단 이전엔 경기도였던, 말하자면 경기도이어야 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작가는 「경계지」 연작의 연장선에서 현재 남북한 국경 지대에도 방문하는데, 그는 북한 땅이 바라다보이는 경계선에 서서 멀찌감치 갈 수 없는 '미수복 경기도' 공간을 찍는다. 이 지점에서 「경계지」는 그의 다른 연작 「경계인(Marginal Man)」(2017-2020)과 「동해북부선」(2021~)과 맞닿는다. 바로 작가가 설정한 또 하나의 상실 – 즉, 분단으로 초래된 모든 (불)가능성 – 이, 있을 수도 있었던 것, 잃어버린 적 없지만 잃어버린 것으로 공유되는 까닭이다. ● 「경계인」은 영국 런던에서 지내던 당시 김신욱이 만난 인물, 최씨를 가리킨다. 최씨는 탈북민으로, 현재 영국에서 이주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는 뉴몰든 지역에 사는 노동자다. 김신욱은 최씨가 전해주는 진술과 그가 북한에 있는 그의 어머니와 나눈 편지 등을 자료로 삼는다. 그리고 현재 최씨 삶의 주변을 쫓아 사진에 담는다. 최씨가 일하고 있는 한국 음식 마트, 마트에 적재된 한국산 식품 박스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몇몇 표지판들은 특징적인 기호가 된다. 어떤 사진들은 여느 한국 가정에서 볼 법한 최씨네의 밥상과 가족 사진, 장식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그가 탈북민이라는 사실, 그가 '한인'으로 살고 있는 이국에서 그리워하는 고향은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씨는 이방인이자, '한인'이 됨으로써 고향을 두 번 상실한다.

김신욱_한국호랑이_단채널 영상_00:18:26_2022

「동해북부선」은 돌아가신 작가의 아버지와 역사적 현실이 겹쳐지는 작업이다. '동해북부선'은 식민치하 조선에서 일본에 의해 건설된 철도 노선으로, 한국전쟁으로 인해 노선 상의 몇몇 역이 폭격당하고 운행이 중단되었다. 이후 기존 동해북부선에 해당하던 이북의 일부 노선은 '금강산청년선'으로, 이남의 일부 노선은 동해선으로 편입되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바로 이 옛 동해북부선 천진리역 근방에서 생을 마감한, 함경남도 출신 피난민이었다. 작가는 한반도를 잇던 한 개의 '선'이 끊겨버린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에게는 이 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함께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옛 동해북부선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또 아버지가 남긴 유품들을 꼼꼼히 살피고 모은다. ● 이어서 김신욱은 옛 노선의 출발지인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북으로 거슬러 동해북부선의 흔적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에는, 문턱만 남은 옛 역사, 사람의 통행이 끊긴 터널과 그를 둘러싸고 무성하게 자라난 풀, 역 터를 차지한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박스, 전쟁 당시의 포탄 자국이 남은 콘크리트 벽이나 메말라 갈라진 땅과 바짝 말라 비틀어진 물고기 사체 같은 것이 찍힌다.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상실에서 나아가 상상되고 가정된 역사적 상실을 이어 붙인다. 그리고 있었던 것의 흔적과 있을 수 있었으나 없는 무엇을 채운 흔적을 나란히 놓는다. ● 크라카우어는 "카메라의 관점에서 나온 공간적 연속체는 인식된 대상의 공간적 현상을 덮어버리고, 이 대상과의 유사함은 그것의 역사가 지닌 윤곽선을 지워버린다." ⅳ) 고 했다. 이러한 판단은, 사진의 기계적 관점에 대한 크라카우어 자신의 입장에서 비롯한다. 그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인지된 대상이 역사적인 의미를 확보하는 데 반해 카메라로 찍힌 대상 – 즉 그것의 사진-이미지는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그 의미를 잃는다고 여겼다. 적어도 위 문장으로부터 우리는 카메라라는 기계 장치/도구로 산출되는 이미지의 한계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한편, 김신욱의 사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었던 것'을 대상 삼는 까닭을 짐작해볼 수도 있다. 그는 "민족지학자"의 태도를 갖추며, 여러 평론가들이 지적했듯 "역사가"로서 작업에 임한다. 때문에 작가는 사진이 한 순간의 파편적 공간 이미지로 머물면서 대상의 "역사가 지닌 윤곽선을 지워"버리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대신, 그는 사진을 역사 없는 부재로, 단절이자 상실로 위치시킨다. 그의 카메라는 있을 수 있었지만 없는 것, 잃어버리기로 하지만 잃어버린 적 없는 것, 그 결과적인 부재 위에 앉는다. ■ 허호정

* 각주 1) '2022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 작가/작품 비평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필자가 쓴 같은 제목의 원고를 보완, 발전시켰음을 밝힌다. ⅰ) 미하일 얌폴스키, 김수환, 이현우, 최선 옮김, 「제3장 번역과 복제」, 『영화와 의미의 탐구 (2)』(파주: 나남, 2017), 157. ⅱ) 이에 관해선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 박영욱, 「사진의 인덱스에 대한 재고: 디지털 사진의 존재론을 위한 시론」, 『통일인문학』 제81집, 2020. ⅲ) 사진가인 김신욱이 '사냥'에 관심을 갖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김신욱의 초창기 사진의 주제이자 지금도 자신이 가장 즐겁게 여기는 취미인 '(민물)고기 잡이' 역시 사냥의 일종으로, 사냥은 '사진' 자체에 대한 알레고리로 작동한다. 사냥은 기본적으로 지시적 기호(index)를 쫓아간다. 「한국호랑이」에서 그가 수집한 자료들은 호랑이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로 '발자국'을 예로 든다. '발자국'은 가장 대표적인 지시적 기호다. 그것은 (사진과 마찬가지로) 도상적 유사성 – 크기, 비율, 모양 등 – 때문에 대상을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대상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는 정황을 지시한다. 낚시의 과정에 포함되는 탁본(어탁)은 잡힌 실제 물고기 위에 종이와 안료로 모양을 뜬 것으로, 그 자체 지시적 기호이면서 한편으로 사진 현상의 과정과 겹쳐진다. 초기 사진에서 김신욱은 탁본의 양식화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건져 올린 물고기들을 기록하는 방식을 취한 바 있다. ⅳ) Sigfried Kracauer, ed. K. Witte, Das Ornament der Masse. Essays(1920-1931)(Frankfurt a. M : Suhrkamp, 1977), 34.: 하선규, 「사진 혹은 '탈 인간적 이미지'에 함축된 역사철학적 의미 – 크라카우어(S.Kracauer)의 문화철학과 사진이론에 대하여」, 『철학 ∙ 사상 ∙ 문화』 제17호, 2013, 175. -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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